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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민 펀딩을 통해 제작하고 있는 정진호 아는것이힘이다 PD.
 산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민 펀딩을 통해 제작하고 있는 정진호 아는것이힘이다 PD.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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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별칭이 붙은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경과 미군에 의해 7000여 명의 민간인이 학살되어 암매장된 곳이다. 현재 정부는 이곳에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민간인 학살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대전 도심 가까운 곳에 이러한 우리 민족의 비극이 담긴 장소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심지어 그 사실을 아는 사람들마저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은 뒤로 하고, 국고지원에 의한 혜택에만 관심을 갖는 이도 적지 않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지켜보던 한 시민이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다. 시민들의 힘을 모아 산내 골령골에 담긴 역사적 진실을 알려내겠다고 마음 먹은 것. 그 주인공은 바로 정진호 PD다.

정 PD의 본업은 팟캐스트 제작자다. 대전 대덕구 대화동 공구상가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팟캐스트 제작·방송 법인을 만들었다. 법인 명칭과 조직, 스튜디오, 장비 등을 생각하면 대단한 방송국처럼 들리지만, 사실 기획에서부터 녹음, 진행, 편집, 홍보, 후원금 모금까지 모두 정 PD 혼자서 담당하고 있다. 그야말로 1인 미디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루는 내용은 시사, 정치, 환경, 경제, 인권, 교양, 영화, 음악, 여행 등 다양하다. 지역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무려 18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하고 있다. 2016년 9월에 첫 방송을 시작했으며, 처음에는 격주에 한 번 방송을 업로드 하다가 지금은 어느새 일주일에 6일 방송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가끔씩은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하고, TV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다큐제작에 나섰다. 산내 골령골에 서려 있는 비극을 영상으로 담아 시민들에게 알리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현재 제작비 마련을 위한 '시민 펀딩'을 시작했다.

그가 제작에 나선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산내 골령골'은 오는 5월 18일 첫 상영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그 동안 산내 골령골의 비극을 널리 교육하고 알려 온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가 손을 잡고 함께 제작을 돕는다.

제작비 펀딩에 참여한 시민들에게는 다큐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기록하고, VIP시사회에 초청할 예정이다.

팟캐스트 '아는것이힘이다'와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는 시민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일어난 한국전쟁전후 산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팟캐스트 '아는것이힘이다'와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는 시민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일어난 한국전쟁전후 산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 아는것이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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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아는 것이 힘이다' 스튜디오에서 만난 정 PD는 이번 다큐제작에 나선 이유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알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 정부나 북한 정권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뒤틀린 이념 갈등을 활용했고, 이는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초래함에 있어 큰 원인을 제공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국민에게 총을 겨눴고, 학살했고, 암매장했다"며 "사람들은 자신들도 해를 입을까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대전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극소수라는 점이다. 따라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되어서 한국전쟁 당시 산내 골령골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왜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유해발굴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러한 공감대가 여론을 형성해서, 정치인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만들어 실질적인 정책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큐에 담을 내용에 대해서는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뜻 있는 언론과 연구가들을 중심으로 산내 골령골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자료조사, 그리고 보도가 이미 상당하다"며 "따라서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어떤 사건이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보다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학살로 인해 살해 당한 사람들의 후손들, 학살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후손들, 학살을 지시했던 사람들의 후손들, 그리고 이를 연구한 사람들 등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의 나열보다는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어 그들 스스로 골령골에 대한 정보를 찾아갈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다"고도 덧붙여 말했다.

제작비 마련의 방법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러자 그는 "팟캐스트 아는것이힘이다 청취후원 회원들 중 몇 분께서 기본적인 비용을 마련해 주셨고, 나머지 비용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받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작비 마련 펀딩을 진행 중"이라며 "공동제작을 하는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도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총 제작비와 세부내역은 다큐제작 이후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현재 그는 다큐의 시놉시스 완성을 위해 제작진을 섭외하고, 협의 중에 있다. 일부 촬영이 시작됐고, 3월과 4월 중순까지 집중적으로 촬영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리고 4월말부터 5월 초 사이에 편집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최종 완성본은 5월 18일(금) VIP 시사회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산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민 펀딩을 통해 제작하고 있는 정진호 아는것이힘이다 PD.
 산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민 펀딩을 통해 제작하고 있는 정진호 아는것이힘이다 PD.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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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도움을 주고 계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촬영에 필요한 장비, 인터뷰를 위한 출장 등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그 동안 인연이 있었던 분들의 도움으로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작비 지원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다큐멘터리 기획의도와 제작방향의 독립성을 위해 정부 기관이나 단체, 기업의 거액 후원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다큐의 등장인물이며 제작을 돕고 있는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임재근 교육연구팀장, 드론촬영을 지원해 주는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산내학살희생자유족회 등도 든든한 후원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촬영을 맡아 주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유명 케이블 TV 드라마 촬영감독님 등이 그의 작업을 돕고 있다.

끝으로 그에게 제작된 다큐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VIP 시사회를 마치고 나면 팟캐스트 아는것이힘이다의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카카오TV 등을 통해 일반에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필요한 곳이 있다면 원본 파일도 무상으로 보내드릴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각 기관이나 단체, 학교 현장 등에서 산내 골령골에 대한 이해 및 우리의 아픈 현대사에 대한 교육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에게도 보내, 산내 골령골에 대한 입장도 물어보고, 또 이에 대해 관심을 갖겠다는 다짐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산내학살, #산내골령골, #정진호, #아는것이힘이다,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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