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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뉴스 신뢰도는 좋지 못한 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3%를 기록, 조사 대상인 주요 36개국 중 최악이었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는 물론 민주화가 늦은 동구권 국가보다도 뉴스 신뢰도가 낮았다. 반면 뉴스 신뢰도 1위인 핀란드는 62%를 기록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민주화를 위해서 언론인들이 목숨바쳐 정권과 싸우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들 대부분이 뉴스에 대해 신뢰하지 않으며, 뉴스가 말하는 바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뉴스의 조작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의 뉴스는 왜 이 꼴이 났을까?

 뉴스는 어떻게 조작되는가
 뉴스는 어떻게 조작되는가
ⓒ 최경영,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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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어떻게 조작되는가?>는 KBS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뉴스타파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경영 기자가 쓴 책이다.

최경영 기자는 이 책에서 어떻게 기존 언론이 특정 세력에 유리하도록 교묘한 프레임을 설정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독자를 이끌어왔는지에 대해 말한다. 나아가 이런 언론계의 뒤편에 자리한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한다.

저자는 책에서 언론이 독자를 속이는 9가지 방법에 대해 말한다. 9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한 면만 부각시킨다. 2.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 3. 서민을 이용한다. 4. 숫자로 말한다. 5. 신화적 믿음에 기댄다. 6. 관점을 생략한다. 7. 인과관계로 설명한다. 8. 애국주의에 호소한다. 9. 낙인을 찍는다.

애국주의에 호소하고 서민을 이용하는 것은 투박하면서도 고전적인 기법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MBC는 중국의 권위주의적 통치 속에서 살아가는 중국인들을 예로 들며 애국주의를 강조했다. 진보적인 단체에는 좌편향이라는 낙인을 찍으면 그 다음부터는 특별한 부연설명없이도 비판하기 쉽다.

자신이 원하는 프레임을 짜기 위해서 원인과 나쁜 결과를 적당히 이어 붙인다. 적당히 중립성을 강조하는 척 하면서 아무 주장이나 하나 더 넣어서 기계적 균형을 맞추면 뉴스가 완성된다. 혹시 특정 단체나 이익집단을 위한 기사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 걱정되면, 누군가에게 이득이 되는지 관점을 빼서 뉴스를 쓴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뉴스를 쓸까 궁금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광고주의 압력이 있을 것이다. 다만 저자는 이런 뉴스가 나오는 이유를 광고주나 정부의 압력, 회사 상사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저자가 보는 이런 뉴스가 나오는 이유는 '기자들이 그게 국민들에게 먹힌다고 생각해서'다.

국민들에게 애국주의를 자극하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욕망의 불을 지르는 뉴스를 쓰면 그런 뉴스가 국민들에게 먹힌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뉴스를 낡고 오래된 유형의 뉴스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낡았든 어쨌든 간에 그렇게 하면 과거에는 분명히 장사가 되었고, 아직도 상당히 먹히는 장사라고 기자들이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스스로 믿고 있다는 것은 그게 그들의 가치관, 세상을 보는 시선이라는 의미다. 자신이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그 가치관이 편향된 사고에 기반한 '편견'은 아닌지를 곰곰이 돌이켜 보는 기자는 많지 않다. 기성 교육과 사회화 과정을 통해 체화된 가치관은 본인으로서는 의심할 여지없는 삶의 진리다. 가치관에 기반한 믿음은 사실보다 앞선 '선험적이고 당연한 무엇'이다.' - 62P

나아가 저자는 언론계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한국의 언론은 지나치게 정부와 끈끈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정부의 일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은 언론인과의 인맥을 만드는데 매우 관심이 많다.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한번은 저녁 술자리에서 한 공무원이 자신의 상사이야기와 함께 한국 직장에서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그가 줄을 대야 하는 사람은 장관이었다. 그런데 기자 한 명이 나서서 그 장관과 친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얼마나 친한지 술좌석에 있던 사람들이 약간 의아해하는 눈치가 보이자 기자는 자존심이 상했던지 직접 국제전화를 했다. 장관이 전화를 받았다. "아. 장관님. 제가 여기 미주리에 와 있지 않습니까. 와보니 OOO 과장이 있네요. 사람 좋습니다. 저와 친해졌어요. 공부도 여기서 정말 열심히 합니다. 일도 잘하지요? 하하하." -114P

서로 골프도 치고 밥도 술도 먹다 보면 커리어를 관리하기 위한 인맥이 만들어진다. 정부를 감시하는 기자와 고위 관료가 서로 형, 동생하는 사이가 된다. 이런 인맥은 그들에게는 매우 좋은 관계다. 그들만의 세계에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손해다. 이런 인맥이 안정된 기반 위에서 부조리를 만드는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다.

효율적인 체제도 없다. 정부는 언론사에 광고를 집행할 때, 홍보 효과에 대한 특별한 계산이나 연구없이 이전에 언론사에 광고를 주던 대로 언론에 광고를 준다. 광고홍보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의 언론사의 영향력은 점점 줄고 있는데도 언론사는 광고를 따 간다.

저자에 따르면, 언론인들의 편견과 성찰하지 않는 태도, 그들이 쌓아온 네트워크가 언론 신뢰 추락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한 개인의 가치관을 바꾸는 데는 큰 힘이 든다. 한 집단이나 직업군의 가치관을 바꾸는 데는 매우 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저자는 한국의 언론 환경이 더 이상 나아질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언론에 대한 가치관이 점점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언론에 대한 프레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정 신문사가 판매 부수 대부분을 장악하고, 시민들이 한 번 본 신문의 내용을 그대로 믿고 확신하는 시절은 끝났다.

과거엔 KBS가 언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너무 신뢰도가 떨어져서 사람들은 KBS 뉴스를 제대로 보지도 않는다. 시민들이 바뀌면 언론도 결국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저자는 진실은 희망과 절망 사이에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더라도 결국 작은 변화가 큰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시민들이 언론을 증오하지 않는, 언론의 신뢰도가 회복된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뉴스는 어떻게 조작되는가? - 그들은 속이려 들지만 우리는 알고 있는 꼼수

최경영 지음, 바다출판사(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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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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