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계스포츠는 대부분 비인기종목으로 그동안 음지에 가려져 있던 분야였습니다. 각 종목의 다양한 상식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이 동계올림픽을 보다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 기자 말

안방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인 평창에서도 한국의 메달밭은 단연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 빙상종목이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동계스포츠이자 4년마다 찾아오는 동계올림픽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많은 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역사에서 '피겨여왕' 김연아(28)가 밴쿠버와 소치 대회에서 따낸 두 개의 메달을 제외하고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온 메달만 거의 100%에 육박한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공통으로 '트리코'라고 하는 경기복을 입고 빙판 위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 얼핏 보면 몸에 착 달라붙어 상당히 불편해 보이기도 하고 남자 선수들은 민망함(?)을 피하고자 특유의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한 과학의 비밀이 숨어있다.

[쇼트트랙] 핵심은 '방탄'

코너 도는 쇼트트랙 선수들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남녀 쇼트트랙 선수들이 지난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 코너 도는 쇼트트랙 선수들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남녀 쇼트트랙 선수들이 지난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 권우성


쇼트트랙 경기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탄 소재다. 방탄 소재는 공기저항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소재다. 쇼트트랙 경기는 링크장 안에 작은 원을 수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원심력이 빈번하게 작용한다. 또한, 여러 명의 선수가 동시에 한 레이스를 펼치기 때문에 부딪히거나 몸싸움이 일어나는 일도 많다. 또한, 선수들이 손을 흔들면서 얼음 위를 제치기 때문에 활동성도 중요하다.

엄성흠 고려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포티움 대표는 "쇼트트랙 유니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케이팅 중에 선수들이 넘어졌을 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강이와 주요 부위 등에 방탄 소재로 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엄 대표는 "보호대를 착용하는 주머니가 곳곳에 달린 것도 특징"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에서 개발해 이제는 세계의 쇼트트랙 선수가 사용하는 개구리 장갑 역시 비슷한 원리가 숨어있다. 엄 대표는 "개구리 장갑도 유니폼과 마찬가지로 마찰력을 줄이는 것이 목적인데, 선수들이 코너에서 돌아가면서 얼음에 손을 뗄 때 생기는 마찰력을 고려해 왼쪽 장갑에 개구리 발 같은 모양의 방울이 부착돼 개구리 장갑이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스피드스케이팅] 'ㄱ' 형태에서 오는 편안함

지난 올림픽 때의 노선영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착오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스피드스케이팅 노선영의 아쉬운 사연에 팬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사진은 2014년 소치올림픽 때 스피드 스케이팅 3,000m 경기에 출전한 모습.

▲ 지난 올림픽 때의 노선영 사진은 2014년 소치올림픽 때 스피드 스케이팅 3,000m 경기에 출전한 노선영 선수의 모습. ⓒ 연합뉴스


반면 스피드스케이팅은 선수들의 자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400m의 긴 트랙을 돌아가는데 선수들의 자세가 항상 허리를 숙인 채 'ㄱ'자 형태도 레이스를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경기 속도에 따라 허리를 숙이기도 또는 편 상태로 레이스를 진행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ㄱ' 형태로 숙인 상태에서 진행한다.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도 이러한 자세에 맞춰 'ㄱ' 형태로 제작된다.

쇼트트랙과 차이점도 있다. 쇼트트랙의 경우 상하 반신만 유니폼을 착용하고 머리는 따로 헬멧을 쓰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일체형 유니폼을 입는다. 엄성흠 대표는 "스피드스케이팅 유니폼은 쇼트트랙과 마찬가지로 공기저항을 줄이려는 점은 같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경기이기 때문에 머리 부위에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헬멧 대신 이마와 귀까지 덮는 섬유 구조의 모자가 경기복에 부착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때문에 선수들은 유니폼을 착용한 직후 머리 부위에 공기가 차단되고 경기복이 밀착되기 때문에 얼굴 부위가 상당히 조이는 아픔(?)도 있어, 레이스를 마친 직후 바로 모자를 벗는다.

또 다른 점은 정강이 부위에 보호대가 없다는 것이다. 엄 대표는 "쇼트트랙 유니폼과 달리 스피드스케이팅 유니폼은 정강이 보호대를 넣지 않으며 대신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뱀 비늘과 유사한 홈과 돌기 구조를 팔과 다리에 적용해 제작된다"고 전했다.

평창 1년 앞두고 유니폼 논란, 어떤 영향 줄까

지난해 빙상계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어떤 유니폼을 착용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된 바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전 유니폼 제작사였던 휠라와 계약이 2017년 4월까지로 예정돼 있었고,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올림픽 시즌에는 네덜란드 헌터(Hunter)사의 유니폼을 착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맹은 2015-2016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매스스타트 경기에 출전 예정이었던 이승훈(30·대한항공)의 유니폼이 찢어졌고,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쇼트트랙 최민정(20·성남시청)이 넘어지는 일이 발생해 유니폼 교체를 결정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만 유니폼 테스트에 참석했고, 다른 선수들은 유니폼 실물을 보지 못한 것이다. 또한, 올림픽을 불과 1년 앞두고 무리하게 새 유니폼을 입는 '모험'을 강행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의 경우 0.01초로도 메달과 순위가 갈리는 만큼 기록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유니폼에 선수들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당시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도 연맹의 새 유니폼 결정에 반대하기도 했다.

또한, 2012년부터 5년간 빙상계를 후원해오던 휠라는 평창을 앞두고 세계적인 스케이트 경기복 제조사였던 스포츠컨팩스와 함께 경기 슈트를 개발하고 있었다. 특히 휠라는 빙속 강국인 네덜란드 대표팀에도 독점적으로 제품을 공급해왔다.

결국, 연맹과 휠라의 싸움은 법정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법원은 "휠라가 이의를 제기했던 연맹의 후원사 공모절차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휠라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공모절차에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하며 연맹의 손을 들어줬다.

다행히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유니폼으로 인해 성적이 떨어지거나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해 9월 미디어데이에서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민정은 "기존 경기복은 전체 방탄 처리가 돼 있어 안전성이 좋았고, 이번 새 경기복은 부분 방탄이라 더 가볍고 활동성이 좋다"고 밝혔다. 남자 대표팀의 서이라(25·화성시청)는 "목을 잡아주는 경기복을 선호하는데 그런 점에서 새 유니폼이 더 잘 잡아 주는 것 같다"고 말했고, 임효준(22·한국체대)은 "처음에는 몸에 너무 달라붙어서 움직임이 둔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계속 훈련하다 보니 딱 잡아준다"고 전했다.

기록에 민감한 스피드스케이팅 역시 평창에 앞서 열린 네 차례 월드컵에서 기록이 크게 떨어지는 등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4년을 준비해온 빙상 선수들에게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유니폼. 이번 평창에서도 선수들의 굵은 땀방울과 유니폼 속에 더해진 과학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금빛 레이스를 펼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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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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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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