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서 '지난해 수업기간 중 가장 더운 날에 교장실은 에어컨을 풀(full) 가동하고 특수학급은 에어컨을 틀지 못하게 하는 등 장애학생을 차별'한 사실이 확인돼 해당 교장을 징계할 것을 권고 받은 인천시교육청이 이미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교장에게 징계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장애학생을 차별하고 교사에게 성희롱과 폭언을 했다'는 등의 민원이 제기된 A초등학교 교장 B씨를 감사해 그 결과와 징계 처분 수위를 지난달 28일 B씨에게 통보했다고 11일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지난 6월 접수해 조사를 벌인 뒤 지난 5일 시교육청에 B 교장 징계를 권고했다.(관련기사 2017.12.06.)

인권위 조사 결과, 지난해 수업기간 중 기상청 관측상 인천에서 가장 더운 32.3도를 기록한 7월 21일에 A초등학교 교장실은 오전 9시 8분부터 오후 4시까지 에어컨을 풀(full) 가동했으나, 특수학급 2개 반 교실에는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았다.

당시 교장이 행정실 직원에게 전달한 에어컨 가동 시간표에는 특수학급 2개 반은 학습시간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것으로 적혀있었고, 교장은 특수학급 교사의 에어컨 가동 요구를 받고 이를 전달한 행정실 직원에게 화를 냈다.

이로 인해 장애학생들은 스스로 비장애학생과 비교해 차별받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됐고, 장애학생의 장루주머니(=배변주머니)를 갈아줘야 하는 학부모는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다른 장애학생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물을 계속 마시게 됐고, 어떤 장애학생은 온몸에 땀띠가 나기도 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교장이 특수학급 운영예산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특수교과운영비 예산 814만원 중 367만원(집행률 45%)만 집행했는데, 이렇게 남긴 예산을 복도 물 끓이기, 정보실 컴퓨터 구입, 책상 개선, 페인트 공사와 같은 신규 사업에 사용했다.

특히 장애학생 1인당 2만원이 소요되는 제과제빵 체험학습 계획을 보고한 특수교사에게 교장이 "지원을 과도하게 받으면 습관이 되고, 그 학생이 졸업하면 부모가 책임지게 된다. 이때 부모가 힘들어 자살하고 싶어질 것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사실로 조사됐다.

시교육청도 감사에서 국가인권위의 조사 결과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고, 아울러 교장(여성)이 남성 교사를 상대로 성희롱하거나 폭언했다는 민원 내용도 상당수 사실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초교 교사들은 'B 교장이 남성 교사의 엉덩이를 치거나 몸무게와 옷 사이즈를 물어보고 남자화장실을 자주 사용해, 화장실에서 자주 마주친 교사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민원을 냈다. 또한, 당시 민원에는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B 교장이 교사에게 "이럴 거면 나가서 학원 강사나 하라"거나 "3개월 차 신규교사보다 못하다"는 등의 폭언을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11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 취지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 결과와 징계 처분 수위를 B 교장에게 통보했다"며 "성희롱과 폭언 관련해서도 확인된 부분이 있지만, 아직 징계 수위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구체적 내용과 처분 수위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시사인천>과 <오마이뉴스> 등의 보도로 국가인권위의 조사 결과와 징계 권고가 알려지자, B 교장을 '파면' 징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A초교 교장 관련 사태 해결을 위한 인천대책위원회'도 파면을 촉구하는 서명을 온라인에서 받고 있는데, 11일 오후 1시 현재 약 1700명이 서명했다. 인천대책위는 오는 13일 오후 2시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면 징계를 촉구할 예정이다.

B 교장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다음달 28일 징계 처분이 확정돼, 시교육청은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징계위는 징계 의결을 요구받은 날부터 60일 안에 징계 요구안을 의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