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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희망의 종이학 푸른 하늘 사절단>은 후쿠시마 참사 6주기,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 72주기를 맞아 기획된 탈핵을 위한 사절단으로, 후쿠시마와 히로시마 등 핵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지난 8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일본을 방문했습니다(서울시당 금동운, 울산시당 안형준, 부산시당 배성민). 그곳에서 핵발전소 재가동, 원폭 2세 문제 등에 맞서고 있는 일본 탈핵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2~3차례 연재합니다. - 기자 말

2011년 3월 11일 지진으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일본 전력의 약 30%를 핵발전소로 생산했다.사고가 없었다면 정부는 이 비율을 50%까지 높여갈 계획이었다. 사고 이후 총리는 핵발전소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하며 2030년까지 원전 제로를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2012년 9월에 발표했다. 2013년 9월 일본 전역의 핵발전소가 멈췄다.

2015년 가고시마현 센다이 핵발전소 1~2호기, 2016~17년 후쿠이현에 있는 다카하마 핵발전소 3~4호기, 2016년 에히메현 이가 타 원전 3호기가 재가동 되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을 선언했던 일본이 갑자기 핵발전소 재가동을 선택하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전쟁 위협'으로 핵발전소 재가동을 협박하는 사회

푸른하늘 사절단
▲ 2017 희망의 종이학 푸른하늘 사절단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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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탈핵 프로젝트 '희망의 종이학 푸른하늘 사절단'을 통해 일본에 방문하자마자 일본 활동가들에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왜 일본은 다시 핵발전소를 재가동 하는지에 관해 물었다.

"일단 후쿠시마 사고 당시에 탈핵을 선언했던 총리가 현재 총리가 아니에요. 2012년 겨울 아베 총리가 들어서면서부터 모든 것이 뒤집혔어요. 아베는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문제로 들면서 원전 전면 중단 이후 전기요금이 올라 국민에게 핵발전소 재가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만약 전쟁이 난다면 섬나라 일본의 경우 고립될 우려가 있다며 전쟁 위험을 부각해요. 전쟁으로 일본이 고립되면 현재 전력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거죠. 전쟁 가능성을 빌미로 핵발전소 재가동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아베는 2012년 12월 취임 직후 원전 재가동을 공언했다. 2014년 4월 원전 재가동을 위한 에너지 기본 계획을 결정했고, 2030년까지 핵발전소 비중을 전체 전력의 20~22%로 구성 목표를 정했다.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30기 이상의 핵발전소를 재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현지 탈핵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핵발전소 재가동 문제가 단순히 에너지 문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거나 참여할 수 없게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평화 헌법 9조를 살펴보면 '①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구히 이것을 포기한다. ②전항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육해공군 및 그 외의 어떤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전쟁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는 평화헌법 9조를 폐기하여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의지를 표하고 있다. 핵발전소 재가동 또한 전쟁에 쓸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아베의 숨은 의도이다. 일본 핵발전소 문제는 에너지 문제를 넘어 평화의 문제다.

가가호호 방문으로 탈핵을 알리는 <원전을 생각하는 모임>

8월 3일 일본에서 도착해서 처음 만난 단체는 후쿠이현 와카사의 '원전을 생각하는 모임'이었다. 후쿠이현에 설치된 핵발전소는 총 13기로 일본 54기 중 24%가 이곳에 몰려있다. 현재 폐기를 결정했지만, 고속증식로 몬주도 후쿠이현 쓰루가시에 있다. 후쿠이현은 일본 핵 산업의 메카이다. 마치 한국의 핵발전소 50%가 부산-울산-경주 인근에 몰려 있는 것과 비슷한 지역이다.

'희망의 종이학 푸른 하늘 사절단'이 후쿠이현에 방문했을 때는 다카하마 핵발전소 재가동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다카하마 핵발전소 3~4호기 운전 정지 가처분 소송에 패소한 직후라 지역 탈핵 활동이 힘이 많이 빠졌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틀렸다.

"한국에서 탈핵에 동의하는 국민들이 몇 퍼센트 입니까? 일본은 60% 넘어요. 2016년 <아사히 신문>에서 핵발전소 재가동 하는 여론조사를 했는데 재가동에 반대하는 여론이 57%였거든요."

'원전을 생각하는 모임'의 키하라 상은 한국에서 온 사절단에게 다짜고짜 탈핵에 대한 국민 여론을 물었다. 키하라 상이 한국 탈핵 여론을 궁금했는지 당시로써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활동 방식을 보니 왜 이 질문을 먼저 던졌는지 이해했다.

'원전을 생각하는 모임'에서 월 2회 후쿠이현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 집을 직접 방문하여 핵발전소 재가동 반대 유인물을 배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것을 '아메바 시위'라고 부른다. '원전을 생각하는 모임'은 핵발전소 문제 주체는 정부와 전력회사가 아니라,국민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국민 여론을 탈핵 운동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직접 주민들을 만나며 핵발전소 위험성을 알리고 재가동 되지 못하게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아메바 시위'의 목표이다.

다카하마 원전 인근 마을에서 아메바 시위를 하다.
▲ 아메바시위 다카하마 원전 인근 마을에서 아메바 시위를 하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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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마 핵발전소가 재가동 되었지만 이후 다른 핵발전소가 재가동 되지 않고, 이후 탈핵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아메바 시위는 계속되어야 해요. 그래서 우리 지역 핵발전소 하나 재가동 되었다고 이 운동을 포기할 수 없는 거죠. 꾸준히 탈핵 여론을 만들어 국민이 핵발전소를 이길 수 있는 날을 만들어갈 겁니다."

한국 청년 탈핵 활동가, <마이니치 신문>에 보도되다

원전에 의지하지 않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 마이니치신문에 나다. 원전에 의지하지 않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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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후쿠이현 와카사에 다카하마역 강연장에서 열린 '원전에 의지하지 않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라는 포럼을 참가했다. 일본 핵발전소 재가동 문제와 관련해서 초청 강사를 통한 강연회가 열렸고, 이후 여러 지역에서 온 탈핵 활동가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포럼 제목에 맞게 원전에 의지하지 않기 위해 핵발전소 재가동을 막는 문제부터 지역 사회 에너지 자립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에서 온 푸른 하늘 사절단 또한 발표를 맡아 한국의 탈핵 운동을 소개했다.

일본 활동가들은 한국사회 정치 현실을 부러워 했다. 부패한 정부를 국민이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부를 세웠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대통령이 탈핵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거리가 많다고 냉정하게 답변했다. 정부가 2079년 탈핵을 선언하여 사실상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하니 일본 활동가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포럼은 <마이니치신문> 지역 면에 실렸다. '원전을 생각하는 모임'에서는 '푸른 하늘 사절단' 덕에 언론에 보도되어 감사하다고 했다.하지만 기사가 포럼의 전체적인 내용보단 한국 '푸른 하늘 사절단' 발언만 보도되었다. 한국 언론이나 일본 언론이나 전체 취지보단 잘 팔리는 사실만 보도하는 것은 똑같은 것 같았다.

8월 5일 '원전을 생각하는 모임'과 함께 다카하마 핵발전소 주변 탐방을 하고 8월 6일 히로시마로 향했다. 1편은 마무리 하고, 2편에서는 히로시마 원폭 72주기를 기억하기 위한 일본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태그:#탈핵, #일본 원전 재가동,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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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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