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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페미니즘 이슈가 부상하면서 영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아는 페미'는 현재 페미니즘 운동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영페미니스트를 조명하고, 그들의 참신한 활동을 알리는 기획입니다. '무언갈 아는' 페미, '내가 아는' 페미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이 기사 한눈에

  • 비비페 제안자 그링은 '함께 사는 삶'을 아는 페미
  • 비비페 제안자 그링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시절'
  • 비비페 제안자 그링의 다음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서른 즈음에 할 비혼식'
대한민국에선 사회적 편견이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채식주의자, 비혼주의자, 그리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쉽지 않다. 나 또한 그렇지만,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친구들은 매번 반복되는 질문에 자신을 일일이 설명하고 다투는 것이 두려워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 꺼리기도 한다. 아직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은 얄팍한 수준이고, 익숙한 폭력에 대한 성찰은 폭이 좁다. 그 영역을 넓히기 위해 말하고, 쓰고, 노래하고, 찍고, 시위하는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은 그래서 소중하다.

모두들 청년주거협동조합은 '비건/비혼/페미니즘 하우스(아래 비비페, 관련 링크)라는 이름의 주거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청년주거협동조합은 현대 주거난에 대해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대안을 찾는 단체다. 청년들이 모여 새로운 삶의 방식을 토론하고, '두더지 하우스'라는 이름의 주거공동체를 운영한다. 지난 4일, '비비페'를 처음으로 제안한 활동가 그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비비페' 웹 자보 지난 6월 '모두들' 페이스북에 게시된 '비비페' 홍보 웹 자보
▲ '비비페' 웹 자보 지난 6월 '모두들' 페이스북에 게시된 '비비페' 홍보 웹 자보
ⓒ '모두들' 청년주거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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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한 집에서 살기 위해, 모두들 청년주거협동조합

- 활동하고 계시는 '모두들'은 어떤 곳인가요?
"저희는 '살 만한 집에서 살자'는 것을 취지로 시작한 협동조합으로, 출자금(조합에 가입할 때 내는 돈이며 조합의 운영자금)을 바탕으로 공동으로 운영을 책임지는 구조예요. 저희 모두 가난하고, 인맥도 없고, 지역에 연도 없어서 힘들어하던 사람들이에요. 모여서 이야기하다가 '우리가 같이 살아보면 어떨까' 해서 시작하게 됐죠.

그냥 단순히 같이 사는 것이 아닌, 함께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같이 사는 사람들과 밥 먹고, 놀고, 회의하는 것이 일상이고,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부천이라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중인데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축제도 참여하고, 우크렐레나 실 팔찌 소모임도 운영하고, 밭을 대여해서 텃밭 가꾸는 농사활동 등을 하면서 지역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비비페'를 고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지금은 두더지 하우스에 살고 있지 않은데요. 두더지 하우스가 그나마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든 곳이라 다른 곳보다는 나은 환경이었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있더라고요. 채식에 대한 이해도 많이 부족했어요. 저는 그냥 한 사람을 배려하는 것보다 비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주길 바라고, 동물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착취에 대해 생각해주길 바랐거든요. 그런데 그냥 '얘가 소수자니까 배려해줘야겠다' 이런 식으로만 받아들이는 인상에 아쉬움을 느꼈어요. 채식이 그저 취향의 문제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고요.

제가 소수자 속의 소수자다 보니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어요. 다른 집에 들어갈 때마다 매번 설명하고 '고기를 안 먹으면 기운이 없지 않니' 같은 질문에 답하는 것에 지치곤 했어요. 그래서 우선 그동안 살던 집에서 나오게 되었는데, 그 뒤에도 마음 편한 공동체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혼자 사는 것은 무섭기도 하고, 관계가 없으니까 어렵더라고요. 저는 비혼을 지향하니까 노년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고요.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새로운 두더지 하우스를 만들 시기가 되어 '비비페'를 제안하게 되었어요."

- 페이스북을 보니 한창 준비단계인 것 같던데,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6월부터 모집을 시작해서 6월 말에 첫 모임이 있었어요. 7월에는 전주 비혼여성공동체를 방문해서 조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고요. 5일 세 번째 모임을 앞두고 있는데, 이번에는 새로 오신 분들도 있어서 자기소개도 해야 할 것 같아요. 각자 살고 싶은 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집을 구하는 활동도 같이할 계획입니다. '비비페' 하우스의 오픈은 10월 중에 예정되어있는데, 조금 더 빨라지거나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공개적인 모집을 통해 모인 만큼 서로 낯설기도 하고, 서로의 생각도 다를 것 같은데요. 지금 모인 분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나요?
"아무래도 두더지 하우스에서 그동안 구성원들과의 갈등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만한 부분에 대해 미리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각자가 만들고 싶은 집, 이전에 살던 집에서 싫었던 경험들에 관해 이야기해요.

함께 살다 보면 생기는 주요 갈등이 손님맞이와 가사노동이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번 모임에서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두더지 하우스가 '열린 집'을 지향해서 손님들이 자유롭게 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거든요. 자기 친구가 와도 환대받을 수 있는 집이 좋잖아요. 그래서 그런 갈등 부분에 대한 각자의 온도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조합원 교육 자신이 생각하는 '집'과 '모두들'의 의미에 대해 나누고 있는 조합원 교육
▲ '모두들' 조합원 교육 자신이 생각하는 '집'과 '모두들'의 의미에 대해 나누고 있는 조합원 교육
ⓒ '모두들' 청년주거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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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위해 추구하는 가치, 페미니즘

- 보통 '집 구하기'는 집이 가지는 물리적인 조건을 따지는데 '비비페'에서 지향하는 것은 공간 자체보다는 공동체와 관계에 대한 고민인 것 같네요.
"네. 사실 집은 구하려면 구할 수 있지만, 그 집이 오래 유지되려면 같이 사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요. 단기적으로 살려는 생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함께할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 지금 모인 구성원들은 세 가지 지향을 모두 가진 분들이신 건가요?
"그런 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는데, 저는 비건을 가장 중점으로 두고 있어요. '비비페'가 단순하게 채식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사람들이길 바라고 있어요.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 그 사람들과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시겠네요.
"네. 사람들이 모이고 보니 그 세 가지를 조건으로 두고 딱 잘라낼 수 없는 부분 때문에, 알음알음 모인 지금의 사람들과 어떻게든 같이 가볼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적어도 '이야기하면 이해해줄 것이다'라는 기대감이 있는 사람들과 살고 싶어요."

 '비비페 하우스' 준비하는 청년주거협동조합 활동가 그링
 '비비페 하우스' 준비하는 청년주거협동조합 활동가 그링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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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과 비건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페미니즘이 권력에 대항하는 것이고, 소수자들이 다수를 향해서 권력을 전복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페미니즘적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비건도 마찬가지고요. 동물들이 인간사회의 권력에 착취당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피해를 줄이고자 실천하는 것이잖아요. 폭력과 착취에 거부하고, 대안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페미니즘적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고요.

한편으로는, 여성과 동물의 위치가 비슷해요. 저는 여성이 성적 대상화되는 부분과 동물이 상품으로 대상화되는 것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봐요. 그래서 여성과 동물은 사실 연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연대하려면 인간으로서의, 가해자로서의 반성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요. 그 과정이 비건인 거죠."

오늘의 페미니즘, 내일의 페미니즘

MBC다큐스페셜 <고기랩소디> 한 장면 강제로 발치당한 돼지가 철창에서 나가고 싶어 이가 없는 상태로 철장을 물어뜯고 있다.
▲ MBC다큐스페셜 <고기랩소디> 한 장면 강제로 발치당한 돼지가 철창에서 나가고 싶어 이가 없는 상태로 철장을 물어뜯고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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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건/비혼/페미니즘을 실천하게 된 '모먼트'는 언제였나요?
"우선 채식을 제일 처음 만난 건 6년 전 MBC다큐멘터리 <고기랩소디>를 보게 되었을 때예요. 공장식 축산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걸 보고 나서부터 채식을 실천하게 되었어요.

비혼과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은 가정에서부터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아버지가 많이 가부장적이셔서 제가 반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일과 책임이 엄마에게 치중되는 모습, 아버지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면서 '결혼이 대체 뭘까? 왜 사람들은 결혼하려고 하지? 나는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 당시엔 페미니즘이란 걸 잘 몰랐는데, 그때부터 성별차이가 차별이 되는 게 부당하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서 청소년 인권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 다음 '페미니즘 모먼트'는 언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계획하고 있는 커다란 인생사가 있어요. 그건 '비혼식'인데요. 혼자서도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꾸리고 잘 살 수 있다고 선언하는 행사로 생각 중인데, 아마 서른 즈음에 '모두들'에서 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날은 악기를 배워서 연주도 하고, 춤도 추고, 비건 음식을 차려놓고, 파티를 열 계획을 하고 있어요. 제가 냈던 축의금을 비혼식에서 받을 생각입니다."

- 자신을 '○○를 아는 페미'라고 표현한다면 어떤 말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저는 '[함께 사는 삶]을 아는 페미'예요. 공동생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지지받는 삶을 사는 게 행복한 것 같더라고요. 제가 '모두들' 살면서 힘든 상황이 있었을 때도, 친구들이 옆에 있으니 지지받는 기분이 들고 금방 회복할 수 있었어요. 그런 회복에 관계가 많은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같이 살면서 갈등도 있고, 문제를 겪지만 저는 사는 게 그런 거라고 봐요. 그래서 갈등을 해결해가면서 같이 사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비비페 하우스' 준비하는 청년주거협동조합 활동가 그링
 '비비페 하우스' 준비하는 청년주거협동조합 활동가 그링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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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비비페'가 지향하는 가치에 관심을 가지는 다른 페미니스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릴게요.
"채식에 대해서는, 채식이 꼭 비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채식의 종류도 다양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방법도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요. 밖에서는 페스코, 집에서는 비건으로 식사하거나 술자리에서는 육식을 하고 식사는 채식하는 것 등 방법은 다양하니까 자신의 상황에 맞게 실천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금씩 줄여가는 거죠. 한 번에 확 줄이는 것보다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비비페'같은 집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소수자들이 인정받고, 서로 지지하면서 살 수 있는 공동체나 관계들이요. 그런 노력을 많은 분들이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고, 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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