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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를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어쩌다 책을 내기는 했지만, 나는 아직도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한 동물보호활동가다.

2011년 직업 활동가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언론 매체에 동물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내가 쓴 글을 통해 동물이 처한 현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세상에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것은 '목적'이라기보다는 내가 하는 일을 위한 '수단'에 가깝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표지.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표지.
ⓒ 책공장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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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출판사 '책공장더불어' 김보경 대표에게 출판 제의를 받았다. 동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동물책만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1인 출판사다. 반려동물이나 유기동물처럼 우리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동물보다는,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지만 만나보기 어려운 세계 곳곳의 동물들에 대해 써 줄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비싼 루왁커피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 때문에 평생을 철창에 갇혀 커피콩을 먹고 배설하는 기계로 살아가는 사향고양이처럼, 나의 선택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는 내가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동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책이다. 행복한 동물의 이야기보다는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다.

"이렇게 불편한 내용의 책을 일부러 사서 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쓰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기고한 기사에도 '차마 끝까지 읽지 못했다'는 인터넷 댓글이 종종 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출판사에서는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꼭 있어야 할 책'이라며 격려해주었다. 제작비도 안 나오면 미안해서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 2016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출판지원 당선작으로 선정되어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대학로 책방 '이음'에서 열린 북콘서트
 대학로 책방 '이음'에서 열린 북콘서트
ⓒ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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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드디어 책이 나왔다. 12월 17일에는 서울 대학로 책방 '이음'에서 첫 북콘서트를 열었다. 동물보호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는 초등학생부터 학생들에게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은 교사까지.

다양한 독자들과 사람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울며, 웃으며 토론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며 서로 어깨를 두드리고 헤어지면서 새로운 동료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

서울에 이어 부산으로, 충남 홍성으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특히 생태공동체마을로 알려진 홍성군 홍동면의 밝맑도서관에서 열린 북콘서트는 동네잔치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주민이 모였다.

홍성 홍동면 밝맑도서관에서 열린 북콘서트
 홍성 홍동면 밝맑도서관에서 열린 북콘서트
ⓒ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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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국회도서관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북콘서트
 지난 4월 9일 국회도서관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북콘서트
ⓒ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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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친화적 삶을 지향하는 지역적 특성 때문인지 열띤 질문과 의견 교환이 이어졌고, 지역 언론에서도 취재할 만큼 관심이 높았다. 서울과 홍성에서 열린 행사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에 의해 후기가 기사로 보도되기도 했다.

국회와 정당에서도 사람들을 만났다. 1월에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4월에는 국회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동물이 정치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다른 모든 사회문제와 마찬가지로 동물도 정치의 영향을 받는다. 정권이 생명에 대해 어떤 기조를 갖고 있는지는 동물 관련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중고등학교, 대학교, 방송 등 다양한 곳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책을 읽기 전엔 몰랐어요."

독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가장 반가운 말이기도 하다. '알면 사랑한다'는 말처럼, 사람의 필요라는 명목 아래 동물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그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첫걸음이다. 이는 책을 쓰는 동안 준비해 올해 3월에 시작을 알린 비영리단체 '어웨어(AWARE)'가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책이 나온 지 9개월이 지났다. 과연 누가 읽을까 하는 의심이 들던 책은 그래도 어느새 2쇄를 찍었다. 이번 달에는 전주의 고등학교와 홍대 앞에서 열리는 '와우북페스티벌'에서 독자들을 만난다.

9월 7일부터는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책과 같은 제목의 연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책을 펴낸 출판사와 표지를 만든 디자이너, 동물보호활동을 하는 프리랜서 작가, 언론사까지 의기투합했다.

임수빈 작가가 그린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동물들'. 책에 나오는 동물들을 색연필로 그려 엽서로 제작했다.
 임수빈 작가가 그린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동물들'. 책에 나오는 동물들을 색연필로 그려 엽서로 제작했다.
ⓒ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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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 프로젝트를 통해 책을 판매한 수익으로는 시민들이 직접 배포할 수 있는 루왁커피 리플릿 제작, 입법운동 등 야생동물 보호활동에 사용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를 고민하던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동물과 사람의 올바른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어린이책도 출간하게 되었다.

"다음 세상에는 꼭 사람으로 태어나라."

인간 때문에 비참한 고통을 겪는 동물을 보면 흔히 하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동물이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음을 탄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은 동물은 무조건 함부로 다루어지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쓴 책을 읽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작은 노력부터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생겼으니, 일단 책을 쓴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 나의 선택이 세계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

이형주 지음, 책공장더불어(2016)


태그:#사향고양이의눈물을마시다, #동물, #동물복지, #야생동물,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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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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