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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이 페이스북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을 적폐 세력이라고 댓글을 단 중학교 교장을 징계하려 해 논란이 인 가운데, 시교육청이 이번엔 해당 교장이 징계 추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한 것은 복무규정 위반이라며 '주의' 처분하려 해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보선 석남중학교 교장은 지난 6월 페이스북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을 '적폐 세력'이라고 비판하고,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성공과 교원노동조합 합법화 등을 촉구하는 글과 댓글을 올렸다.

이를 눈여겨본 한 지역 언론이 '공립중학교 교장 정치색 짙은 SNS'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고, 시교육청은 감사를 벌여 고 교장이 '공직선거법 9조 공무원의 중립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경징계'를 의결해 달라고 징계위원회에 요청, 이달 말께 징계위가 열릴 예정이다.

이에 고 교장은 반발했고,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징계 저지를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9월 20일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계 추진 철회와 교사ㆍ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교장은 "교사나 공무원은 사적 공간인 페이스북에 정부나 정당이 잘못하는 것을 비판하고 잘하는 것을 칭찬하는 글을 쓰지도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시교육청은 구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고, 지난 정부에서 교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사용했던 적폐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반민주적 징계 처분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보선 교장 부당징계 저지 인천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9월 20일 인천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ㆍ공무원의 정치적 표현 자유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고보선 교장 부당징계 저지 인천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9월 20일 인천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ㆍ공무원의 정치적 표현 자유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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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교장은 이날 외출 사유서에 '개인 신상 관련 기자회견 참석'이라고 작성하고 외출했다. 이를 두고 시교육청은 복무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주의' 처분하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 교원인사과는 지난 12일 각 지역교육지원청에 '외출이나 연가 등을 개인 사유로 제출하고 집회에 참석하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원칙에 따라 처분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무원 복무 관리 철저'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고 교장은 18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정식으로 외출 사유서에 이유를 적고 외출했고, 본인의 신상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의견을 발언한 것인데 이게 복무규정 위반이고 신분상 처분을 받을 일이라면 교원은 부당한 일을 당해도 가만히 있으라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교사들의 입을 막기 위해 사용했던 복무관리 철저 등을 지금에 와서 다시 들이미는 것은 시교육청이 구시대 적폐라는 것을 스스로 자임하는 것이다. 징계위 개최에 앞서 '주의' 처분까지 한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시민단체 회원 등, 여러 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했기에 집회로 볼 수도 있지 않는가"라며 "복무규정 위반으로 신분상 처분 여부를 논의 중이지만,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청연 교육감과 지역교육지원청 교육장 5명은 지난 2015년 11월 3일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정의 다원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며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를 촉구했다.

당시 시교육청은 교원 신분인 교육장 5명에 대해 아무런 신분상 조치를 내리지 않았는데, 고 교장의 기자회견 참석을 두고 복무규정을 따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적폐세력 댓글, #교장 징계, #고보선 석남중 교장, #인천시교육청, #주의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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