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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7일 오후 8시 55분]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도 드리우는 '인구 감소'의 그림자는 각 지자체들에게 위기 의식을 느끼게 한다. 작년부터 등장한 '지방 소멸'에 대한 연구와 대안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것도 그러한 분위기를 뒷받침 하고 있다. 내가 사는 부산도 '지방 소멸' 위험지역 중 한 곳이다.

그렇다면, 각 지역들은 '지방 소멸'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2013년부터 전북 진안에서는 출산 보조금을 대폭 늘여가고 있지만,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부산시도 마찬가지로 출산에 따라 보조 지원금 및 출산용품 지급까지 확대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지자체 별로 재정 확대를 통해 '응급처방'을 하려고 하지만, 결과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대책은 어디서 어떻게 나와야 하는 걸까? 후지나마 다쿠미의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에서 힌트를 조금 얻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젊은 여성이 빠져나갈 경우 그 지자체의 소멸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계산하다 보니, 거의 절반에 이르는 지자체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와버렸다. 하지만 소멸을 판정하는 기준인 '여성숫자 50퍼센트 이하'는 급속한 인구감소를 보여주는 하나의 잣대에 지나지 않는다. 40퍼센트든 50퍼센트든, 장기적으로 인구는 계속 줄어든다. 갑자기 상황이 나빠지기라도 한 듯 절망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 후지나미 다쿠미 지음, 김범수 옮김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 후지나미 다쿠미 지음, 김범수 옮김
ⓒ 황소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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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지방 소멸'이라는 프레임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로, 젊은 인구의  감소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어떠한 선진국이든, 출산율 감소는 막을 수 없고 갑자기 상황이 나빠지는 것처럼 과장하는 건 오히려 비생산적인 공포감을 유발 한다는 것이다. 그 예시들은 앞서 말했던 지역별 '출산 보조금' 정책 그리고 '거주 안정 보조금' 정책에서도 보이고 있다. '생존'에만 매몰된 사고방식으로는 부정적이고,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인구이동은 경제와 주거환경 역사 문화 등 도시가 가진 종합적인 힘을 반영한 결과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유출되는 청년인구의 증가는 '도심지의 매력'을 느끼는 젊은 세대의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지역의 어떤 것이 부족하여 인구 유출이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예산낭비를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지방 재생전략에는 그 지역에 일을 만들어 젊은이를 불러들이는 방안이 제시되지만, 이를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지역은 극히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 설정한 인구 목표치를 채우려다 보니 지방 재생전략이 거주 보조금에 의지하는 이주 정책으로 왜소해질 우려가 있다."

저자가 우려하는 상황은 실제로 '일본'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책에서는 투자하는 돈에 비해 늘어나지 않는 인구를 탓하기 보다는, 인구 이동의 '억제요인'을 돈이 아닌 지역 내의 직업, 경제, 문화의 '지속성'과 '매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더불어, 지역의 구성원들은 젊은 세대가 앞으로 더욱더 귀해질 납세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안정적이고 부유하게 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긴, 성공보다 포기가 편해진 '무기력한 청년'은 '미래'를 설계해낼 힘도, 능력도 없다. 청년들이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두 지역의 예시를 한번 들여다보자.

후쿠미현 사바에시에는 에치첸 칠기라는 뿌리 깊은 전통사업이 있다. 하지만, 소비 감소세와 더불어 칠기산업 또한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다행히 마을과의 교류에서 '전통기술'에 매력을 느낀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합동회사 쓰기(TSUGI)를 지역에 건립하였다.

이들은 지역 중소기업들과 함께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맞춘 스마트폰 케이스, 안경테 등등을 생산해내 지역의 부흥을 이끌었다. 덕분에 많은 젊은이들이 이 마을에 정착하고 있다고 한다.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정 지역은 '나뭇잎 사업'으로 유명해진 주식회사 '이로도리'로 인해 젊은 인구의 유입 뿐만 아니라, 지역을 먹여살리고 있다.

이 회사는 마을 할머니들이 일본 요리의 장식물로 사용되는 잎을 팔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소득이 많은 사람은 연간 1000만엔 이상이라고 한다). 물론, 단기간의 성과는 아니다. 약 30년의 세월 동안, 사업 연결망을 확보하고 전략적인 재배를 통해 '독점구조'를 구축했다고 한다. 더불어, 마을 내에서 '제로 웨이스트'(재활용 사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책에서 언급된 두 지역의 공통점은 '창의적' 생각과 '마을 특색'이 결합하여 수많은 '고부가가치'의 직업을 창출해 냈다는 것이다. 특히, 두 기업 모두 젊은 세대가 주도한 것이기에 의미가 깊다. 더불어, 생존에 매몰되지 않고 도전한 주식회사 '이로도리'의 30년 동안의 노력은 '마을 재생'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냉정하게 생각할 때 인구가 감소하면 소멸하는 것은 지자체라는 틀일 뿐, 지역 자체는 아니다."

저자의 뼈 있는 한 마디는, 현재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 행정자치부가 만든 '가임기 여성 지도'도 정작 문제의 근본 원인을 겨냥하지 않은 후진적인 대책이었다. 보조금만 있는 지역의 정책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지역을 젊은 세대가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지 못하는 곳의 미래는 뻔하지 않을까.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 - 인구감소 시대 마을 생존법

후지나미 다쿠미 지음, 김범수 옮김, 황소자리(2018)


태그:#지방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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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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