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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시장실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도서관 비정규직 노동자들.
 고양 시장실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도서관 비정규직 노동자들.
ⓒ 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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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간 고양시 소재 도서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 A씨(여성)는 지난 7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정부 발표를 듣고 환호했다.

그러나 그 환호는 몇 달 뒤, 긴 한숨으로 바뀌었다.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현재 근무하고 있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7월 20일 기준 '현재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1년간 약 10개 월씩 근로 계약을 체결하며 도서관에서 뜨문뜨문 일했다. 3년 동안 23개월 이상 근무를 금지한 '고양시 보조 인력운영방침' 때문에 계속 근무 할 수 없어서다.

그는 운 나쁘게도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일(2017년 7월 20일)에 재직을 하지 않아서 탈락했다. 근무를 못 하는 기간에는 하루 4시간 일하고 차비와 밥값으로 1만 1000원(2013년 이전에는 8000원)을 받으며 자원봉사를 했다.

따져 보니 11년간 월급을 받고 근무한 기간은 48개월이고, 나머지 58개월은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강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취업을 할 때 가산점으로 작용해 자원봉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7월 20일에 재직하고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부분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됐다. 그중에는 단 4개월 근무한 이도 있다.

고양시 도서관에는 현재 30여 명이 A씨와 같은 처지에 놓였다.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을 근무했다. A씨는 11년으로 가장 오래 근무한 사람이다.

이들은 20일 '고양시는 원칙 없는 정규직 전환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시장실 앞에서 진을 치고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들의 반발은 점점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6년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도 정규직 전환대상이 되지 못한 B씨는 20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지속해서 시장이나, 아니면 전환심의위원회 위원장인 부시장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22일에는 고양시청 앞에서 집회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양시가 이들을 정규직 대상자로 지정할 계획이 없어, 충돌이 예상된다.

고양시 관계자는 20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 문제로 전환심의위원회에서 격론이 오갔고, 의결 사항은 원칙대로 (정부 방침대로) 하자는 것이었다. 이분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별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태그:#정규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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