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플레이에 대한 공분이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논란의 대상자인 '김보름(25·강원도청), 박지우(19·한국체대)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시켜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참가자가 하루 만에 20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29·콜핑)은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8팀 중 7위에 그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들과 관련한 논란은 성적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과 인터뷰 태도 때문이었다.



팀원보다 앞서나간 김보름-박지우, 인터뷰 태도 역시 '논란'



무엇보다 국민들이 여자 팀추월 경기를 본 후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경기 도중 노선영만 두고 다른 두 선수가 스퍼트를 낸 것, 그리고 김보름과 박지우의 인터뷰 태도에 있다. 팀추월은 말 그대로 '팀'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듯이, 세 선수가 일정 속도를 유지하면서 함께 달려야만 하는 종목이다. 특히 팀추월 기록과 순위는 세 선수 중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아무리 앞의 선수들이 빨리더라도 뒤 선수 속도가 느리면 소용이 없다. 결국 세 선수가 같은 속도를 내서 동시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날 여자 팀추월 팀에서 이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두 바퀴를 남기고 김보름이 앞으로 나오면서 스퍼트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맨 뒤에 있던 노선영과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노선영이 체력적인 문제로 간격차가 벌어진 것인지, 아니면 사전에 두 선수만 속도를 내기로 합의를 본 것인지는 선수들만이 알기 때문에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함께 팀으로 출전한 가운데 하나가 돼 레이스를 보여주지 못한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여기에 김보름과 박지우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노선영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보름은 인터뷰 직전 표정이 상당히 굳어 있었다. 그는 기자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노선영이) 저희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안 나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한 직후 김보름은 다소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이 웃음도 논란이 됐다.

올림픽에서 금메달만을 바라는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다. 수많은 국민들이 올림픽을 보며 응원하는 이유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것, 그리고 한 팀으로 단합되는 단결력을 보며 용기와 희망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여자 팀추월 팀은 이러한 기대를 모두 저버렸다. 설령 이들이 3분이 아닌 5분, 10분에 결승선을 통과했더라도 다 함께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해 완주했다면 이러한 문제 제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 전부터 이미 무너진 팀워크

이미 여자 팀추월은 평창이 개막하기 전부터 논란이 된 상태였다. 이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노선영의 평창행이 좌절됐다가 번복됐기 때문이다. 노선영은 지난 1월 22일 빙상연맹으로부터 "개인종목 출전권을 따내지 못해 평창에 출전할 수 없게 돼 (선수촌에서) 퇴촌하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이후 노선영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충격적인 폭로를 하기도 했다. 노선영은 당시 "대한빙상연맹이 이승훈, 김보름 등 메달이 유력한 선수들을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시키고 있어, 지난해 12월 이후 팀추월 훈련을 제대로 해보질 못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개인훈련을 하고 있던 선수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이후 1월 26일 러시아 선수의 출전 제외로 노선영이 극적으로 1500m 출전권을 획득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됐고 대표팀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이미 노선영이 폭로를 하고 난 후 팀 분위기나 다른 선수들과 관계가 회복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함께 팀추월에 나선 김보름을 노선영이 인터뷰에서 직접 지목했기 때문에 같이 훈련하며 호흡을 맞추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만약 빙상연맹의 착오가 없었더라면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집중해서 팀추월 훈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4년마다 소환되는 전명규 감독, 이번 '팀추월' 사태에도?


노선영의 인터뷰가 나온 직후 한체대를 둘러싼 빙상계 특혜 의혹이 또다시 제기됐다. 그 중심에는 한체대 전명규 교수(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가 있다. 그는 '빙상계의 대부'로 불리며 과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감독으로서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며 수차례 금메달을 따내 '금메달 제조기'로 불렸다. 또한 이승훈을 비롯해 쇼트트랙 선수들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시켜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게 한 일화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런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한체대와 비한체대 파벌 싸움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과거 오랫동안 쇼트트랙 대표팀이 파벌 논란에 휩싸였는데, 당시 한체대파와 비한체대파로 나뉘어 선수 기용과 작전 등을 놓고 심각한 다툼을 벌였다. 그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이 문제가 수면으로 떠 오른 이후부터 매 올림픽 때마다 입방아에 오르며 수차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그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직후 남자 쇼트트랙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했다. 하지만 평창을 앞둔 2017년 다시 연맹 임원직을 맡았다.

물론 그가 직접적으로 이번 여자 팀추월과 관련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 그러나 지난달 노선영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 3명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여전히 전명규 부회장이 여전히 빙상계 대표팀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결국 이번 여자 팀추월 문제가 팀워크를 넘어서 한체대와 관련한 의혹들로 번질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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