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데이 유라는 동아제약에서 나오는 피임약 '마이보라'의 광고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걸스데이 유라는 동아제약에서 나오는 피임약 '마이보라'의 광고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 동아제약


얼마 전 모 배우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광고 출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90년대 초 데뷔한 이 배우는 평소에도 술을 즐겨하기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당시 여배우가 술을 마신다고 말하면 광고도 들어오지 않고 하던 광고도 끊겼다며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웃으며 "그때는 그랬다. 생리대 광고도 못하고 술을 이야기하면 안 되는 그런 시대였다"고 말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은 한국 최고의 스타인 아이유가 술 광고를 찍고, 수지가 생리대 광고를 찍는 21세기이지만, 조금만 시간을 돌려 떠올려 보면 우리는 가임기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생리대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되는 시절을 지나왔다. 1977년 <동아일보>는 "온가족이 화면을 대하는 시간에 여성용 생리대를 마구 선전하는 나라도 우리밖에 없다"고 준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생리대 브랜드 중 하나인 위스퍼가 처음 출시된 80년대만 해도 국내 생리대 광고는 사람 대신 만화 캐릭터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지금도 물론 생리를 두고 "마법"이라거나 "그날"이라고 돌려서 표현하는 일이 있지만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생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진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생리대 자체에 대해 말하는 것을 넘어서 생리컵 등 생리를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피임약 광고는 어떨까? 얼마 전 걸그룹 걸스데이의 유라가 피임약 광고를 찍었다는 이유로 일부 부정적인 시선을 마주해야 했다. 유라를 비난하는 이들은 "아이돌 이미지에 치명적"이라며 짐짓 훈수를 둔다. 유라는 광고 속에서 "누구를 만날지 그 사람과 어떤 사랑을 할지 난 내가 선택해"라는 말과 함께 동아제약에서 출시된 해당 피임약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2006년 피임약과 피임기구에 대한 TV 광고가 본격적으로 허용되고 그로부터 10년째인 오늘, 유라는 여자 아이돌 최초로 피임약 광고를 찍었다. 광고를 수락하는 데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걸스데이 소속사인 드림티엔터테인먼트는 말한다. 드림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피임이 숨겨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광고를 찍게 됐다"며 "그래도 부정적인 시선보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 다행이라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제품을 만들고 유라를 광고 모델로 채용한 동아제약은 <오마이뉴스>에 자사 제품이 추구하는 당당한 이미지와 걸스데이 유라의 이미지가 잘 맞았고 결과적으로 "여성으로서 피임도 좀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하자는 말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또 사내에서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유라가 가장 표를 많이 얻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피임약을 사용하고 있다면 이것이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성은 음지에서 이야기할수록 건강하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갈수록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폐쇄형 단톡방'의 음란성 대화들이 이를 증명하듯이 말이다. 30년 전, 우리는 생리대 광고를 터부시하는 것을 넘어 이제 피임약 광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까지 왔다.

피임약 광고는 음란하지 않다. 생리대 광고가 음란한 게 아니라 광고를 음란하게 본 30년 전의 시선이 문제였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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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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