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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이 글을 해외에서 접하게 되시겠군요. 최근 들려오는 여러 가지 소식들로 많이 혼란스러우실 줄 압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잘 되고 있는 것은 더욱 잘 되도록 개선시켜나가야겠지요. 이것이 '발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와중에 나왔다는 당신의 발언은 제 귀를 의심하게 했습니다.

"나라가 과거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우리의 과거가 모인 결과입니다. 1960년의 4월 혁명과, 1980년의 5월 광주와 1987년의 6월 항쟁이라는 역사적 과거가 있어서 현재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듯이 말입니다. 따라서 과거는 과거의 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이 과거를 계속해서 기억하고 기리는 이유가 바로, 이 과거들이 현재의 우리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청산해야 할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면, 바로 그 '청산하지 못한 어두운 과거'가 우리의 현재를 규정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의 잘못을, '현재에'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과거'가 말그대로 '과거'가 되려면

만에 하나, 과거가 말 그대로 과거로 끝나려면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잘못한 사람은 그에 합당한 벌을 받고, 피해자들은 마음의 위로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과거의 일로 인해 지금까지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이 일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고통'입니다. 진상규명도,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응징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곧 '지금의 문제'입니다. 이 분들 뿐이겠습니까. 5월 광주를 겪었던 사람들 또한, 이미 37년 전의 일이나, 역시 지금도 고통 받고 계십니다.

'과거'라는 이유로, '어제의 일'이라는 이유로 덮고 지나간다면 이 나라는 어찌 되겠습니까. '과거'이기 때문에 '정치공작'과 '선거개입'을 덮고, '뇌물수수'를 덮고, '언론장악'을 덮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미래에 또 일어나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것이야말로 나라가 '청산하지 못한' 과거에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지 않겠습니까.

나라가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으려면, 간단합니다. 지난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필요할 뿐입니다. 과거의 일에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부정부패세력이 또 다시 활개를 쳐도 괜찮을 것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다."

어느 전 대통령의 역사인식이었습니다. 당시, 그리고 지금도 많은 논란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굴곡진 역사를 간명하게 잘 표현해낸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들은 모두 정의와는 거리가 먼, 자신의 집권욕만을 위해 움직인 인물들이었고, 이들이 최고권력자의 위치에 올랐었습니다. 기회주의자들의 연이은 집권. 이것은, 단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승만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이 그야말로 철저하게 처벌받았다면, 박정희가 또 다시 독재정치를 시도할 수 있었을까요. 박정희 대통령과 그 하수인들, 정치군인들이 모두 단죄되었다면, '신군부'의 등장이 가능했을까요. 아버지의 후광을 입은 그의 딸이 그 정치적 자산을 근거로 집권을 하는 것이 가능했을까요. 단죄되지 않는 과거는 이렇게 계속 나라를 어지럽힙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의 반복을 우리는 끝장내야 합니다. 더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열쇠는, 바로 당신이 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권 시절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이 '질곡된 역사'를 끝내는 첫걸음입니다. '나라가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게 하는', 가장 확실한 애국의 길입니다. 당신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물론, 출국계획을 잡으신 것으로 봐서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으신 것 같지만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라는 플랫폼에도 게시할 예정입니다.



태그:#이명박, #기회주의, #과거,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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