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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 총학생회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여 점심 집회를
▲ 진리의 탑이 보이는 곳에서 울산대학교 총학생회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여 점심 집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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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 울산대학교 본관 앞에서 학생회와 연대노조 울산대 지부가 합동으로 항의시위 하는 데 올래요?"

울산대학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중 일부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연대노조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가 얼마 전 다시 복직했습니다.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외롭게 투쟁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울산대학교 총학생회가 나서서 노학연대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켜주기 위해 나섰습니다. 그 첫 시작으로 14일(목) 12시에 함께 모여 노학연대 투쟁선포식을 했습니다.

총학생회에서 피켓과 방송 장비를 가져와 본관 앞에 줄지어 선 다음 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울산대 학우 여러분 반갑습니다. 지금부터 울산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결의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앞서 시험 기간 중이라 조금 시끄러울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참석자 모두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함성도 터져 나왔습니다.

"울산대학교 청소노동자 중 간접고용으로 계약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청소를 도맡아 하고 있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이 아닌 착취를 당하며 살아오셨습니다.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들이십니다. 학교에 잘못 말했다가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며 이런 상황속에서도 꿋꿋이 일해오셨지만, 더이상 참을 수만은 없어 이렇게 학교 앞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운을 땐 울산대 총학생회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청소노동자도 사람이다. 고용안정 보장하라!"
"청소노동자 노동탄압 중단하라!"

다음으로 청소노동자 대표가 나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의 노동 현실을 이야기했고, 이어 학생회장이 나와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청소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라! 는 제목으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습니다.
▲ 울산대학교 총학생회장의 발표문 낭독 "청소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라! 는 제목으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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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대학교는 청소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라!. 안녕하십니까? 울산대학교 가족 여러분. 울산데학교 제33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더불유 학생회입니다. 날씨가 참 많이 춥습니다. 이 날씨만큼 우리 학우들이 처한 현실 또한 살얼음판 같을 것입니다. 비정규직의 양산,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및 복지 격차, 100세 시대란 말이 무색한 고용의 불안정, 이 모든 게 우리에게 언젠가는 닥칠 미래일지도 모릅니다."

총학생회장은 지금의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염려하면서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짚어 나갔습니다.

"오늘 저희는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소노동자분들을 지지하려고 합니다. 학교는 100명의 노동자분들을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하는데 2016년 35억, 2017년 29억을 업체에 지급하였습니다. 우리가 쓰는 휴지, 물비누, 각종 용품들은 모두 학교 교비 약 4200만 원으로 따로 구매됩니다. 즉, 수십억의 예산이 매년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된다고 보면 됩니다. 학교에 직접고용을 하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지 않느냐를 물어보면 답변은 '고용의 유연성' 뿐입니다. 그 큰돈들이 쓰여 왔음에도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으로, 교직원은 1000%의 상여금을 지급받을 동안 상여금 한 푼 없이 고용되며 고작 있는 복지인 점심식사 식권 20장조차 노조가 생긴 작년부터 지급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낸 등록금으로 쓰인 그 많은 돈은 지금 도대체 어디 갔습니까?"

학생회는 그렇게 더이상 방관할 수 없어 이렇게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단호히 선언했습니다.

학생들은 이날 사용할 핏켓을 손수 만들어 왔습니다.
▲ 학생들이 준비해온 핏켓 학생들은 이날 사용할 핏켓을 손수 만들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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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는 당연한 것을 요구했다고 없던 정년을 만들고 탄압하고 그 빈자리를 비정규직 하청보다도 못한 단기 아르바이트로 대체하려는 안일한 태도를 수정하라. 사람장사엔 불황이 없다는데 지성의 상징에서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더이상 사람이 사람을 얄팍한 상술로 부리는 행태 중단하라. 당신들은 우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부터 우리 학생들이 어려운 처지의 청소노동자분들과 함께하겠다."

선언문 낭독 후 참여한 노동자 학생이 함께 부른 노동가요 "파업가"가 울산대학교 본관 앞에 울려 퍼졌습니다. 끝으로 '학교에 드리는 호소문'을 학생대표와 노동자대표가 함께 낭독했습니다.

학교에 드리는 호소문

청소노동자도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울산대 안에서 청소노동자들에 행해지는 차별과 부당한 대우들은 우리들의 최소한의 생활권마저 빼앗아간다. 우리들은 이 일이 시간 많아서 하는 부업이 아니다. 이 일이 아니면 다른 곳으로 취직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가장으로서 생계가 달려있는 일이다. 그러나 갈수록 노동환경이 열악해지고 명분을 쌓아 감원까지 시도하고 있다.

대학 측은 간접고용 형태를 빌미로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이 대학구성원을 차별하고 천대받는 직종이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착취하는 행태는 진리를 저버리는 일이자 모순이다.

청소노동자들 또한 대학의 중요한 구성원 중 일부다. 그러므로 그들의 기본 생활권 보장을 위해 대학과 학내 구성원들이 문제해결을 위한 힘을 보태야 할 때이다. 지난 몇 년간 학교 안팎에서 싸워오셨지만 아직까지 변한 것은 없다. 학내 구성원으로서 진리를 실현하는 지성인으로서 학내에 존재하는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울산대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울산대학교 본관앞에서 핏켓을 세우고 서서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노학연대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 울산대학교 본관앞에서 울산대학교 본관앞에서 핏켓을 세우고 서서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노학연대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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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학교에 요구한다.

1. 청소노동자도 일한 만큼 받고 최소한의 복지라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고용보장을 위해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라.

2. 노조활동은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교묘하게 기만하여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청소노동자의 목소리가 담긴 노조를 방해하지 말고 노조탄압 중단하라.

3. 울산 과학대 정년은 70세인데 울산대는 65세이다. 같은 재단임에도 불구하고 정년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것은 언제든 해고될 위험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런 위험도 모자라 정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일을 할 수 없는 것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부당행위다. 청소노동자의 정년을 70세로 보장하라.

울산대 청소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동자.학생 일동

그렇게 집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은 학생들을 데리고 쉬는 곳으로 가서 같이 점심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 먹는 점심을 보니 학생들이 참 기특하기까지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학생들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을 위해 나서준 것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공부하기도 바쁠 시간에,그것도 시험 기간임에도 함께 할 문건을 만들고 또 핏켓을 손수 만들어 나와 학교에 호소했습니다. 바람직한 대학생의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람찬 참관이었습니다.


태그:#울산대학교, #청소노동자, #노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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