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

포토뉴스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 놓인 촛불들 촛불파티 참가자들이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 촛불을 내려놓았다. ⓒ 장성열
박근혜가 탄핵당한 지 반년이 넘었고, '촛불'이 시작된 지 꼬박 일 년이 지났다. 그동안 최순실을 비롯한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줄줄이 구속되었고, 불과 얼마 전까지 청와대의 주인이었던 박근혜 또한 구속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어찌 보면 당연하게, '광화문 대통령' 이미지의 문재인 후보가 지난 5월 조기 대선에서 당선되었다.
촛불파티에 참가한 가족 한 가족이 10월 28일 열린 '촛불파티'에 참가해 촛붏을 들고 있다. ⓒ 장성열
촛불을 든 '촛불파티' 스태프 한 촛불파티 스태프가 자유한국당 당사 앞으로의 행진이 끝나고, 촛불을 들고 서 있다. ⓒ 장성열
지난 10월 28일, 촛불집회가 매 주말 열려왔던 광화문 광장과 촛불집회가 처음 시작되었다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각각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촛불집회를 되새기는 의미의, 여의도에서는 이른바 '수구좌파'와 결별한다는 시민들의 '촛불파티'가 열렸다. 나는 그중에서 여의도에서 열린 촛불파티에 다녀왔다.

촛불파티는 수구좌파, 운동권 등 정치세력과 결별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든 '파티'라는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분위기는 활발했다. 행사에 모인 약 7천여 명의 참가자들 사이에, 구호를 외치거나 행진을 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자신들의 손으로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는, 일종의 뿌듯함 또한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문재인 지지자' 위주로 진행... 장애인이나 여성 위한 배려도 아쉬워
사탕을 나눠주는 촛불파티 스태프 한 촛불파티 스태프가 참가자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 장성열
하지만 아쉬운 지점 또한 존재했다. 요약하자면 너무 '폐쇄적'이었다는 것인데, 먼저 지난 1년간 촛불 광장을 함께 만들어 왔던 다른 세력들을 배제했고 그것을 '작별'했다고 불렀다는 점이다.

지난 촛불광장에는 (28일에 여의도에 있었던) 사람들 말고도, 노동자, 농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많은 시민들이 함께 촛불을 들었는데, '촛불파티'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거대 정치세력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위주로 모였고, 그러한 아젠다를 가지고 진행되었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직접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옷이나 피켓, 소품을 들고나온 참가자들이 많았고 발언자들 중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자신의 손으로 뽑았다'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자신들, 즉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진보 세력을 모두 자신들이 작별해야 하는 대상인 '수구좌파'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자유한국당 당사로 행진하는 촛불파티 참가자들 촛불파티 참가자들이 자유한국당 당사로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 장성열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묵념하는 '촛불파티' 참가자들 '촛불파티' 참가자들이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 장성열
그리고 한편으로는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사회자는 지속적으로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모두 일어나주세요" 같은 말을 했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이나 문자통역이 없었다. 통로가 좁아 휠체어를 탄 참가자가 있다면 이동에 제한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행진의 속도 빠른 편이었기 때문에, 만일 장애인 참가자가 있었다면 행진에 제대로 참여하기 힘들었을 것 같았다.

그 외에도, 무대에 올랐던 사람들 중에는 여성이었던 사회자 말고는 모두가 남성이었다. 또 자유발언을 하기 위해 올라온 발언자들 중 얼굴을 가린 사람이 있었는데 사회자가 은근히 얼굴을 드러낼 것을 요구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지속적으로 하기도 했다.

'정권 비판과 감시' 성과 자축한 자리, 앞으로도 시민의 감시 이어지길
"다스는 누구껍니까?" 피켓을 든 참가자 한 참가자가 "다스는 누구껍니까?" 피켓을 들고 있다. ⓒ 장성열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 피켓을 내려놓는 '촛불파티' 참가자 한 참가자가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 놓인 테이블에 피켓을 내려놓고 있다. ⓒ 장성열
"다스는 누구껍니까?" 피켓을 든 부자 한 부자가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다스는 누구껍니까?"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 장성열
또, '다스 체조'를 하거나 "다스는 누구 거?"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고, 자유한국당 당사 앞까지 행진해 묵념을 하고 준비된 테이블에 헌화를 하고 구호를 외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이명박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보다는 일종의 '조롱'에만 머물렀다는, 그래서 생산적인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고, 자유한국당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다는 정보 없이 그저 조롱의 대상으로만 삼았다는 것이다.
'이문덕' 플래카드를 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문덕'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장성열
피켓을 든 참가자 한 참가자가 "광화문 대통령 문재인 사랑해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장성열
비록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촛불 1주년을 기념하는 파티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모두가 촛불의 성과를 함께 나누고 기념하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촛불을 들고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했던 것처럼, 앞으로의 정권도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잘 감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태그:#촛불파티, #촛붏집회, #촛불, #1주년, #민주주의
댓글5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글로 기억하는 정치학도, 사진가. 아나키즘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장자리(Frontier) 라는 다큐멘터리/르포르타주 사진가 팀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