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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려고 계획중인 월평동 공원
 대전시가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려고 계획중인 월평동 공원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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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갑천변에 있는 월평동 산성은 삼국시대 웅진에서 한밭벌을 통해 동부 산성으로 가는 길목 웅진로가 지나는 곳이다. <삼국사기> 문무왕 2년, '노사지성(奴斯只城)에 백제의 잔적들이 모여 있어 흠순(欽純)등 19 장수를 보내 토벌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노사지성은 월평동 산성으로 비정된다.

월평동산성 일대는 5세기 후반부터 7세기까지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시대 대전 일대에서 삼국의 치열했던 역사적 상황을 잘 간직한 유적이다. 인근 정수장 공사현장이었던 월평동유적(1994~1995) 목곽에서는 양이두가, 월평동산성(2000~2001)에서는 고구려 토기가 다수 발굴됐다. 남쪽 능선상의 방어용 호나 책시설과 성벽 등이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 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대전시(시장 권선택)는 지난해 12월 월평공원갈마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아파트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 및 시민사회와의 소통 부재는 물론 일방적인 불통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2020년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대전시와 민간 사업자가 갈마동 도솔산에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해 사업수익으로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발계획이다.

전문가 의견 "하루 빨리 국가사적으로 지정, 보호해야"

월평동유적지에서 발견된 목곽
 월평동유적지에서 발견된 목곽
ⓒ 안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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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동 유적지에서 발굴된 고구려식 토기
 월평동 유적지에서 발굴된 고구려식 토기
ⓒ 안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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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월평공원 사업지구에는 월평동산성(대전시 기념물 제7호)과 마봉재보루(대전시문화재자료 제56호), 도솔산보루(대전시 문화재자료 제55호) 등 산성문화재가 사업지구에 인접해 있다. 개발이 진행된다면 문화재에 대한 심각한 역사문화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갑천변 수변경관이 뛰어난 도솔산일원 월평공원은 산성과 보루 등 관방시설과 마봉재보루에서 이어진 능선을 따라 괴정동의 청동기, 둔산선사유적지 등 대전의 선사문화가 활발하게 꽃피웠던 '역사문화벨트'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금강 방어선을 뚫고 남하하는 북한 인민군을 상대로 갑천을 방어선으로 삼아 대전을 사수하기 위해 미 24사단이 치열한 격전을 벌였던 역사적인 장소다.

대전시도 현재 월평동산성을 국가사적으로 지정하기 위한 용역을 추진 중에 있으며, 지난 6월 23일 '대전광역시 문화유산 학술대회'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이 월평동산성에 대한 의미와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 발굴과 학술대회 발제에도 참여한 한 전문가는 "월평동산성이 하루 빨리 국가사적으로 지정돼 가속화되고 있는 도시개발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고, 전 국민의 역사·문화 향유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전시는 오매불망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

 대전시 문화유산학술대회에서 소개된_월평산성 유적
 대전시 문화유산학술대회에서 소개된_월평산성 유적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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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역주민은 물론 시민사회가 개발사업에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7월 6일 대전의 문화유산단체들과 월평공원 대규모아파트 건설저지 시민대책위, 월평공원 대규모 아파트 건설저지를 위한 갈마동 주민대책위원회는 대전시청 앞에서 월평공원 민간공원 특례사업 반대 문화재 보존 대책 촉구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대책위는 대전시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제4조 3항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개발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경우 문화재나 문화재의 보호물, 보호구역 및 역사문화환경이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상기하라고 요구했다.

사업지구에는 500여 년 전 백제의 꿈과 부흥운동의 역사가 잠들어 있다. 대전 시가와 천변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경관의 고대 산성들이 도심 한가운데 보물처럼 숨어 있다. 즉 선사문화와 관방유적들이 산재한 역사문화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역사유적은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 주변의 환경이 제대로 보존됐을 때, 그 진정성과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월평공원과 갑천에는 미호종개, 수달, 황조롱이, 맹꽁이 등 법적 보호종이 10종이상과 야생동물이 800종 이상 서식하고 있다. 대전의 '생태섬'이자 대전의 '허파'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 이 때문이다.

'대전 보물' 지키려면 아파트 사업부터 백지화해야

이제 이 숨어 있는 보물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 월평동 내사지성에서는 백제와 신라가 평화 시 활발한 교역을 벌였던 것처럼 내사지 장터를 열자. 그리고 월평산성 앞 웅진도에서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동부산성으로 향하던 동성왕과 성왕이 그랬던 것처럼 군사 퍼레이드를 재연해보자.

그 출발점은 개발 사업의 백지화다. 1970년대 개발논리에 망가진 대전 박팽년 유허지와 남간정사 일대의 역사유적환경의 훼손과 개발논리에 이름만 남아있는 송촌동 일원의 교훈을 다시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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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백남우님은 '옛터를 생각하고 돌아보는 모임 '사무국장입니다.



태그:#월평공원, #산성문화재, #월평동산성, #대전시, #도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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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2017 오마이뉴스 전국 일주 '지역이 희망이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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