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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군의 한 노인요양보호시설에서 치매 노인학대 논란이 일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노인의 상체에 멍자국이 선명하다.
 경북 영덕군의 한 노인요양보호시설에서 치매 노인학대 논란이 일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노인의 상체에 멍자국이 선명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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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치매노인을 학대한 것으로 알려져 가족들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경찰과 영덕군은 해당 요양시설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한편 관내 요양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피해자 가족들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영덕군 영덕읍 A요양시설에 입소한 치매노인 B씨(84)가 온 몸에 멍 자국이 있는 것을 19일 발견하고 대구의 한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하고 있다.

B할머니의 아들 C씨는 "지난 17일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를 면회하러 갔는데 몹시 불안해하고 있었다"면서 "어머니가 두 손을 모으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 의아하게 생각했다. 가족들이 다시 모시기로 하고 19일 퇴소시키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머니를 퇴소시키기로 한 날 오전 일찍 C씨는 요양시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가 발가락이 다쳐서 영덕의 한 병원으로 가 있다며 치료를 한 후에 집에다 모셔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가족들은 퇴소를 시키겠다며 퇴소절차를 밟고 약을 챙기던 중 부원장으로부터 어머니의 팔 안쪽에 멍 자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요양원 직원들은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어머니가 다 나으면 집으로 모셔드리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어디 부딪혀서 멍이 들 수도 있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대구의 딸 집으로 모셨다. 이후 옷을 갈아입히면서 온 몸에 크고 작은 멍 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C씨는 "누나에게서 전화가 와 어머니의 옷을 갈아입히다 보니 온 몸이 멍투성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요양원에 연락을 했더니 '당일 처음 알고 경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과 영덕군에 사실을 알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B할머니를 진찰한 대구의 한 병원도 "할머니가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어깨와 팔 부위 등에 손상과 타박상이 있다"면서 "상대방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는 진단서를 발급했다.

가족들은 "20일 만에 이렇게 피해를 당했다면 다른 어르신들도 피해가 있을 것 아니냐"면서 "경찰은 제대로 수사해 가해자를 엄벌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원 측 "요양보호사가 할머니가 귀여워 장난치다 멍 들었다더라"

가족들이 분노하자 A요양원 원장은 "할머니가 발가락을 다쳐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옷을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상처가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보호자에게 알리고 경북노인보호전문기관과 영덕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경북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면 경찰에도 당연히 알리는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원장은 "요양보호사가 '할머니가 귀여워 장난을 좀 심하게 치는 과정에서 멍이 들었다'고 하더라"며 "CCTV를 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분들을 찾아뵙고 사죄를 드리려고 했지만 연락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면서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은 전혀 없다. 경찰과 영덕군 등이 조사를 하고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경북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지만 늑장 조사  

경북 영덕군의 한 노인요양보호시설에서 치매 노인학대 논란이 일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노인의 상체에 멍자국이 선명하다.
 경북 영덕군의 한 노인요양보호시설에서 치매 노인학대 논란이 일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노인의 상체에 멍자국이 선명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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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이 학대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경찰과 전문기관과의 연계가 되지 않아 가족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역언론의 보도가 있고 난 후에야 인지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영덕경찰서는 지난 23일 조사를 진행하기 시작해 25일 CCTV를 확보하고 해당 요양보호사와 물리치료사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영덕군도 25일부터 해당 요양시설을 포함한 군내에 있는 모든 요양시설에 대한 피해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19일 학대사실을 보고받은 경북노인보호전문기관은 6일이 지난 25일에야 피해자 가족을 만나는 등 조사에 착수해 논란을 빚고 있다. 경북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복지법에 의해 경북지역 내 학대로 고통받는 노인들의 인권침해 방지 및 권익증진을 위해 경북도로부터 위탁 지정받은 기관이다.

경북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리가 신고할 의무가 없다"면서 "아직 판정도 내리지 않았고 사례대책회의도 열지 않아 아무런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응급을 요하는 경우 12시간 이내에 조사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72시간 이내에 현장에 나가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왜 이같이 조사가 지체됐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관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처벌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어르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관"이라며 "문제가 되는 시설에는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이 신체적 학대를 당해도 해당 기관은 요양시설에만 행정처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족들은 전문기관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C씨는 "노인보호기관에 신고를 해도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특히 신체 학대에 대해서는 처벌도 할 수 없다는 것이냐"면서 "노인학대를 민간기관에 맡겨두고 행정기관은 팔짱만 끼고 있다면 어떻게 믿겠느냐"고 말했다.


태그:#노인 학대, #요양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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