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가게, 설날 전부치기 타이쿤'
엄마는 동네 상가 지하 1층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한다. 설날과 추석이면 몇몇 친척들이 가게에 모여 함께 전을 부친다. 어제(15일)는 작은이모, 막내 이모, 엄마 친구, 친척 동생, 그리고 동생과 내가 전 부치는 일을 도왔다. 엄마와 이모들은 어제뿐 아니라 그제부터 사흘 동안 전을 부쳤다. 명절이 오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중 설 연휴의 시작인 어제가 전 부치기의 클라이맥스였다.
아침부터 일찌감치 가게 문을 열고 전을 부쳤다. 마치 타이쿤 게임을 하듯 바구니에 모자란 전부터 부쳐나간다. 한번 손님이 몰리면 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몇몇 손님들은 조금 기다려야만 했다.
전 부치기는 사실 즐겁지만은 않은 인고의 시간이다. 장시간 서서 전을 부쳐서 어깨와 허리에 무리가 가고, 몸은 온통 기름 범벅이 된다. 전을 태워 먹으면 눈치 보기가 그지없다. 오랜만에 본 친척들끼리 안부 인사로 시작해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지만 전 부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금세 말수는 줄어든다. 인내와 자기 성찰의 시간이다.
식혜도 만들어 팔았다. 식혜는 전날 싹이 난 보리를 물에 네다섯 시간 정도 담가 놓아 엿기름을 낸다. 엿기름을 익은 밥에 부어 함께 약 7시간을 밥솥에서 숙성시킨다. 숙성된 식혜는 솥에 담아 물과 설탕을 조절해 넣고 1시간가량을 약한 불에 끓인다. 적당히 끓여 좋은 향이 나는 식혜는 실온에서 서서히 식히고, 다 식은 식혜는 병에 담아 판매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식혜는 전을 부치며 기름에 찌든 모두의 갈증 해소의 탁월한 효과를 지녔다. 우리가 만들어진 식혜의 2할은 마신 것 같다.
전과 시혜뿐 아니라, 고사리 무침, 시금치 무침, 나박김치 등과 같은 명절날 제사음식을 함께 팔았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한 전 부치기는 저녁 7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이후 뒷정리도 있었지만, 전 부치기보다 여유로웠다.
우리 가게뿐 아니라, 옆집 정육점과 떡집도 가족들이 모두 나와 일손을 도왔다. 함께 고생하면 더욱 끈끈해지는 법! 명절에 함께 땀 흘리며 고기를 팔고, 떡을 만들어 팔고, 전을 만들어 파는 동네 상가 지하 1층은 가족 냄새로 가득했다.
#설날전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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