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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초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A 아파트에 붙은 공고문
 이번 달 초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A 아파트에 붙은 공고문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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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단지가 '관리비 인상 부담'을 이유로 단지 내 경비원 수를 줄이려고 하다가 언론보도와 입주민의 반대 여론이 나오자 감축 계획을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는 각 동 게시판에 '경비원 운영방식 변경(안) 안내'라는 제목의 문서를 게재했다. 이 문서의 내용은 현재 주·야간 17명씩 격일제로 일하는 경비원 총 34명을 내달 새 업체 선정과 함께 25명으로 줄이겠다는 것. 입주자대표회는 "2018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현재 경비원 운영방식으로는 관리비 부담이 상당히 커진다"라고 감축 배경을 설명했다. 정리하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이유로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경비원 수를 9명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2018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늘어난 7530원으로 확정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입주자대표회는 최저임금 결정 후 20일만에 경비원 감축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경비원 34명 → 25명 줄이면 관리비 연 4000만원 줄일 수 있다"

입주자대표회는 지난 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34명 운영체제에서 주간조 20명과 야간조 5명으로 나눠 운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지금보다 연간 4000만 원가량의 관리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설명했다.

입주자대표회에 따르면, 현재 경비원들은 인건비와 보험료·퇴직금·교육비 등을 합쳐 월 135만 원의 받고 일한다. 그러나 25명으로 인원을 감축하면 최저임금 인상 폭인 16.4%보다 더 높은 170만 원가량의 임금을 지불해도 지금보다 관리비 4000만 원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저임금 인상 폭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이유는 변경안이 확정될 경우 '70세 이하의 경비원들을 고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A아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경비원들의 나이는 모두 75세 이상이다. 변경안이 통과되면 이들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이 아파트 경비원 B씨는 "(새로운 운영방식은) 젊은 사람들이 와서 일해도 힘들 것 같다"라면서 "공고문을 자세히 보니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경비원 C씨는 "경비원들은 마트에서 배달 오는 물건도 관리해야 하고, 화단도 가꾸고, 하수도도 뚫어야 하는 등 해야 하는 일이 많다"라면서 "우리가 (변경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곳이 없다"라고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언론보도 이후 경비원 반대여론 커져... 결국 '감축안 철회'

입주민들이 아파트 경비원 감축을 검토 중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A 아파트 단지 내 경비실.
 입주민들이 아파트 경비원 감축을 검토 중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A 아파트 단지 내 경비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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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아파트의 경비원 감축 계획은 SBS,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보도됐다. 그러자 입주자대표회는 22일까지 의견수렴을 받은 뒤 변경안을 확정하려 했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주민 찬반 동의서를 취합하는 것을 입주자대표회의 새 안건으로 상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비원 운영 방식 변경에 대한 입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면서, 입주자대표회는 16일 경비원 감축 계획을 없던 일로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입주자대표회는 오는 24일 입주자대표자회의 정기회의 때 공식 확정하기로 했다.

강아무개 입주자대표회 부회장은 1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년에) 최저임금 인상 분으로 임금을 올리는 등 34명을 감축하지 않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기로 잠정 결정했다"라면서 "조만간 현행 운영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공고를 게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세대 이상이 직접 혹은 전화 등으로 입주자대표회에 의견을 전달했는데, (경비원 운영 방식 변경에 대한) 찬성 의견은 1건밖에 없었다"라면서 "입주민 중에는 현행 방식을 유지해달라는 장문의 편지를 보낸 분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태그:#최저임금,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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