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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완 : 14일 오후 6시 11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3~4인 선거구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와 더불어민주당의 눈치 보기로 무산될 위기다.

서울시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말 2인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통합하는 획정 안을 내놓았다. 이 획정 안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실력으로 막으라'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도 반대의견을 획정위에 내놓았다.

경기도에서는,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성남시장(더민주)이 4인 선거구 확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선거구획정위원회는 아직 4인 선거구 확대와 관련한 어떠한 견해도 내놓지 않았다.

"2인 선거구, 거대 양당 공천만 받으면 살인마도 당선"

정부의 사회보장위원회가 이재명 성남시장의 중 고교 무상교복 정책에 대해 허용 결정을 내렸다.
▲ 정부, 성남시 '중 고교 무상교복' 전면 허용 결정 정부의 사회보장위원회가 이재명 성남시장의 중 고교 무상교복 정책에 대해 허용 결정을 내렸다.
ⓒ 권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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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은 현행 2인 선거구제를 '살인마는 당선, 공자님은 낙선'이라 비판하며 4인 선거구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2인 선거구제에서 거대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살인마도 당선하지만, 공천을 받지 못하면 공자님도 낙선한다는 말이다.

그 폐단으로 이 시장은 '시민 무시, 정당충성'을 꼽았다. 시민들 표를 받아 당선한 시의원이 시민은 무시하고, 대신 공천을 해 준 정당에만 충성한다는 말인데, 실제로 이런 일은 빈번하게 일어났다.

대표 사례는 성남시 의회의 집행부 발목잡기다. 성남시의회는 그동안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상교복 사업 등의 복지사업을 가로막았다. 무상교복 예산 통과를 요구하는 학부모에게 막말을 한 시의원도 있다.

또한, 지난 2012년에는 다음 해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아 저소득층 생계수단인 공공근로 사업이 무기한 보류되고, 노숙인 무료 급식소와 임대주택 공동전기 예산 집행, 경로당 운영비 지원도 중단됐다.

성남시는 선거구 14곳 가운데 12곳이 2인 선거구로 경기도에서 2인 선거구 비율이 가장 높다. 4인 선거구는 단 한 곳도 없다. 거대 양당의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하는 구조다.

대구에서는 여성 구의원을 성추행한 자유한국당 구의원 제명안이 같은 당 구의원들 반대로 부결되기도 했다. 시민들 눈을 손톱만큼이라도 의식했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시장은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유권자 무시를 넘어 유권자를 모욕하는 힘은 거대 양당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는 2인 선거구제에서 나온다"며 "거대 양당 기득권 담합의 산물이자 동반당선을 보장하는 2인 선거구는 금지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시장은 남경필 지사에게 서울시 박원순 시장처럼 경기도 기초의원 선거구제 변경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아직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남 지사는 최근 MBC 토론쇼 <도올스톱>에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은) 시장이나 도지사가 하는 게 아니다. 위원회에서 안을 내고 그 결과는 결국 의회에서 표결하게 되어 있다"라며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남 지사는 또한 "선거를 네다섯 달 앞두고 룰을 바꾸게 되면 시의원 후보들이 유불리에 따라 찬반으로 나뉘어 룰을 못 바꾸니, (차라리) 공천제 폐지로 접근하는게 맞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거대정당 공천은 곧 당선, 공천 비리까지 발생

남경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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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기도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주체로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의견수렴 공청회'에서도 4인 선거구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컸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와 윤광일 숙명여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하승수 비례 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와 노영관 수원시의회 국민의당 의원, 윤재우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방성환 경기도의회 자유한국당 의원, 이중학 경기도선거권리위원회지도 담당관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하승수 비례 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2006년 기초의원 선거를 1개 지역선거에서 2~4인을 선출하는 중선거구로 바꿨지만, 중선거구가 2인 선거구 중심으로 이뤄져 정치신인과 소수정당 의회진출 기회를 보장한다는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 대표는 "2인 선거구에서는 거대 정당이 (의석을) 하나씩 나눠 가지거나 그 지역에서 기득권이 큰 1개 정당이 두 석을 싹쓸이하는 경우가 발생해 거대정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공천 비리까지 발생했으니, 4인 선거구를 최대한 늘려 이런 비민주적 행태를 혁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영관 수원시의회 의원도 "거대 양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왜곡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2인 선거구를 폐지 또는 제한하고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에 맞는 3~4인 선거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재우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이 아닌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3~4인 선거구제 확대'에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방성환 경기도의회 자유한국당 의원은 '선거구가 (4인으로) 커지면 자칫 한 자릿수 득표율을 획득한 후보가 당선해 주민 대표성이 결함이 발생할 수 있고, 선거비용이 증가한다'는 등의 이유로 4인 선거구 확대를 반대했다. 방 의원은 오히려 기존 4인 선거구도 2~3인 선거구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자인 송경재 경희대 교수 또한 "정치 신인과 군소정당의 의회 진입을 확대하기 위한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를 살려 2인 3인 4인 선거구를 골고루 획정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발표했다. 발제자인 윤광일 숙명여대 교수는 4인 선거구 확대와 관련한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4인 선거구 확대 요구하는 목소리 크지만

경기도 시군의원 선거구 획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경기도 시군의원 선거구 획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 이송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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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 1034개 기초의원 선거구 중 2인 선거구 비율은 59.2%(612개)로 대단히 높다. 그러나 4인 선거구는 고작 2.8%(29개)다. 나머지 38%(393개)는 3인 선거구다. 당선자 통계를 보면 이 구조가 거대 양당 싹쓸이 판이라는 게 확연히 보인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등)이 47.9%,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39.3%를 차지했다. 양당을 합하면 87.2%로, 거의 싹쓸이를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선거 즈음마다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과 함께 4인 선거구를 확대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때마다 거대 양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2006년 부산선거구획정위원회는 6개를 4인 선거구로 만들자는 안을 내놓았지만, 부산 시의회가 이를 무산시켜 버렸다. 경남에서는 지난 2005년 선거구획정 위원회가 4인 선거구 6곳을 제안하자, 도의회가 4곳으로 줄여 버렸다.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독점으로 운영되는 대구시의회는 지난 2005년 4인 선거구를 늘리는 획정 안을 새벽 5시 45분에 소집한 회의에서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개 날치기 처리했다. 이어 2010년에는 경찰을 동원해 의회를 봉쇄한 가운데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 날치기 통과했다.

6월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둔 지금, 4인 선거구로 확대하자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우렁차다. 그러나 이 목소리가 거대 양당 문턱을 넘을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하다.


태그:#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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