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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왼쪽)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가 '정보공개'에 대한 대담을 앞 두고 함께 자리하고 있다.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왼쪽)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가 '정보공개'에 대한 대담을 앞 두고 함께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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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부 3.0(공공정보개방정책)은 사실 마이너스(-) 3.0이었다."
"정권이 바뀌면 제일 먼저 바뀌는 게 정보공개청구 정책이더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정보공개(실상)는 처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철을 밟지 않을 거라 믿는다."

'정부별 정보공개 정책'을 둘러싼 관련 전문가들 평가다. 2016년 12월 헌정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반 년 빨라진 5·9 조기 대선, 새로운 19대 대통령의 당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부터 문재인 현 대통령의 당선까지, 정치권을 비롯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만 11개월 넘는 시간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탄핵안 가결로부터 340일을 넘긴 지금, 투명한 국정 운영의 표본인 정보공개청구 제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관련한 '꾼과 꾼'이 만났다. 박근혜 정부 정책에 대해 "처참했다"고 표현한 이들은, 문재인 정부엔 "태도가 하늘과 땅 차이"라며 합격점을 줬다. <오마이뉴스>는 탄핵안 가결 1년을 맞아 정보공개청구 전문가로 꼽히는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 공공기관에 1000번 이상의 공개청구로 알려진 송기호 변호사(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를 초청해 대담을 마련했다. 지난 1일 만난 이들은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비교하며 정보공개청구 제도가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을 논했다.

[정보공개청구의 과거·현재] "공무원들의 정보 사유화, 외교 적폐 깨고 싶었다"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오른쪽)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오른쪽)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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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분 다 정보공개청구로 이름을 알렸다. 정보공개청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전진한 소장(아래 전진한) : 대구에서 이주민 관련 활동을 하다가 참여연대 공채로 합격했는데, 처음 배치받은 곳이 정보공개사업단이었다. 당시 기업공개 등이 이슈화되는 상황을 보니까 정보공개와 관련해 시민운동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면 공무원들은 이상할 정도로 정보를 숨기려고 한다. 그 정도로 회의록을 남기는 문화가 거의 없었는데, 제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해 2년을 준비한 뒤 '투명사회 정보공개센터'를 열었다.

송기호 변호사(아래 송기호) : 저는 원래 농업을 하다가 잘 안 돼서 변호사 개업을 하게 됐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관심이 자꾸 농촌 분야로 가더라. 정보공개청구를 처음에는 GMO(유전자 조작 농산물) 안전성을 판단하는 평가위원 명단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농업에서 시작해 식품 안전 분야 정보공개청구로 나갔다. 어떤 농·수산물이 안전한지, 그걸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판단하는지 등 농업과 관련한 정보공개청구를 중요하게 생각해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 자신에게 정보공개청구가 왜 중요한지, 어떤 면에서 중요한지 설명한다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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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 저는 공무원들의 정보 독점을 깨고 싶었다. 정보를 감추고 자기들끼리 사유화하는, 이런 게 과거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정부) 체제를 유지하게 한 중요한 하나의 기둥이었다고 본다.

특히, 대부분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결정 배경에는 반드시 철저한 '정보 통제'가 있더라. 재작년 12월 28일 한일 공동 발표(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만 봐도, 이면에 별도의 합의가 있다는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지 않나. 저는 그런 '외교 적폐'를 깨고 싶었다.

전진한 : 저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국정화 교과서 관련 정보공개도 중요하게 봤는데, 당시에 대체 누가 참여해서 만드는지 그 편찬심의위원을 공개하지 않더라. 본인들도 부끄러워했고, 그래서 극렬하게 정보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안다. 교과서를 누가 쓰는지 공개하는 건 상식적인 일 아닌가. 그런데 그걸 안 하더라.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도 그렇다. 특히 이건 잘 모르는 외국 일이라 정보가 막혀 있기 쉽다. 이 분(이명박 전 대통령)이, 가만 보면 한국인이 거의 가지 않는 곳에서 자원외교를 하더라. 한 번 가보기도 힘든 볼리비아 정보를 국민들이 어떻게 알겠나. 특히 이 분이 국민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을 일부러 찾아간게 아닌가 싶다.

- 두 분 다 집요한 정보공개청구로 유명한데. 언제 가장 보람을 느꼈나.

송기호 : 국제통상 분야 등은 중요한데도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용어나 구조 탓에 정보 왜곡이 매우 심한 편인데, 잘못된 외교 통상의 실체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확인한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2008년 쇠고기 파동 때 정보공개를 통해, 제가 최초로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보낸 자체 역학조사 보고서 40쪽을 봤다. 아무래도 일반 시민들이 범접하기 어렵게 만든, 신성하다고도 할 수 있을, 허구적인 틀에 균열을 가하고 시민들이 들여다보게 할 때 가장 보람이 컸다.

당시 이명박 정부에선 들어와선 안 될 쇠고기 부위들이 들어온 데 대해 '휴먼 에러', 즉 인간적이고 미미한 실수였다고 해명했는데, 소송을 통해 역학보고서를 받아 보니 인간적인 에러가 아니고 시스템의 에러더라. 그걸 번역해서 띄웠다. 국제 통상 분야가 특정인과 특정 부서의 전유물로 인식돼온 관행과 틀을 깬 게 정보공개의 힘이었다고 본다. 낡은 관행과 틀을 깨는 데 정보공개청구가 역할을 할 때 가장 보람이 있다.

전진한 : 이전에 아는 기자가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가 제게 가져와 제가 대신 공개한 적이 있다. 일반 지자체에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고 청구했는데, 거기에 해당 공무원이 기자들에게 촌지를 준 게 들어가 있었던 거다. 문제는 거기에 동료 기자의 이름이 있었다. 기자가 고민하다가 제게 가져왔고, 결국 이걸 공개해 난리가 난 적이 있다.

- 정보공개청구로 얻은 대표적 성과가 있다면.

송기호 : 제일 분노했던 동시에 가장 의미 있게 느꼈던 일 중 하나가 미국산 쇠고기 관련해서다. 이것도 실은 매우 상식적인 청구였다. 당시 정부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속여 파는 업소를 단속했는데, 결과를 공개 청구하니 '영업 비밀'이라며 적발된 곳 이름을 비공개하더라. 행정 소송까지 가니 재판부도 정부를 질타했다. '단속한 결과를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데 왜 공유하지 않느냐'는 거다. 결국, 제가 승소했다.

전진한 : 저도 서울시를 상대로 원산지를 허위 표시한 식당명을 청구했다가 계속 비공개하기에 소송을 건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1년 전 이미 서울시 관련 홈페이지에 이미 공표된 정보였던 적이 있었다(일동 웃음). 해당 공무원은 자신도 잘 몰랐다면서, 나중에야 정보가 있는 홈페이지 주소를 찍어주더라.

쇠고기 파동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마음에 안 들면 안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나 당시 원산지 표기가 너무 엉망이었다. 여기에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은 아예 고기 자체를 아예 못 먹기도 했으니까. 그만큼 MB정부 땐 이게 어디서 수입됐고 어디로 퍼져나갈지도 몰랐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부지불식간에, 모르고 먹을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더라.

- 관련법이 있음에도 왜 일부 공무원들은 정보 공개를 꺼리는 걸까.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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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 기초단체나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선, 할 수 있고 가능하기만 하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아주 사소한 것조차도 말이다.

지금 정보공개청구 제도가 시스템화돼 있어서 비공개 결정이 나오면 누구나 손쉽게 바로 이의신청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걸 차단하겠다며 제목에는 '공개'라 써놓고 정작 내용에서는 비공개하는 황당한 경우도 봤다. 뭐라고 해야 할까, 현행 법제도 안에서도 공무원들은 가능한 한 철저히 저항하고 있는 거다.

전진한 : 그건 정보공개의 여부가 자기 권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공개를 결정하고 윗선에 보고하는 게 자기 권한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게 권력이라고 생각하니 외부에 이걸 안 알려주는 거다.

송기호 : 국가안보 등 특수 분야에선 정보 공개 시점이 관리돼야 할 정보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 상황은, 특수 정보가 공개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게 문제다. 지금은 생활 안전, 즉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정보조차도 철저하게 가려져 있다. 정보 공개 시점을 고민하기 이전에 필수적인 정보부터 꼭 공개해야 한다.

- 박근혜 정부는 공공정보를 개방·공유하는 '정부3.0' 정책을 폈다. 어떻게 평가하나.

전진한 : 박근혜 '정부 3.0'은 사실 서울시 정보공개로부터 시작된 거다. 앞서 서울시가 정보공개 2.0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제가 위원이었다. 그때 <오마이뉴스>에 '정부 2.0을 오바마도 시행 중'이라며 관련 기사를 쓰기도 했다. 그걸 좋게 본 박근혜 정부 참모가 박 대통령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가져간 것이다.  그런데 발표를 하려는 차에 누군가 '왜 서울시를 따라 하느냐'고 해서, 2.0이 아닌 '정부3.0'이 된 거다.

송기호 : 그때 저는 왜 갑자기 '정부3.0'인지 굉장히 궁금했다. 이게 이전 정부로부터 이어진 건가, '3.0'이라는 게 갑자기 어디서 나왔다 했더니 이거였구나. 정말 박근혜스럽다.(웃음).

전진한 : 당시 박 대통령 당선되고 나서 '3.0이 뭐냐, 어떻게 해야 하느냐'면서 공무원들이 저를 엄청 많이 찾아왔었다. 당시 세월호 참사가 나기 전까진 제가 관련 강의를 매우 많이 했는데, 만나면 공무원들도 막 웃었다. 자기들도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서울시가 하는 걸 온 정부 부처가 해야 하는데 할 수 있었겠나. 사이트에서 개인정보 노출되고 난리가 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한, 최고의 코미디 같은 정책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원래 정보공개 사업단을 처음 만드셨던 분이라 이해도가 매우 깊다. 정보공개 관련된 시스템, 조직부터 만들자는 말에 동의했고, 그렇게 시작해 지금은 공개된 내용을 디지털 아카이빙(저장) 작업을 하기 위해 서울기록원을 만들고 있다. 그런 식으로 단계별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가 그걸 알았겠나. 정보공개청구조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들, 일부 교수들 초대해 물어보는 게 전부였다.

송기호 : 제가 박근혜 정부 때,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오염 검역 관련해 일본 후쿠시마 현지 조사를 다녀온 보고서를 청구했는데 비공개된 적이 있었다. 말로는 '정부3.0'이라면서도 보고서는 비공개인 거다. 그러더니 곧 나온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술래잡기하듯 하다가 끝내 안 내놔서 소송을 했더니, 보고서가 아예 없다더라. 소송이 질 것 같으니까 재판장에 '보고서 중단'이란 회의록을 제출했더라. 보고서를 아예 안 만든 거다. 참 정말, 이건 3.0 정책이 아니라 마이너스(-) 3.0이라고 느꼈다.

세월호 관해서도, 저는 당시 황교안 대행이 세월호 문서 목록조차 봉인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첫 재판 때 재판장도 그러더라. '이게 뭐냐, 목록이 대체 무슨 보호 가치가 있어서 지정기록물로 해놓는 거냐'고. 박근혜 정부의 '정부3.0'은 형식-내용의 큰 괴리를 보여줬다. 사실 이 말도 신사적이다. 심하게 말하면 '국민을 상대로 한 거대한 속임수'라고 해야 할까, 실제 사는 곳과는 전혀 다른, 모델하우스였다고 할 수 있다.

- 국정원 NLL대화록(남북정상회담) 공개 등 기록물 관련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오른쪽)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가 '정보공개'에 대한 대담을 앞 두고 함께 자리하고 있다.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오른쪽)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가 '정보공개'에 대한 대담을 앞 두고 함께 자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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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 굉장히 안 좋은 사례다. 그건 1급 비밀인데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이걸 공개해버렸다. 원래 1급 비밀이라는 건 전쟁이 나거나 외교가 단절될 수 있는 기록이다. 근데 국정원 댓글 사건 탓에 자신들이 불리해지니까, 대선에서 이기려고 그걸 다 베껴 와서 읽었다. 나라를 절단 내려고 한 굉장히 안 좋은 사례 중 하나다.

2007년 일도 그렇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봉하마을에 열람시설을 설치해달라고 했는데 국가기록원이 예산이 없다며 설치를 안 해줬고, 전자기록 사본 1부를 가져가겠다고 협의했다고 들었다. 국가기록원을 키우고 승격시킨 게 노 전 대통령이었다. 본인이 애정을 쏟았던 조직에서 고발을 당한 사건으로 지금 국가기록원 개혁TF팀도 이 건을 주요한 조사 사건으로 보고 있다.

송기호 : NLL대화록 공개는 대선을 앞두고 특정한 집단이 정보를 사유화한 사건이다. 정보에는 공공재 성격이 있고 국가 안보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비밀이 유지돼야 할 때도 있는 데, 그렇게 자신들 필요에 따라 정보를 요리해서 유통시키게 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공개돼야 할 정보와 비밀이 유지돼야 할 정보 사이 구분이 흐트러진다.

[정보공개청구의 미래] "문 정부, 공개 의지 커...정보공개 상벌 시스템 정비했으면"

- 정보공개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어떻게 달라졌나.

전진한 : 서울시는 지금 5년째, 공무원 생산 문서 중 결재가 완료된 문서를 최대한 공개하고 있다. 처음엔 공무원들이 엄청 충격에 빠졌는데,지금은 다르다. 이들은 이제 자신이 만든 문서가 언제든 공개될 수 있고, 비공개된 문서도 이의신청을 통해 공개될 수 있다는 걸 안다. 적어도 서울시 공무원들은 본인이 생산한 문서가 영원히 비공개일 거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건 이전과 하늘과 땅 차이다.

이번에 제가 청와대 정보공개 청구 심의위원으로 갔는데, 알고 보니 심의위를 10년 동안 연 적이 없었다. 처음이라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데, 이번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청와대 정보목록을 공개했다. 이건 매우 큰 결정이다. 더구나 심의회가 7명 중 외부자가 4명으로 내부 3명보다 더 많다. 정보공개 의지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청와대가 공개하는데 다른 기관들이 안 할 수 있겠나? 그건 말이 안 된다.

예전에 서울시에서도 정보공개청구와 관련해 보상 시스템을 확실히 마련해 잘 하는 부서들을 뽑아 상금을 주곤 했다. 참여정부 때도 정보공개는 정부 부처별 중요한 평가 자료였다. 부처 평가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데 공무원들이 하려고 하겠나? 정보가 일반에 공개될수록 공무원인 내게, 사회 전반에도 이익이라는 걸 문재인 정부가 확실히 알렸으면 한다.

정보공개가 점차 확산되면서 한국 사회가 얼마나 좋게 변화됐는지, 한미 FTA와 한일 위안부 합의 등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들이 공개되면서 국민의 안전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등을 더 알렸으면 좋겠다.

송기호 : 중국의 법학자들도 한국의 현 정보공개청구 제도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공직자 재산공개 등이 정치 체제와 직결될 수 있어 매우 민감한데, 중국도 이제는 일정한 시스템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이 한국 법제도를 참고하는 등 굉장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우리 정보공개법이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한 가지, 정보공개법 소송하면서 느끼는 게 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비해서 상당히 정보공개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모든 공무원의 자세가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지방정부까지 '비공개하고 대충 넘어가도 된다'는 마음이 들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현행 정보공개청구 제도에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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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 시민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다 막히면 이의신청을 하고, 그 단계에서도 해소가 안 되면 소송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일반 시민들에겐 좀 비싸다. 내야 하는 인지대가 30만 원 정도 된다. 이 점이 시민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제안이 있다. 정보공개청구는 대부분 공익적 목적이 많다.  법원이 공익과 관련된 정보공개소송 인지대를 없애면 어떨까. 시민들에게 부담이 가는 인지대를 없애고, 소송으로 갈 경우 국선 변호인을 붙이는 거다(현행법상에는 국선 변호는 형사사건에만 해당됨). 또 하나, 현재 정부 부처가 보유한 정보의 존재, 즉 정보가 있는지 입증책임을 부처에 맡기고 있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이들이 알면서도 고의로 '없다'며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방해했을 때엔 처벌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진한 : 그런 점을 포함해, 정보공개법 관련한 개정안을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재 준비 중인 걸로 안다. 정보공개 이의신청 시에는 특히 관련 공무원들이 대면 회의를 의무적으로 하고, 그 과정을 회의록으로 남기는 것도 포함돼 있다.

- '알 권리'가 남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무조건적인 공개가 '알 권리'는 아닌 것 같다.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
 알권리연구소 전진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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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 한국은 지금 '알 권리 남용'을 논하기엔 이르다. 그 정도 수준도 아니다. 앞서 말했듯 지금은 정보의 독점, 정보의 사유화가 더 큰 문제다. 시민을 위해 공개해야 할 정보는 극단적으로 막아내고, 오히려 정보를 사적으로 유용하는 사례가 많다. 정보는 어떤 한 사회의 틀을 유지하고 개혁하는 데에 근본적 역할을 한다. 이렇듯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선 안 된다.

전진한 : '알 권리'는 공개할 정보와 비공개할 정보를 잘 구분하는 데 있다. 일례로 이전에 동성애 반대 단체가 '서울시에 에이즈 환자가 몇 명이며 모두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려달라'고 청구한 적도 있다. 이건 혐오를 일으킬 수 있는 정보공개일 뿐 아니라, 개인 의료정보라 매우 조심해야 한다. 공개가 필요한 정보와 아닌 정보들을 잘 구분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정권의 성향이나 진영이 바뀔 때마다 입장이 달라지면 문제가 된다.

'공공 정보', 말 그대로 공공을 위한 정보는 공유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생활 환경과 관련된 내용이다. 아이들 학교 옆 가로수에 어떤 농약을 사용하는지, 유치원 급식 속 생선의 원산지는 어디인지 알 필요가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도 그렇다. 그 전에 환경단체들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는데, 흐지부지하다가 도대체 몇 명이 죽었나. 생활화학과 안전 관련한 정보는 정말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거다.

- '손가락 주권 운동'처럼, 시민들이 해볼 수 있는 정보공개청구가 있을까.

송기호 : 저는 처음부터 크게 들어가기보다는 하나씩, 내가 아는 지식을 근거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비공개가 나오면 반드시 날짜를 점검하면서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 끈질긴 추적이 정보공개 참여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시민들이 생활안전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해봤으면 좋겠다. 이건 실생활과 가까우면서도 정보공개 사이트(링크)에서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청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어린이집과 아파트 놀이터의 생활 화학제품 등과 관련해 지자체 혹은 부처에서 조사했는지 물어보는 거다. 어릴 때부터 화학물질이나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걸 아파트 부녀회 등에서 한 번 시험 삼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전진한 : 실제로 예전에 서울시에서 아이들 놀이터 관련 안전조사를 해놓고 결과를 비공개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 건과 관련해 <서울신문>이 이를 지적하는 기사를 썼고, 결국 서울시 전 공무원에게 정보 공개마인드 재교육을 했다. 시민들이 자주 가는 공원 등 생활 안전 문제 등은 더 정보를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관련 사이트 참고]
정보공개청구 포털 https://www.open.go.kr/
국회 정보공개청구 https://open.assembly.go.kr:442/main.do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청구센터 http://www.opengirok.or.kr/ 


태그:#문재인 정보공개청구, #이명박근혜 적폐, #정보공개청구 제도, #전진한 송기호, #알권리, 정보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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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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