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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림성 동부에 있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이곳은 중국에서 가장 '한국적'인 지역이다. 총 6시 2현으로 이뤄져 있는데, 연길시와 도문시, 훈춘시가 한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길림성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연변에 들어선 한국 기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누적 투자액만 1776억 원에 달한다.

러시아와 북한 등으로 이어지는 교통 요충지인 탓에 '국제도시'라는 면모도 갖췄다. 고층 빌딩과 고급 호텔, 아파트, 녹지 공원 등이 들어선 훈춘시는 동북아 경제 중심도시로 발돋움 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연변 여행이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 이데올로기의 앙금도 느낄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 언어를 꼽을 수 있다. 연변은 자치주법에 따라 한국어를 공용어로 쓴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병원과 식당, 백화점 등의 간판에는 한국어가 표기돼 있다. 일반 상점의 경우 간판에 한글 새기지 않으면 허가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한글 간판이 걸려 있는 연변의 한 상점.
 한글 간판이 걸려 있는 연변의 한 상점.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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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는 조선족도 흔하게 만날 수 있어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다. 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악화됐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이곳에서는 외교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한국어만 믿고 가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5성급 호텔 종업원 중에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를 잘하는 이가 드물었다. 법적으로 공용어지만 중국인에게 한국어는 여전히 수많은 외국어 중 하나로 인식되는 듯했다.

용호각에서 본 북중러 경제협력 사업 

 북중 접경지대에서 본 입간판들.
 북중 접경지대에서 본 입간판들.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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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일정으로 북중러 접경지대를 훤히 볼 수 있는 용호각(방천 전망대)으로 향했다. 길림성 두만강 하구에 자리한 이곳은 연변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용호각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며 경제개발 과정을 적극 알리고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 넘실거리는 두만강 사이에 북한과 중국을 가르는 철조망이 보였다. 양국은 '혈맹관계'라 하지만 국경선 앞에선 남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노상 휴게소에 잠시 들렀더니 "조선 측에 촬영, 소리침, 물건 던지기 엄금"이라고 적힌 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는 나라지만 소리 치거나, 물건 던지기에 움찔하는 모습을 보니 북한은 역시 알다가도 모르겠다.

 용호각 전망대에 오르면 희미하게 나진-하산 철길을 볼 수 있다.
 용호각 전망대에 오르면 희미하게 나진-하산 철길을 볼 수 있다.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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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각 전망대에 오르면 북한과 러시아 땅은 물론 나진-하산 철교를 훤히 볼 수 있다. 날씨가 맑으면 동해도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철길 오른쪽은 북한, 왼쪽은 러시아 영토다.

세 나라의 국경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매력이다. 눈치 빠른 중국은 전망대 주변을 관광지로 개발해 돈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용호각 내부에는 각종 전시관, 기념품 판매점 등이 들어섰다. 흔히 볼 수 없는 백두산 호랑이 영상 자료집도 선보여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까운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2007년부터 러시아는 국경 지역인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km 구간의 철로를 수리하고 나진항을 현대화하는 일명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벌였다. 두 지역을 복합물류도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애초 우리나라도 사업에 참여해 '3각 협력 사업'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했다. 지금은 시베리아산 석탄이 나진-하산 노선을 통해 유통되는 등 북러 간 경제협력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

 용호각 전망대에 설치된 북중러 국기
 용호각 전망대에 설치된 북중러 국기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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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지만 돈을 버는 나라는 따로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 왕따'의 전형이었다.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발걸음을 돌리기 아쉬워 홀로 생각해봤다.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한국의 참여로 더 큰 성공을 거뒀다면 어떻게 됐을까. 남북한의 경제교류가 활성화되고 동북아 통합물류망이 만들어졌을 거라 짐작해봤다.

폭우 휩쓴 자리... 북중 손잡고 다리 건설

용호각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아쉬움을 뒤로한 후 북중 간 교역현장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길림성 도문시로 향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중국 도문시와 북한 남양시를 잇는 다리 건설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로 두만강이 넘쳐 남양시가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재민만 3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도문시와 북한 남양시를 잇는 다리 건설 모습.
 중국 도문시와 북한 남양시를 잇는 다리 건설 모습.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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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복구는 마무리 된 듯 보였다.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아파트가 듬성듬성 들어서 있었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주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남양시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북중 간 경제교류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하지 않았던가. 북중관계가 바로 그런 사이처럼 보였다.

최근 북한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즉각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예고했다.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갔다. 그러나 북한과 인접한 중국, 러시아 국경지대에는 제재와 압박이라는 말을 비웃듯 평온하기만 했다.

우리나라도 군사적 긴장은 놓지 안 돼 북한과의 교류협력 사업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남북관계가 암흑기로 들어선 지 어언 10년이 다되어 간다. 하루 빨리 관계가 개선돼 통일이라는 청사진을 보고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7월 15일부터 7월 21일까지 북중러 접경지역을 다녀온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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