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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계가 성 소수자 혐오와 배제를 법으로 명문화하고 나섰다. 국내 최대 교세를 지닌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통합 교단은 19일 성 소수자 및 성 소수자와 연대하는 이들의 신학교 입학을 불허하기로 결의했다. 이 교단은 다음 날인 20일엔 성 소수자 및 성 소수자와 연대하는 이들의 교회 직원, 신학교 교직원 임용도 불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예장통합과 함께 보수 장로교단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예장합동은 21일 성 소수자 인권증진에 앞장서온 임보라 목사에 대해 "정통 성경 해석을 반대하여 파괴하고 있으며, 동성애를 지지할 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고 있는 등 성경에 위배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이단성을 결의했다. 21일엔 교단 헌법 제3조에 "동성애자와 본 교단의 교리에 위배되는 이단에 속한 자가 요청하는 집례를 거부할 수 있고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예장합동은 이 개정안을 내면서 '시대 상황에 맞춘 수정'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참고로 이 같은 결정은 교단 총회에서 내려졌다. 현재 예장통합, 예장합동,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등 한국 개신교계의 주요 교단은 총회 일정을 소화 중이다. 총회는 교단 내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자리로, 총회 결의사항은 최종적 권한을 갖는다. 사회법으로 말하자면 구속력 있는 결정이 내려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예장통합과 합동 교단의 결의는 결국 성 소수자 혐오와 배제를 법으로 명문화한 셈이다.

혐오와 배제의 정치 공학 

성 소수자 혐오·배제 명문화를 비단 보수 개신교라는 종교적 울타리에서 벌어진 일로 치부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규모로 볼 때 예장통합과 합동은 국내 최대 교세를 지닌 교단이다. 고위직 인사들도 대거 포진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예장통합 교단 교회에서 장로를 지냈고, 뇌물수수 혐의로 당대표직에서 사퇴한 이혜훈 전 바른정당 대표는 예장합동 교단 교회에 출석하는 신도다.

이들을 축으로 한 보수 개신교계는 보수 정당을 지렛대 삼아 종교인 과세나 차별금지법, 성 소수자 등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켜 왔다. 21일 국회에서 이뤄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도 그랬다. 인준 표결을 앞두고 동성애가 대법원장 인준에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특히 보수 자유한국당은 동성애 의제를 끄집어내는데 선봉에 섰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자.

"동성애에 관한 부분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한다." (주광덕 의원)

"성 소수자를 인정하면 동성애뿐만 아니라 근친상간, 소아성애자, 시체 상간, 수간 즉 동물 성관계 허용까지 비화될 것이다. (김명수 후보자가) 동성애에 대해 확실히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넘어갈 수 없다." (이채익 의원)

"동성애를 옹호하고 정치적 편향성이 있는 대법원장은 절대 안 된다."(정우택 원내대표)

김 대법원장은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낸 답변서에서 "동성애 및 성 소수자 인권도 우리 사회가 중요한 가치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이걸 문제 삼은 것이다.

보수 개신교계는 이런 자유한국당을 거들고 나섰다. 국정원장을 지냈고 성남시 분당구의 대형교회인 할렐루야 교회 은퇴장로이기도 한 김승규 현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은 국회 표결 하루 전인 20일 예장합동 총회가 열리는 전북 익산 기쁨의 교회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스페인은 양성평등을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동성 결혼도 허용하고 있다. 법원이 판례로 이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헌법으로 금지한다 하더라도 대법원이 (인정하는) 판례를 내면 (헌법과) 똑같은 효력이 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3명을 선정할 수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되면 우리나라는 스페인처럼 된다. 김명수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군대 안 가려고 어깨도 탈골하고 하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되면) 청년들이 여호와의증인으로 갈 것이다." (기독교 신문 <뉴스앤조이> 9월 20일 자 보도 재인용)

한편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JTBC <뉴스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인준에 보수 개신교계의 압력이 상당하다고 털어놓았다.

"지금 솔직히 수도권을 필두로 해서 충청권 호남권은 특히 기독교가 굉장히 강하다. 모든 목사 장로들이 동성애 동성혼 군형법 관계로 반대한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문자를 보내고, 지역구를 가면 목사님들이 의사표시를 강하게 한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개신교계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한 나라 사법부 최고 수장이 되려면 동성애를 혐오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해야 할 판이다. 이를 두고 손석희 앵커는 20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개탄했다.

 손석희 앵커는 20일 JTBC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동성애가 대법원장 인준의 운명을 가를 변수로 떠오른데 개탄해 했다.
 손석희 앵커는 20일 JTBC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동성애가 대법원장 인준의 운명을 가를 변수로 떠오른데 개탄해 했다.
ⓒ JTBC뉴스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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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의 자질과 업무수행능력을 검증해야 할 자리는 한순간 사상 검증의 심판대가 되어버렸고, 이제는 좌와 우를 구분하는 것도 모자라 동성애 차별에 찬성하느냐를 두고 대한민국 사법부 수장의 운명은 갈릴 판이다."

보수 개신교계·보수 야당, '동성애' 매개로 기득권 부활 꿈꾸나?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은 확고하다. 성서가 동성애를 죄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일부 목회자는 동성애를 두고 하느님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죄악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이제는 이런 목소리가 총회를 통해 아예 법으로 명문화됐다.

물론 이들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성서가 죄악으로 규정한 건 비단 동성애뿐만 아니다. 또 성서에 기록된 동성애가 현대적 의미인지 여부는 논란이 분분하다. 더구나 당시에도 죄의 경중은 있었고, 성서 역시 이를 분명히 규정해 놓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성서는 성 소수자 보다 세속 권력자나 종교 지도자의 타락을 더 큰 죄로 여긴다는 것이다. 더구나 약자를 짓밟는 행위에 대해서는 하느님의 벌이 아낌없이 임했다.

그런데 보수 개신교계가 성 소수자를 '찍어' 공격하고, 보수 자유한국당이 이를 받아 정치공세를 벌이는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인다. 보수 개신교계와 자유한국당은 그간 보수·반공 이념을 매개로 공생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누려왔다. 이들이 성 소수자 의제를 적극 끌어들이는 것도 일정 수준 정치적이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 박경은 기자는 18일 자 칼럼에서 이렇게 적었다.

"동성애가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데는 보수 개신교계가 큰 몫을 했다. 소돔과 고모라처럼 죄악에 물들어가는 세상을 두고 볼 수 없어서 떨쳐 일어날 만큼 '순수'한 신앙심 때문일까. 안타깝게도 냉전·반공체제를 발판으로 함께 성장했던 수구보수체제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헤게모니를 되찾으려는 생존전략이라는 것을, 유통기한 지난 색깔론과 종북 타령을 대신해 혐오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한 동성애를 선택했다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게 아니라면 성경에 언급된 그 수많은 죄들이 지금도 도처에서 횡행하는데 왜 동성애에만 목숨 거는 건지 이해할 길이 없다."

보수 개신교계와 자유한국당이 성 소수자 의제로 얼마만큼의 정치적 이득을 누릴지는 미지수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을 부결시켜 환호작약했으나,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부결은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이 계속해서 혐오와 배제의 정치 공학을 관철시키려 할 가능성은 높다. 이런 이유에서 보수 개신교계의 성 소수자 혐오 법제화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보수 개신교계에게 한 마디 건넨다. 정치적 의도야 어찌됐든 소수자를 표적 삼아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위배하는 행위다. 또 인간적으로도 그러면 못쓴다. 보수 개신교계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선지자 아모스의 경고를 반드시 새기기를 바라겠다.

"너희가 힘없는 자를 마구 짓밟으며 그들이 지은 곡식을 거둬 가는구나. 너희는 돌을 다듬어 집을 지어도 거기에서 살지 못하고 포도원을 탐스럽게 가꾸고도 너희가 나를 거슬러 얼마나 엄청난 죄를 지었는지, 나는 죄다 알고 있다. 죄 없는 사람을 학대하며 뇌물을 받고 성문 앞에서 가난한 사람을 물리치는 자들아! 너무도 세상이 악해져서 뜻있는 사람이 입을 다무는 시대가 되었구나. (중략)

저주받아라! 너희 야훼께서 오실 날을 기다리는 자들아. 야훼께서 오시는 날, 무슨 수라도 날 듯싶으냐? 그 날은 빛이 꺼져 깜깜하리라. 사자를 피하다가 곰을 만나고 집 안으로 피해 들어가 벽을 짚었다가 뱀에게 물리리라." (아모스 5: 11~13 / 18~19, 공동번역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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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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