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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아니라 다양으로
▲ 왼손잡이로 태어나셨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다양으로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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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이 '왼손잡이의 날'이라는 것을 서른이 한참 지나고도 나는 알지 못했다. '무슨 날'이라고 정하는 건 사람들이 그 하루만큼은 그날의 의미를 생각해봤으면 한다는 뜻일 것이다.

왼손잡이는 전 세계에서 10%를 차지한다고 한다. 원래는 더 많았을 텐데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그들의 선천적인 감각을 '거세'해버린 건 아닌가 싶다.

유년시절, 밥상에 앉을 때마다 울음바다가 됐던 기억이다. 내가 편한 손은 왼손인데 부모님은 계속 오른손을 쓰라고 하니 미치고 답답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가장 즐겁고 행복해야 하는 식사 시간이 내겐 무섭고 두렵고 눈치 보이는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밥 먹을 때 왼손을 썼다. 도저히 고칠 수 없었다.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지켜내야 할 만큼 나만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밥 먹을 때나 칼, 가위 등을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야 하는 순간에는 항상 왼손을 사용한다.

밥 먹을 때 왼손을 쓴다고 타박하는 시선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위험한 도구인 칼이나 가위를 사용할 때는 '불안해 보인다', '어색해 보인다'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들의 시선에는 아직도 '왼손'은 불편하고 어색한 방식인 것이다.

8년간 알고 지내다가 연인관계가 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오빠 동생으로 만나던 시절엔 나의 왼손을 두고 아무 말 안 하다가, 막상 사귀자 어린아이들이 젓가락질을 배울 때 쓰는 연습용 젓가락을 내게 선물했다. 어른들이 보기에 '불편한' 왼손잡이 여자친구가 오른손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처음 연습용 젓가락을 받고 몇 번 연습해봤지만, 역시나 나는 '타고난 왼손잡이'였다.

글씨만 오른손으로 쓰는 이유

그런 내가 오른손으로 하는 행동이 딱 하나 있다. 바로 글씨 쓰기다. 젓가락질도 왼손으로 하는데 처음부터 글씨만 오른손으로 썼겠는가? 유치원에 다닐 적만 해도 글씨를 쓸 때 역시 왼손잡이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나는 꽤 큰 충격을 받았다. 반 친구 모두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이었다. 네모난 교실 네모난 책상에 앉아 선생님이 이야기해주는 단어들을 오른손으로 사각사각 쓰고 있던 장면이 나는 아직도 기억난다. 그 정돈된 장면 속에서 나만 반대로 글씨를 쓰고 있었다. 그 낯섦과 외로움이 나를 학교가 끝나면 책상 앞에서 부지런히 오른손으로 글씨 연습을 하는 아이로 만들었고, 지금도 종종 듣는 칭찬인 '글씨를 잘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부모님이 고쳐보려고 노력했던 것을 나는 한순간에 자발적으로 바꿔버렸다. 무리에 소속된 순간 '다름'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준다는 것을 직감했던 걸까? 적어도 눈에 띄지 않아야 '타깃'이 되지 않고 중간이라도 간다는 사실을 그 어린 나이에 알게 된 걸까?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는 태아였을 때 어느 손가락이 더 발달하면서 나타나게 된다는데, 두 손 가운데 왼손이 더 발달한 나는 살아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글씨 쓸 때만 오른손잡이인 것도 좋다. 양쪽 손을 잘 사용한다는 것은 더 편한 방법을 또 가지게 되는 것이니까.

누구나 왼손 또는 오른손을 선택할 수 있고, 양손잡이가 될 수도 있다. 타고난 것을 고치거나 고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오로지 개인의 선택이다. 선택이 차별받는 세상이 아닌, 다름으로 다양해질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http://blog.naver.com/newlotus82/221073033369).



태그:#왼손잡이, #세계왼손잡이의날, #연습용 젓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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