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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천안의 워터파크에서 질소주입과자, 이른바 용가리과자를 먹고 위에 구멍이 생기는 사고를 당한 초등학생 A군의 아버지 정기용 씨.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짜 가해자는 식약처"라며 쓴소리를 했다.
 지난 8월 1일 천안의 워터파크에서 질소주입과자, 이른바 용가리과자를 먹고 위에 구멍이 생기는 사고를 당한 초등학생 A군의 아버지 정기용 씨.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짜 가해자는 식약처"라며 쓴소리를 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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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물질인 줄 알면서도 허가해 준 식약처가 더 나쁜 사람들입니다."
"식약처장은 병원 와서 사진만 찍고 가고는 언론플레이만 하고..."

지난 달 1일 대명리조트 천안오션파크(옛 테딘워터파크)에서 질소주입과자, 일명 '용가리 과자'를 먹고 위에 구멍이 나는 사고를 당한 초등학생 A군과 그의 아버지 정기용씨는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21일 오후 대전 대덕구 신탄진에 위치한 대덕산업단지 내 휴게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정씨는 "아이의 건강 회복을 위해 애써 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 가족은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정씨에 따르면, 아이는 사고를 당한 지 11일째인 지난 8월 11일 퇴원했다. 5cm가량 위 천공이 생기고 식도 등에 심한 멍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평소에 워낙 건강해서 회복 속도가 빨랐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다만,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위내시경을 할 수 없어서 위의 내부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완전한 회복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것. 수술로 인해 아이의 배에는 25cm 가량의 수술자국이 남았다.

지난 달 20일 학교가 개학해서 학교를 다니기는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뛰어다니거나 하는 운동을 하지 못했다. 체육시간에는 선생님과 함께 운동장을 걷거나 한쪽 그늘에서 친구들이 뛰어노는 것은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마음은 찢어질 듯하지만, 이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다. 여전히 아이와 정씨를 괴롭히는 문제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는 식약처가 언론사에 배포한 사진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하고 언론을 통해 '용가리 과자'의 위험성이 알려지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용가리 과자 판매는 살인행위"라면서 사고 경위 파악과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러자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류영진 처장은 천안에 있는 피해자의 병실을 찾았다. 피해자와 가족을 위로하고 위험한 식품첨가물 기준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게 식약처가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한 내용이다.

그런데, 정씨에 따르면 이날 류 처장의 방문은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였다는 것이다. 위로는커녕 그 방문으로 인해 가족들이 더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사전 동의나 양해도 없이 갑자기 사람들이 들이 닥쳤어요. 식약처 사람들이 와서 뭐라 뭐라 하더니 포토라인을 만들고, 처장 이동하는 동선을 점검하고 하더니 처장이라는 사람이 병실로 들어왔습니다. 20명은 족히 되는 카메라와 기자들을 데리고 말이에요.

그리고는 아이의 손을 한 번 잡고 아무도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뭐라 뭐라 혼자서 말하고는 갔습니다. 그 시간이 1분이나 됐을까요? 나가면서 함께 온 식약처 직원이 아이 엄마에게 봉투 하나를 주길래 '필요 없다, 가져가라'하면서 돌려줬어요. 그게 끝이에요. 마치 상층민이 하층민 격려하러 온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포털 등 언론에 식약처장이 용가리 과자 피해자 병실을 직접 찾아가 위로하고 '식품 안전을 위협하거나 아이들 건강에 해로운 위해 식품이 우리 사회에서 근절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쏟아지는 거예요. 참 기가 막혀서... 대체 누구한테 그런 말을 했는지, 누가 그런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바로 옆에 있었는데 저하고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거든요."

이런 식약처의 '보여주기식 행사'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날 식약처장의 방문을 기사화한 각 언론사들의 사진에 아이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그대로 보도되면서 아이가 심각한 2차 피해를 입은 것. 이날 식약처는 처장의 병실 방문을 보도자료로 뿌렸고, 이를 받아 쓴 언론사들은 아이의 얼굴을 그대로 여과 없이 내보냈다.

뿐만 아니라 이후에 식약처가 대책을 마련했다든지, 용가리 과자에 관련된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관련 사진으로 이날 식약처장의 방문 사진이 '자료사진'으로 쓰이면서 2달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아이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됐다.

"아이가 퇴원해서 집에 와서 검색을 해 보더라고요. 그런데 자기 사진이 쫘악 그대로 뜨니까 좀 싫어하더라고요. 그리고 댓글에 안 좋은 말들이 써 있기도 하고 그러니까 굉장히 힘들어 했어요. 처음엔 잠도 잘 못자고 괴로워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식약처에 제발 사진이라도 좀 내려 달라고 했어요. 일단 식약처 홈페이지에 용가리 과자 대책 마련했다고 하면서 올린 동영상에 아이 얼굴 좀 빼 달라고 10번은 넘게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내고 그랬어요. 그런데도 안 해 주더라고요. 한 달을 넘게 항의해서 식약처 홈페이지 동영상은 내렸는데, 아직도 몇몇 언론사의 기사에서는 아이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어요. 정말 너무 해요. 그 사람들..."

지난 8월 1일 천안의 워터파크에서 질소주입과자, 이른바 용가리과자를 먹고 위에 구멍이 생기는 사고를 당한 초등학생 A군의 아버지 정기용 씨.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짜 가해자는 식약처"라며 쓴소리를 했다. 사진은 언론 등에 아이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은 채 여전히 게재되어 있다며 식약처에 삭제를 요구했던 문자를 보여주는 정 씨의 모습.
 지난 8월 1일 천안의 워터파크에서 질소주입과자, 이른바 용가리과자를 먹고 위에 구멍이 생기는 사고를 당한 초등학생 A군의 아버지 정기용 씨.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짜 가해자는 식약처"라며 쓴소리를 했다. 사진은 언론 등에 아이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은 채 여전히 게재되어 있다며 식약처에 삭제를 요구했던 문자를 보여주는 정 씨의 모습.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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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그러면서 "식약처 사람들이 더 나쁘다. 진짜 가해자는 식약처다"라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그에 따르면, 식약처에서는 아이의 건강상태를 묻거나 하는 전화 한 통화 없었다. 그날 식약처장이 와서 언론플레이 한 번 한 것뿐이라는 것. 그는 "용가리 과자가 허가가 난 것은 2003년이다, 나도 이 번에 알게 됐는데, 그 이후에 해외에서 여러 번 사고가 났고, 특히 2012년 영국에서는 18세 소녀가 액체질소가 함유된 칵테일을 먹었다가 위절제 수술을 받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국내 언론에도 많이 소개가 됐었다"며 "그런데도 식약처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떠들고 있는 살충제 계란처럼, 외국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우리나라도 점검을 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용가리과자가 TV에 소개되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인기를 끌고 있어도 식약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처음 허가도 잘못됐지만 중간 중간에 점검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국민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라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세월호 사고'까지 언급했다. 국가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전문가들이잖아요. 그러니까 그 자리에 앉혀놓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면 액체질소가 위험한 물질일 줄 알아야 하고, 알면 판매를 못하게 하고 그래야죠. 해외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도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면 뭐 하러 그 자리에 앉아 있어요.

그런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당하는 거라고요. 대체 국가는 무슨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세월호 사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국민이 위험해지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그는 "그럼에도 식약처는 전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거나 사과를 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진짜 가해자는 식약처다. 책임지려는 모습이 있었다면 사진 한 장 내려주는 데 한 달이 넘겨 걸릴 수 있나. 정말 그 사람들은 용서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씨의 아들 얼굴이 식약처 홍보 동영상과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을 식약처 간부에게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던 문자창.
 정 씨의 아들 얼굴이 식약처 홍보 동영상과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을 식약처 간부에게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던 문자창.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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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관련한 배·보상 문제도 여전히 정씨를 괴롭히고 있다. 대명리조트로부터 운영권을 얻어 워터파크를 운영해 온 한화호텔앤리조트에서는 수차례의 대화 끝에 치료비와 위로금으로 얼마 정도를 제시,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앞으로 3번 정도의 성형수술까지 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는 비용이지만, 한화 혼자서 다 책임질 수도 없고, 보상에 나름 노력하는 모습에 합의할 계획이라는 것.

그러나 워터파크의 원 소유주 대명리조트와 용가리과자 판매 업체인 SJ그릴은 전혀 보상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 초기에는 뭐든지 다 할 것처럼 하더니 국민적 관심이 사그라지자 연락도 잘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이들 3개 업체는 모두 업무상과실치상혐의로 경찰조사를 마치고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정씨는 끝으로 "아이가 힘들어 하는 것은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번 일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이 한 번 더 점검이 되고,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식약처 "진의가 잘 전달되지 못한 점 아쉽다"

사고를 당한 초등학생 A군의 아버지가 식약처를 비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식약처는 "최선을 다했다"며 "피해자 부모가 그렇게 느낀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고 아쉽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병실 방문'에 대해서 "사고 소식을 듣고 피해자와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며 "다만 국민적 관심이 높아 취재진이 많이 몰려 진의가 잘 전달되지 못 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피해자 얼굴이 노출된 데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듣고 대변인실을 통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면서 "언론사가 많다 보니 곧 바로 조치가 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는 이번 사고에 대해 미리 예방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다시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보상 문제에 대해 대명리조트 관계자는 "여러 회사가 관련 돼 있어 정확한 회사 간 과실비율이 나와야 가능하다"며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한화측에서 피해자 보상을 위해 피해자 측과 긴밀히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SJ그릴 관계자도 "최대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피해자 측과 협의 중에 있다"고 답했다.


태그:#용가리과자, #식품의약품안전처, #질소주입과자, #질소과자,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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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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