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에 출연한 배우 마동석.

배우 마동석이 제대로 된 형사로 돌아왔다. ⓒ 머리꽃


<더티 해리>(1971) <러셀 웨폰>(1987) 등. 할리우드 키드였던 마동석이 소싯적 열광했던 액션 영화들이다. 어느새 한국 영화계에서 그 없는 액션 장면은 뭔가 허전할 정도로 액션 장르에 특화된 그가 모처럼 전면에 나섰다. 지난 3일부터 상영 중인 <범죄도시>는 그런 면에서 '마동석의 풀타임 액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금천경찰서 조선족 조직폭력배 소탕 작전'. 영화는 2004년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제작발표회 때부터 "제대로 된 형사물을 만들고 싶었다"던 마동석의 호언대로 영화는 꽤 밀도 높은 액션과 오락적 요소까지 녹아든 수작이었다. 대형 상업 영화에 밀려 극장 수를 많이 잡진 못했지만, 영화는 개봉일(3일) 하루에만 2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동석의 자신감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들

인터뷰 자리에서 보자마자 "리뷰 참 잘 봤다"며 악수를 청한다. 마동석이 상업영화 조연으로 한창 참여할 때 인연을 이어왔으니 근 7년이다. 이후 여러 번 그를 만났고, 그때마다 그는 독립영화의 주연이거나 대형 상업영화의 액션 자문 및 조연 등 자신의 범위를 넓혀 왔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에도 그는 아는 형사들을 소개하는 등 외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는 사실.

꾸준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던 그는 꽤 오래전부터 '형사물'을 꿈꿨고, 자신이 갖고 있던 아이디어를 마찬가지로 10여 년간 영화계 데뷔를 준비해 온 강윤성 감독에게 건넸다. <범죄도시>의 시작점이었다.

"어렸을 때 형사가 되고픈 마음도 있었고, 매번 한국영화에서 형사나 경찰은 상황이 끝날 때쯤 사이렌을 울리며 나오지 않았나. 좀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감독님에게도 처음부터 스릴러 이런 거 말고 오락 액션으로 가보자고 했다. 근데 막 통쾌하게 싸운다고 재밌는 게 아니라 드라마를 쌓아 가며 설득력을 가져야 하지 않나. 4년 전부터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며 만든 이야기들이다.

아 왜 경찰이 되고 싶었냐고? 실제로 미국에 살 때 경찰 시험도 준비했다. 그 과정에 여러 일이 있어서 안 됐지. 어릴 때 마냥 경찰을 동경한 것도 있었지만 예전에 우리 집이 참 가난했다. 그 가난한 집에 강도가 들어왔더라. 어린 마음에 '아,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아주 안 좋았다. 뭐 강도가 도망가긴 했는데, 그때 경찰이 돼야겠다고 생각한 거 같다."

 영화 속 마석도(마동석)는 조선족들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적당히 그들과 협력하는 형사다.

영화 속 마석도(마동석)는 조선족들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적당히 그들과 협력하는 형사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그렇게 그는 영화 속 마석도 형사가 됐다. 위로는 반장(최귀화)이 있고, 밑으론 부하 형사 수 명을 거느린 중진급 인물. 조선족이 터전을 잡고 상권을 형성한 동네에서 마석도는 폭력배들의 범죄를 관리 감독하며 질서를 지켜온다. 그러다 상하이 출신 무법자 장첸(윤계상)이 해당 지역을 접수하면서 사건이 커진다는 게 <범죄도시>의 주요 골격이다.

"석도도 그렇고, 반장도 그렇고 다 실제 인물들이 담겨 있다. 반장이라고 나이가 많은 게 아니라 일찍 진급한 사람도 있거든. 아는 형사들과 모임하면서 알고 지내다 보니 이런 인물들이 나올 수 있었다. VIP 시사회 때 형사들 150명 정도가 왔더라.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동안 영화하면서 살인마도 해봤고, 깡패도 해봤는데 선이 이기는, 특히 형사들이 제대로 그려지는 작품에 목말랐다. 다들 형사라면 뭐 비리에 연루됐거나, 잠깐 스치고 마는 캐릭터 뿐이었는데 이 영화를 준비한다니까 아는 형사들이 '제대로 만들어 달라' 딱 한 마디 하더라." 

일 중독인 기획자

배우로 활동 중이지만 마동석은 스스로 "연기하고 싶어 배우가 된 게 아닌, 영화가 좋아서 배우가 됐다"고 늘 자신을 소개하곤 했다. 격투기 훈련 코치 등을 하며 미국에 살 때부터 그는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고, 기회가 왔을 때 잡았다. 그리고 그는 작품에 크고 작은 역할로 참여할 때마다 메모를 해왔다. 그렇게 해서 쌓인 게 바로 마동석의 '단역 노트'다.

"아이디어가 많다고들 해주시는데 작품하면서 뭐가 재밌는지, 또 사람들과 상의하다가 필요한 것들은 다 적었다. 그러다 누가 조언해주면 그걸 발전시키곤 했다. 지금 시나리오 개발하는 팀도 운영 중이고, 웹툰도 올리고 있다. 내가 시나리오를 쓸 수 없으니 작가분들의 도움을 받는 거지. 진짜 잘 쓴 글들 보면 지금도 신기하다. 잘 쓴 기사를 봐도 신기하다(웃음).

나 같은 사람들은 선택을 받는 직업인데 같이 기획도 하고 그러면 더 풍부하게 참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배우를 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된다. 작품 전체를 읽는 눈도 생기거든. 시나리오를 기획하면서 배우도 끝까지 하는 게 내 목표다. 새로운 캐릭터가 생각나면 제안하면서 해나가는 거다. 연기적으론 물론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는 게 좋은데 어떤 전략을 세워서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성룡 영화엔 성룡이 나오듯 한국 액션 영화엔 쭉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영화 <범죄도시>에 출연한 배우 마동석.

ⓒ 머리꽃


인터뷰 중 여러 액션 장면에 관해 설명하던 그였다. "칼 든 사람은 한두 번 만에 제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다치게 돼 있다"는 대목에선 필시 진짜 형사와 대면한 기분이었다. 그만큼 그의 액션이 현실감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발언에서 배우 마동석과 동시에 기획자 마동석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영화 <함정> <원더풀 라이프> <곰탱이> 등이 그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작품들이다.

"난 일 중독이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시나리오 읽고, 웹툰을 본다. <놈들이 온다>라고 우리 회사에서 올리는 작품이다(웃음). 지금도 여러 이야기를 놓고 회의하며 개발 중이다. 또 틈틈이 운동도 하고, 다음 촬영할 영화가 팔씨름 영화라 그거 연습 중이다.

강윤성 감독도 처음엔 지인 통해 만났는데 사람이 참 좋으시더라. 본인이 대사를 쓰다가 슬프면 우는 분이다(웃음). 기회 되면 같이 해보자는 얘길 했는데 그분은 판타지물을 준비하시다 잘 안 됐고, 마침 내가 이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서 먼저 제안했다. 내 이야기에 강 감독님이 관심 있는 방향으로 잘 개발해야 했기에 자주 만나서 얘기했지. 날 것의 느낌으로 잘 찍으실 줄 알았다."

나름 <범죄도시>의 원안자인 셈인데 이 얘기에 그가 웃으며 "그냥 입으로 갖고 있던 것"이라고 애써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중고가 배우

장르적 재미 외에 <범죄도시>의 미덕을 꼽으라면 단연 다양한 배우들의 쓰임이다. 얼굴은 익히 알지만, 기능적으로 쓰였던 여러 조연급 배우들이 이 영화에 나온다. 최귀화, 진선규, 김구택, 임형준, 박지환 등. 이들이 저마다 조선족 깡패, 동네 상점 주인 등으로 분하며 영화적 재미를 더했다. 역할 마다 강윤성 감독이 오디션을 봤고, 약 1200명이 넘는 배우들이 대거 오디션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경력이 많은) 임형준 배우도 오디션을 세 번 봤다. 배우를 정하는 작업만 3개월 정도 걸린 거 같다. 나도 단역을 굉장히 많이 했지만 한 영화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게 너무 좋다. 종종 역할에 맞는 배우들이 생각나면 감독께 제안하기도 한다.

사실 배우로선 다 똑같다. 야구를 열심히 하다 보면 프로에 갈 수도, 실업 무대에서 뛸 수도 있는데 일단 주어진 걸 잘하는 게 중요하지. 너도 이제야 주연으로 상업영화에 참여했지만,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 주연도 꾸준히 해왔다. 그런 작품들을 경험하면서 영화 전체를 이끌고 나가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배우 마동석.

<범죄도시> 이후 영화 <부라더> 등도 곧 개봉할 예정. 연말까지 촬영과 홍보로 바쁘게 달릴 그다. ⓒ 머리꽃


애초에 추석 개봉을 목표로 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마동석은 열심히 연휴에도 무대 인사를 도는 중이다. 다행히 피가 낭자하거나 잔인한 장면이 적은 형사물이다. "어유 뭐가 잘리는 건 내가 싫어해!" 이러며 그가 손사래를 친다.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면 직접 일반 시민들의 안전 귀가를 돕는 동행 도우미를 할 예정이라니, 그와 함께 밤길을 걷고 싶다면 <범죄도시>를 주변에 추천해보자. 잘 되면 2편도 나올 예정이란다.

"이미 이후 이야기도 다 생각해 놨다. 형사로서 보여주고 싶은 걸 이번엔 다 못 풀었거든. 흥행이 된다면 그걸 확장해서 보이고 싶다. 이렇게 일하는 형사들이 있다는 걸 나쁜 놈들도 봐야 좀 나쁜 짓을 덜 할 거 아닌가. 그들도 극장엔 갈 테니까! 하여튼 나쁜 놈들은 세상에서 사라지면 좋겠다."

인터뷰 말미, 그가 다시 악수를 청했다. 왠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저리는 건 단지 기분 탓일까.

 배우 마동석.

ⓒ 머리꽃



마동석 범죄도시 윤계상 형사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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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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