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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세월호'라 할 만한 대형 금융 사건 '키코 사태'. 10년 전, 2007년 말 은행의 권유로 키코에 가입했던 700여 개의 중소·중견기업들이 큰 손해를 입고, 대부분 파산했다. 당시 피해 기업을 '환투기꾼'이라 부르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은행이 중요한 정보를 숨기고 상품을 팔았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당시 피해 기업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키코 사태 10년을 맞아 피해 기업인들을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말]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014년 3월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하게 된 과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보고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를 공개하며 키코 사건의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014년 3월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하게 된 과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보고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를 공개하며 키코 사건의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박용진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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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 개 중소·중견기업에 약 3조 원 손실을 입히고, 대부분의 피해 기업들을 파산으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키코 사태'를 재수사할 여지가 있다는 전문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피해기업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패소했지만, 이후 새롭게 공개된 검찰의 수사보고서 등을 다시 살펴본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은행이 고의로 사기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이 수사 보고서에 들어있기 때문에, 은행의 부당한 영업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들여다 본다면 형사처분도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수수료 없다고 해야 한다'는 녹취록, 고의적 사기 입증할 수 있어"

"수사보고서에 은행이 '제로코스트(수수료 없음)라고 해야 한다',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을 알아버릴 수 있다, 지원은 얼마든지 해주겠다'라고 하는 내용이 있죠. 사기의 고의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자료라고 보는데, 문제는 검찰에서 재수사를 해야 이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성묵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가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키코 사태 당시 피해기업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했다. 키코(knock-in, knock-out: KIKO)는 원-달러 환율(아래 환율)이 일정 구간 안에서 움직일 경우 미리 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도록 만든 금융상품을 말한다. 은행들은 환율 변동이 심하던 지난 2007년 말~2008년 초 키코를 '환 헤지(위험회피)'가 가능하고, 수수료가 0원인 상품으로 소개하며 수출 기업들에게 판매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1500원으로 폭등하자 계약한 돈의 2~5배를 물어주게 된 수많은 기업들이 손실을 입고 파산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이뿐만 아니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실제로는 (은행과 기업의 이익이) 이런 차이가 나는데 숨기고 팔았으면 사기'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이들이 '미국 같았으면 처벌한다'고 한 내용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는 당시 키코 관련 한 소송 중에 나온 자료와 관련된 얘기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파견 나갔던 검사가 파생상품 취급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금융감독기관에 키코 관련 질의를 했고, '사기'라는 답변이 왔었다는 것이다. 이 문건은 기존 소송 과정에서도 나왔는데 법원이 이를 묵살했다는 게 김 변호사 설명이다. 이 때문에 민사가 아닌 형사로 접근해 이 내용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기죄 여지 충분... 자료 다시 보면 처벌 가능, 공소시효도 남아"

 8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민주당 환헤지 피해 대책위원회 추최로 열린 'KIKO 등 환헤지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KIKO OUT'이라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9월 8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민주당 환헤지 피해 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KIKO 등 환헤지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KIKO OUT'이라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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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전문가도 비슷한 입장을 내보였다. 백주선 법률사무소 상생 변호사는 "사기죄 (해당) 여지는 충분히 있다"며 "(판결 이후 공개된) 수사 자료를 다시 보면 (처벌)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공소시효도 15년이기 때문에 아직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키코 당시 기록을 세세히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키코 발생 경위와 금감원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자체적으로 조사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이어 백 변호사는 "은행이 주요 자료를 가지고 있을 텐데 금융당국이 (압수수색 등) 조사를 제대로 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융당국 자료와 당시 검찰 수사 자료들을 종합해 재수사를 진행한다면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은행들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백 변호사는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사기죄의 범위가 더 넓어 (처벌 가능성이 있다)"며 "예를 들어 채무자가 돈을 못 갚아도 이를 사기죄로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의 경우 수수료가 없다고 했는데 이후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조사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백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적극적인 기망행위도 있었죠. 상품 자체의 구성이 그렇습니다. 은행들이 환헤지 상품이라고 판매했는데 알고 보니 환투기 상품이었죠. 이 둘의 성격이 달라서, 얼마나 위험한지 고지하는 것도 달라야 하는데 이런 위험을 고의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있습니다. 이 상품의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은행들이 조직적으로 숨겼죠. 당시 검찰 수사 때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증거가 추가되기만 하면 재검토도 가능합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키코 문제가 완전히 해결돼 그 교훈을 금융감독당국이 잘 반영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금융감독 체계를 새롭게 세우는 차원에서 당국이 재조사를 시행하고, 이 사안이 사기죄에 해당한다면 검찰에 고발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 교수는 "이런 해법이 어려울 경우 억울한 피해자들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문의해 이를 재조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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