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궁은 언제 둘러보아도 마음이 편안하다. 역사를 상기하면서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숲이 있는 휴식 공간으로 생각하고 산책하는 것도 좋다.
지난 9일 남대문에 일이 있어 시내에 나왔다가 바로 집에 가는 것보다 가까운 덕수궁을 둘러보기로 하고 덕수궁을 향하여 걸어간다. 날씨는 무더워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흐른다. 그러나 평소 하루 만 보를 걷는 것을 실천하려 하기 때문에 즐겁게 걷는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매표 창구에는 일본인 등 외국인과 시민들이 입장권을 구입하고 덕수궁으로 들어간다. 대한문을 들어서니 숲 터널이다. 시원한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
바로 앞에는 젊은 연인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고, 몇몇 외국인들도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간다. 중화문 주변 쉼터에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오후의 고궁은 참 평화로운 풍경이다.
등나무 아래에서 바라보는 석조전, 한 폭의 그림 되다중화문에서 젊은 연인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어느 곳에서나 혼자보다 연인끼리 다정한 모습이 어울린다. 나이든 노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는 모습도 보기 좋다. 석조전 앞 분수대 옆에는 등나무 쉼터가 있는데, 여기서 석조전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그림이 따로 없다. 외국인들도 보이고 연인끼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여유를 가지고 몇 시간이나 앉아 있으면 멋진 휴식이 될 것 같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전시 준비 중이다. 석조전으로 다가가는데 빨간 배롱나무꽃과 석조전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석조전을 지나 숲속으로 갔다. 숲 안쪽에는 담 보수 공사가 있어 조용히 쉴 수가 없다. 숲을 지나 석어당으로 갔다. 석어당은 2층으로 된 전각이다. 활짝 열어 놓은 문 너머로 중화전이 보인다.
석어당을 보고 작은 문을 통하여 정관헌으로 갔다. 문화해설사가 일본인 한 사람에게 정관헌을 설명하고 있다. 정관헌은 '조용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공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중화전으로 가다가 석어당을 바라보면 또 다른 모습의 석어당이 보인다.
덕수궁 조망 명소, 정동전망대에 오르다천천히 덕수궁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고 나니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대한문으로 나와 오른쪽 골목으로 돌아서면 덕수궁 돌담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50m 정도 걸으면 왼쪽에 서울시청 서소문청사가 보인다. 이곳 13층에 정동전망대가 있다. 누구나 오를 수 있는데, 이 곳에서 덕수궁을 내려다보면 덕수궁이 한눈에 조망된다.
날씨도 더운데 정동전망대에 오르니 시원하다. 13층은 카페 공간으로 여유 있게 차를 마시며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친구와 가끔씩 이곳을 찾는다. 친구와 나는 비가 오는 날이나, 눈 오는 날 이곳 창가에 앉아서 시내를 바라보고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전망대를 내려와 정동길을 걸으면 정동제일교회·정동극장 등 유서 깊은 덕수궁 돌담길을 걸을 수 있는데, 이날은 덕수궁으로 만족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