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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식빵이 먹음직하다.
 다양한 식빵이 먹음직하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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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생긴 날, 훌쩍 나가고 싶은데 꾸미고 다니기는 싫고…. 그렇다고 어디에 쭉 있기보다는 잠깐의 기분 전환이 필요한, 딱 그런 날엔 빵을 사러 돌아다녀 보는 건 어떨까?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듯 베이커리도 개성 넘치는 곳이 많아져, 골라 다니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식당처럼 혼자 들어가는 걱정도 필요 없고, 그 자리에서 뭘 꼭 먹을 필요도 없다. 그저 부담 없이 출발해 보자.

오른쪽에 간판 있다.
 오른쪽에 간판 있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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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역과 선유도역의 사이. 커다란 양평동 사거리, 높게 솟은 빌딩. 그 뒤편으로 한걸음만 들어가 보면 밖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흡사 재래시장을 연상케 하는 골목이 이어져 있다.

"이 동네가 이랬었나?"

근처는 멋들어지게 꾸며진 선유도 공원이고 양화대교만 넘어가면 나타나는 건 서울의 중심 중 하나인 합정, 홍대입구 아니던가. 멀리 보지 않아도 근처는 세무서며 회사들이 많아 제법 번듯한데, 여기만 유독 시간과 단절된 느낌의 풍경이 펼쳐져 조금은 어색하게 다가온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 빵 하나도 세심하게 설명한 칠판

세련된 외관, 눈에 띄는 문구
 세련된 외관, 눈에 띄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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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 또 어울리지 않게 자리를 잡은 빵집. 그나마 그 골목에서도 샛길로 들어가야 발견할 수 있다. 골목 앞에 '빵'이라고 적힌 빨간 간판을 크게 세워 놓기는 했지만 이래서 누가 찾아나 올까 하는 의구심이 안 들 수가 없다. 그렇게 그 간판을 따라가면 나타나는 건, 좀 전의 예스러운 간판과 다른 세련된 외관의 빵집. 골목이 골목인지라 티는 안 나지만 의외로 깔끔한 모습이다.

식재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렇게나...
 식재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렇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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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

가게 앞 입간판에 적혀 있는 말. 제법 포부가 당당한 철학을 가지고 계신 이 곳 '홈앤브레드'의 쉐프님께선 식품영양을 전공하신 영양사 자격증을 가지신 분이다. 안으로 들어가도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빵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들에 대한 자세한 효능 등이 적혀진 칠판. 자세하고, 빼곡히도 적어놓으신 게 '간단하게 먹는 빵 하나도 저는 이렇게 신경 쓰려고 해요'라고 말을 해주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알록달록한 미니식빵이 반겨준다.
 알록달록한 미니식빵이 반겨준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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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 다양한 빵들. 속 재료를 다양하게 채운 미니 식빵이 많은 편인데 재료의 조합이나 생김새부터가 다른 빵집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다. 크랜베리가 박힌 식빵에 사과크림, 녹차우유 식빵 속에 딸기크림, 견과류가 들어간 단호박 식빵(이건 무려 먹으면 예뻐진다고 적혀 있다) 등은 톡톡 튀면서도 영양소를 소홀히 하지 않은 메뉴들.

내가 놀랐던 건 빵에 들어간 크랜베리나 블루베리 때문인데, 당처리가 된 건조 제품이 아니라 생과일을 사용해 익숙한 설탕의 단맛보다 상큼한 과일 특유의 맛이 제대로 살아있었다. 건조 크랜베리만 먹다가 생 크랜베리의 새콤함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독특한 빵이 많다.
 독특한 빵이 많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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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건강한 빵 말고도 초콜릿이 든 빵이나 묵직한 크림빵도 몇몇 있다. 물론 그것도 이곳만의 조합으로 특색 있게 풀이한건 덤이랄까? 그 밖에 브레첼이나 과자류, 깜빠뉴(전통 식사빵), 앙버터류 등도 이곳만의 특징이 담겨있어 구미를 당겨오는 메뉴들이다.

홈앤브레드의 빵은 제법 이른 아침시간부터 나오는 편. 덕분에 오전시간에 들러보면 새벽에 빵을 만들고 잠시 쉬러 가신 쉐프님을 대신해 어머니께서 판매를 하고 계실 때가 많다. 아주머니께서 입담이 참 재미나신데 내 경우에는 처음 뵈었을 땐 거의 30분 정도를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하다 나왔던 기억이... (물론 그 이후로도 뵐 때마다 그런다)

반면 오후에 가면 쉐프님이 가게에 계신데, 처음 뵈었을 땐 도도해 보이는 첫인상 덕분에 묘하게 빵에 대한 세심함이나 철학의 확고함이 엿보이는 듯 했었다. 이야기를 해보면 은근 개그도 날리시고 무신경하면서도 이래저래 신경써주시는 친절한 분이셨지만.

기존에 생각하던 빵의 이미지, 한순간에 날아갔다

시식빵을 이렇게 꼼꼼하게 챙겨주신다.
 시식빵을 이렇게 꼼꼼하게 챙겨주신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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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이것저것 골라도 비싸지 않은 곳. 게다가 건강에 무척이나 신경 써서 만든 빵이니 더 뭐가 필요할까 싶다. 그런데 계산을 하고 있으면 시식 빵을 또 이것저것 챙겨주신다.

작은 조각으로 잘라 놓은 시식용 빵을 하나하나 낱개포장을 해주시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세심한 배려 때문일까? 이 번화하지 않은 골목 어딘가에 살아있을 법한 따스한 정, 그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만드시는 빵이라면.
 이런 마음가짐으로 만드시는 빵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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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먹는 것이 현재부터 미래까지 내 몸, 내 건강을 좌우한다.'

사서 나오다가 칠판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가만 보니 심지어 연어, 새우, 게를 꼭 드세요 라는 말도 적혀있다. 영양학에 입각한 근거를 가지고 건강한 빵을 만드는 빵집. 거기에 정이 더해진 가게. 다소 안 어울리는 학문과 정을 이렇게 매력적으로 풀어낸 곳이 또 있을까?

가만 보면 도심과 오래된 골목, 세련된 빵집과 친근한 빵, 푸근하신 어머님과 도도하신 쉐프님까지 이곳은 상반된 두 가지 모습 들을 동시에 가졌다. 그리고 그걸 빵으로 조화롭게 빚어내고 있었다. 이름도 홈 앤 브레드.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매력 넘치는 빵을 안 먹어볼 수는 없겠지?

색으로 일단 맛있다
 색으로 일단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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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랜베리 & 사과크림은 생크랜베리가 들어간 빵 반죽으로 식빵을 만들어 곱게 나온 핑크색이 예쁘장한 빵. 속엔 사과크림이 듬뿍 들어있고, 생 크랜베리도 박혀있다. 조합만 봐도 굉장히 상큼한 빵인데, 아까도 적었지만 크랜베리의 새콤함이 정말 도드라진다. 거기에 사과크림의 신선한 단맛도 더해지니 제대로 여심취향 저격하는 빵. 빵피까지 새콤하고 쫄깃쫄깃해 더욱 산뜻하게 먹을 수 있다.

정말 진한 녹차다
 정말 진한 녹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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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크림과 팥은 녹차크림이 터져 나올 만큼 가득 들은 빵. 팥앙금도 역시 두툼하게 채워져 있다. 보성녹차를 제대로 넣어서일까 색도 참 진한데, 맛은 더 놀랍다. 녹차의 쌉싸래함이 훅하고 들어오는데 생각 이상으로 강한 쓴맛 때문일까?

'크림빵'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한순간에 날아간다. 물론 크림이니 살짝 단맛은 있고 거기에 알갱이 큼직하게 씹히는 팥앙금도 구수하지만 단맛을 살짝 내어주는 편. 그래서인지 마냥 쓰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게 요 빵의 매력이다.

두툼한 고구마 덕에 무게가 장난 아니다
 두툼한 고구마 덕에 무게가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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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치즈 호밀빵은 접시에 담을 때부터 남다른 무게에 깜짝하는 빵인데 반 갈라보면 저 실한 단면이 보여 고개가 끄덕여진다. 속재료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이름처럼 삶은 고구마를 으깬 것. 그래서인지 집에서 고구마를 삶아 먹는 듯한 익숙한 맛이 풍부하게 돌고 제법 많이 보이는 크랜베리가 새콤달콤함을 더해준다.

사이드 쪽으로 길게 늘어진 치즈를 씹을 땐 부드럽고 고소한 맛도 느낄 수 있는데, 사실 젤 먼저 튀는 건 숨은 킥인 할라피뇨다. 40프로 정도의 구수한 호밀빵 자체도 그렇고 다른 속재료 들도 자극적인 편은 아닌데 거기에 톡톡 매콤함으로 포인트를 준 달까? 덕분에 다양한 맛이 확 살아난다.

덧붙이는 글 | 8월 29일과 31일의 사진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휴무인 곳입니다.

예약이 가능한 곳이니 예약하시고 편하게 들르셨으면 합니다.



태그:#홈앤브레드, #빵집, #빵투어, #빵식가,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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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인스타그램 : @breads_eater https://www.instagram.com/breads_eater/ https://www.youtube.com/channel/UCNjrvdcOsg3vyJr_BqJ7Lzw?view_as=subscriber 빵과 빵집을 소개하는 걸 업으로 삼고 싶은 무모한 꿈을 꾸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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