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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같은 건축비뿐만 아니라 아파트 사업비에도 뻥튀기가 있다. 뻥튀기는 실제 공사비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나온다. 간접비 중 기타비용을 높게 잡는 방식인데, 신반포 센트럴 자이와 래미안강남포레스트의 경우 기타비용이 1000억 원을 넘겼다.

차근차근 짚어보자. 아파트 사업비는 공사비와 간접비를 합한 금액이다. 공사비는 아파트 골조 등 실제 시공에 필요한 비용이고, 간접비는 아파트 설계 등에 필요한 비용이다. 사업비는 아파트를 설계하고 짓는데 들이는 종합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간접비 항목 중에는 '특활비'와 비슷한 기타비용이란 게 있다. 이 기타비용은 아파트 설계도 아니고, 감리도 아닌 말 그대로 여러 잡다한 '기타' 비용을 넣은 것이다. 강남 분양 아파트들은 이 기타비용을 올려 사업비를 높인다. 어떤 비용이 포함되는지도 사실 불투명하다.

신반포센트럴자이, 기타사업비성 경비만 1000억 넘어

신반포 센트럴 자이는 이 기타비용이 1000억을 넘었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총 사업비 산출 내역서에 따르면, 이 단지의 총사업비는 3362억5779만2천원이었다. 총 사업비는 토목과 건축 등 공사비(1862억9713만 원), 설계와 감리 등 간접비(1402억7040만 원)를 합한 금액이다.

그런데 이 사업비 가운데 기타사업비성경비(아래 기타비용)는 1000억 원을 넘는다. 간접비 6개 항목(설계, 감리, 분양경비, 분담금, 보상비, 기타비) 가운데 기타비용은 1154억7983만 원으로 나타났다. 총 사업비(3362억 원)의 34.34%를 이 기타비용이 차지하고 있다.

기타비용은 제세공과금과 각종 수수료, 입주관리비 등 여러 항목이 포함한다. 항목 지정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각주에도 '수수료 등' 으로 범위를 넓게 잡고 있다. '수수료 등'이 붙으니, 건설사나 조합은 어떤 핑계로든 비용을 갖다 붙일 수 있는 것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기타사업비 항목 기준은 건설사마다 다르고, 용어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기타사업비에 포함되는 항목도 건설사(조합) 입맛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아파트 설계나 시공하는 것도 아닌 돈이 1000억 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GS건설은 사업비의 30%가 넘는 기타 비용에 대해 "최종적으로 설계 변경이 이뤄지게 되면 기타 비용 항목들은 다시 조정돼 반영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도 사정은 비슷하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총사업비 내역을 보면 기타비용은 1536억3113만 원으로 역시 10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이 단지 총사업비(8234억 원)의 18.65%로, 역시 적지 않은 비중이다.

공사비는 공공과 비슷하지만, 기타비용으로 분양가 격차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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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타비용이 없어지면 이들 단지의 공사비는 공공 아파트와 비슷하다. 세곡2지구(6단지)와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를 비교하면 뚜렷해진다. 세곡2지구는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지난 2014년 공급한 공공 분양 아파트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의 총사업비 산출 총괄표를 보면 단지의 공사비(간접비 제외)는 ㎡당 143만8319원이다. 건축과 토목, 기계, 조경, 승강기를 비롯해 전기통신공사 등 순수 공사에 들이는 비용이다. 기타비용 등 간접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세곡2지구와 비교해도 큰 차이 없는 금액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세곡2지구의 ㎡당 공사비는 136만 원이다. 마찬가지로 간접비를 제외한 건설과 전기 등 공사비만 추린 금액이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와 비교하면 불과 7만~8만 원 저렴한 수준이다.

그런데 기타비용을 포함한 간접비가 들어가면서, 비용 격차는 커진다. 1000억 원대의 기타비용이 포함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의 사업비는 ㎡당 192만5500원이다. 간접비를 포함한 세곡2지구의 사업비는 ㎡당 141만5000원이었다. ㎡당 격차가 50만 원 수준으로 벌어진다.

벌어진 사업비 격차는 분양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세곡 2지구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200만~1300만 원 수준이었지만,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3.3㎡당 4200만 원대였다. '기타비용'의 거품이 만들어낸 마법이라고 볼 수 있다.

건설사 "금융비용 등 포함된 것", 시민단체 "건설사 입맛에 맞춰 책정"

건설사들은 금융비용 등이 포함되면서 기타비용이 증가한다고 해명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파트 사업에 필요한 돈을 조합(시행사) 대신 건설사가 빌리는데, 공사 기간 동안 금융비용(이자)이 포함된 것"이라면서 "금융비용을 비롯해 공공시설 건립, 아파트 브랜드 홍보 등에 필요한 비용도 포함돼 있다"라고 말했다.

해명을 정리하면, 이런저런 비용을 다 '기타비용'에 넣는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기타비용'에 대한 거품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기타 비용' 논란 종식을 위해 분양원가 항목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분양가를 항목별로 공개하도록 하면, 건설사들이 맘대로 가격을 올려붙이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팀장은 "기타사업비성경비의 세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으니까 사업성 경비를 자기네 입맛에 맞춰서 올리고 있다"면서 "재건축 단지 분양가가 자율화되니까 공사비를 줄이고 간접비 부분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그:#아파트 건축비, #기타비용,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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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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