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해야 할 선수 정리였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재정 관리 및 선수단 관리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다저스는 12월 17일(이하 한국 시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대형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두 팀을 합해서 선수 5명과 현금 보조까지 동반된 트레이드였다.

이 트레이드에서 브레이브스는 외야수 맷 켐프 1명만을 보냈다. 그리고 켐프를 받는 대가로 다저스는 내야수 애드리안 곤잘레스와 찰리 컬버슨, 오른손 선발투수 브랜든 맥카시, 왼손 선발투수 스캇 카즈미어 4명의 선수를 보냈다. 여기에 다저스가 브레이브스에 현금까지 보조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트레이드는 항상 1:1만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한 팀에서 몸값이 높은 선수 1명을 내줄 때 다른 팀에서 유망주 2~3명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당장 데려갈 선수가 없을 경우 추후 지명하거나 현금 트레이드도 가능하며 다음 시즌 드래프트 지명권을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사치세 때문에 연봉 줄이는 다저스

원래 2017년 다저스에서 개막을 맞이했던 선발투수들 중에서는 이번 겨울 FA 시장에 나온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시즌을 마치는 시점에서 보자면 8월부터 합류한 일본인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만 텍사스 레인저스와 체결했던 계약이 만료되어 3개월 만에 팀을 떠났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계약이 남아 있었다. 류현진이 6년 계약 중 1년, 카즈미어가 3년 계약 중 1년, 맥카시도 4년 계약 중 1년의 계약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옵트 아웃 권한이 있는 선수까지 따지면 클레이튼 커쇼가 권한 행사까지 1년이 남아 있다. 커쇼는 2014년부터 8년 계약이 발효되었는데, 5년차인 2018년에 만 30세 시즌을 마치면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1988년생).

 류현진이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2017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 후반기 처음이자 26일 만의 선발 등판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LA다저스의 류현진 선수(자료사진) ⓒ 연합뉴스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는 8년 계약 중 고작 2년이 지났을 뿐이며, 베테랑 리치 힐 역시 3년 계약이 아직 2년이나 남았다. 알렉스 우드는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갖추고 있고, 로스 스트리플링, 브록 스튜어트, 훌리오 유리아스 등 마이너리그 옵션이 소진되어 가는 유망주 투수들도 많아서 언젠가는 세대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다저스는 2013년부터 선수단 연봉 총액이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보다도 훨씬 많았다.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트레이드로 영입하기 전까지 연봉을 줄여가고 있던 양키스보다 연봉이 많아지면서 다저스도 5년 째 사치세(부유세)를 지불하게 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선수들의 지나친 몸값 상승을 억제하고 30구단의 전력 평준화를 위해 사치세 제도를 도입했고, 물가 상승을 감안하여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매년 사치세 부과 기준을 조금씩 올리고 있다. 2018년 사치세 부과 기준은 1억 9700만 달러로 이 금액보다 선수단 연봉 총액이 많으면 사치세를 지불해야 한다.

더 무서운 것은 사치세의 부과 비율이다. 첫 해에는 초과액의 17.5%를 내면 되지만, 2년 연속 넘기면 30%, 3년 연속 넘기면 40% 그리고 그 이상 연속으로 연봉 총액을 넘기면 초과액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현재 양키스가 15년 연속 사치세를 냈으며, 다저스도 5년 연속 사치세를 냈다.

올해 다저스가 2억 6510만 달러, 양키스가 2억 2450만 달러의 연봉 총액을 기록했다. 2017년 기준인 1억 9500만 달러보다 각각 7010만 달러, 2950만 달러나 초과하는 바람에 두 팀 모두 초과액의 50%인 3505만 달러, 1975만 달러를 사치세로 지불해야 했다.

곤잘레스, 맥카시, 카즈미어 등 고액 선수 정리... 켐프도 다시 정리할 듯

이에 다저스는 선수 층이 넘쳐나면서 생겨난 잉여 자원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입지가 줄어든 고액 연봉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게 됐다. 허리 통증으로 올 시즌 제대로 뛰지 못했던 곤잘레스는 코디 벨린저가 등장하면서 자리를 잃었고, 카즈미어도 올 시즌 내내 부상자 명단에 머물렀다.

맥카시는 다저스 입단 첫 해에 4경기만 던지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며 1년 반을 쉬었다. 3년차인 2017년 전반기에 어느 정도 기회를 얻었으나 후반기에 다시 손가락 물집 때문에 이탈하며 끝내 선발 경쟁에서 밀려 월드 시리즈에는 구원투수로 복귀헀다. 맥카시가 다저스에서 3년 동안 출전한 경기는 고작 34경기(월드 시리즈 1경기 포함)에 불과했다.

외야수 맷 켐프는 원래 다저스에서 데뷔했던 선수였다. 다저스 시절인 2012년부터 발효된 8년 1억 6000만 달러 계약이 아직도 2년이나 남았는데, 켐프는 이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팀을 옮겨 다니며 3팀에서 연봉을 나눠 받고 있었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켐프에게 남은 2년의 연봉은 전부 다저스가 부담하는 조건이 걸렸다.

3시즌을 보내고 고향 팀에 돌아온 켐프지만 현재 다저스 외야수 자리는 없다. 게다가 애초에 다저스가 켐프를 파드리스에 보낸 이유 중 하나가 외야 잉여 자원 처분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수비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켐프가 굳이 필요하진 않다. 최근 3년 동안 다른 팀에 있었던 켐프에게 연봉을 보조해왔던 다저스인데, 앞으로도 남은 2년 동안 4350만 달러의 연봉을 다저스가 모두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켐프를 다시 트레이드하거나 남은 2년치 연봉을 전부 줘서라도 방출할 수도 있다. 프린스 필더(은퇴)가 잔여 계약 문제(2020년까지 계약)로 보험과 관련한 문제(디트로이트 타이거즈 + 레인저스 연봉 지급 + 보험금)가 끼어 있었기 때문에 은퇴 선언 이후에도 레인저스의 60일 부상자 명단에 있었다가 올 겨울에 레인저스가 남은 3년치 연봉을 모두 지급하고 방출 처리한 것과 비슷한 식의 선수 정리다.

다저스를 떠난 곤잘레스도 켐프와 비슷한 상황이다. 게다가 곤잘레스는 그 동안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내구성에도 문제가 생겼다. 사실 곤잘레스가 아주 건강했던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사소한 부상을 달고 뛰었던 탓에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커리어 첫 부상자 명단 등재였지만, 그 임팩트가 컸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등 통증이 심각해져서 곤잘레스는 부상이 회복되지 않으면 은퇴할 생각이라고 밝힌 적이 있었다. 브레이브스는 트레이드가 성사되자마자 곤잘레스를 지명 양도(Designed for Assignment) 선수로 공시하며 베테랑 선수가 새로운 팀을 자유롭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원래 곤잘레스에게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보스턴 레드삭스와 체결했던 7년 1억 54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이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명 양도로 인해 남은 1년 연봉에 대한 문제를 짊어질 팀이 어떤 팀이 될지 관심사다. 필더처럼 남아 있던 계약 기간의 연봉을 모두 받고 방출된 것이 아니라 지명 양도이기 때문에 곤잘레스를 데려가는 팀은 남은 1년의 연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다저스의 고액 잉여 자원 정리... 아직까지 류현진에겐 '호재'

이 트레이드는 서로에게 손해가 되는 트레이드가 아니었다. 우선 다저스는 팀에서 활용도가 급격히 줄어든 고액 연봉 잉여 자원들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었다. 3명 모두 개인 연봉이 1000만 달러가 넘는데다 계약 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고, 팀에 기여한 바도 적었다.

그리고 이 트레이드는 브레이브스가 백업 유격수 컬버슨을 얻기 위한 트레이드였다. 게다가 맥카시와 카즈미어 두 선수는 선발투수 경험이 풍부한 선수로, 브레이브스에 선발 자원이 꽉 찰 경우 이들은 불펜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베테랑 자원이라는 장점이 있다. 또한 외야수 켐프를 보내면서 브레이브스는 유망주 로널드 아쿠나에게 충분히 기회를 줄 수 있게 됐다.

특히 다저스의 경우 선발투수가 많은 덕분에 정규 시즌에 투수들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활용할 수는 있었으나, 그 자원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였다. 선발투수 2명을 다른 팀으로 보냈지만 다저스에는 아직도 커쇼, 힐, 류현진, 마에다, 알렉스 우드, 스트리플링, 스튜어트, 유리아스, 워커 뷸러 등 9명의 선발 자원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팀 샐러리를 줄임과 동시에 특정 포지션에 몰려있는 선수 자원을 고르게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부상 선수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소 여유 있게 선수가 필요하겠지만, 커쇼와 힐은 연봉 1000만 달러가 넘는 고액 선수들이고, 류현진과 마에다도 연간 수백 만 달러를 받는 선수들이다. 연봉 조정 자격이 있는 우드의 연봉도 크게 상승할 것이 유력하며, 나머지 선수들도 언젠가는 풀 타임 기회를 줘야 한다.

일단 이번 트레이드가 류현진에게는 아직까진 좋은 쪽으로 작용했다. 류현진보다 연봉이 비싼 투수 2명이 순식간에 다른 팀으로 떠나면서 일단 내년 시즌 개막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시작할 확률이 높아졌다. 다저스는 일단 부상 선수가 없을 경우 커쇼와 힐, 류현진, 마에다, 우드 이렇게 5명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시작할 계획이다.

다만 이들 5명 중 왼손 선발투수가 4명이나 되기 때문에 오른손 투수 보강 차원의 추가 트레이드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계약이 1년 남은 류현진이나 연봉 조정 협상을 하는 우드가 트레이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의 경우 로스터 정리 사정 등 마이너리그 옵션에 대한 거부권은 있지만 트레이드 거부권은 없다.

대신 류현진에게는 트레이드 된 시즌을 마치게 될 경우 그 시즌에 FA를 선언할 수 있는 옵트 아웃 권리가 있었다. 다만 류현진과 다저스의 계약이 1년만 남았기 때문에 이 조항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는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류현진이 여차 할 경우 트레이드 자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따른다. 류현진이 건강한 시즌에 그랬듯이 어느 정도 이상의 꾸준한 성적을 기록한다면 선발투수가 필요한 팀이 러브콜을 보낼 수 있으며,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다른 팀에서 수준급 선수나 상위권 유망주 선수를 보강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시즌이 끝난 뒤 퀄리파잉 오퍼를 신청할 수도 있지만, 이는 류현진의 2018년 성적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의 경우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고액 연봉 선수들을 너무 많이 데리고 있는 것에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FA 자격을 얻기 1년 전에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한 경우였다. 다만 다저스는 구단 재정 자체가 빈곤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목적의 트레이드보다는 선발투수 자원이 너무 많아질 경우 트레이드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류현진에게 2018년 시즌은 FA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치가 높아지면 결국 FA 시장에서도 그 만큼 가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자신보다 몸값이 비싼 경쟁자들이 팀을 떠났기 때문에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한 시름 놓게 된 류현진이 결혼 준비와 함께 다음 시즌을 어떻게 준비할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메이저리그야구 스토브리그 LA다저스 다저스고액연봉선수정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