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입단 동기 정찬헌과 이형종

LG 트윈스 입단 동기 정찬헌과 이형종 ⓒ LG 트윈스


LG 트윈스가 파죽의 6연승을 질주했다. 지난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1회 연장 승부 끝에 10-4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됐다. 연장 11회 초에 LG가 4-2 리드를 잡은 가운데 투수 정찬헌이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정찬헌이 타석에 들어선 이유는 8회 초 지명 타자 박용택이 사구로 출루하자 대주자로 투입된 황목치승이 9회 말 시작과 함께 3루수 수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명타자가 수비에 들어가면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게 됐다.

정찬헌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타석에 들어선 것만으로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정찬헌은 초구 140km/h의 빠른공을 마음껏 잡아당겨 깨끗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정찬헌의 적시타에 이어 이형종과 김재율의 백투백 홈런을 묶어 LG는 10-2로 크게 벌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투수 정찬헌의 적시타가 삼성에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찬헌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양상문 감독이 지시를 한 뒤 후속 타자 이형종도 정찬헌과 함께 스윙하며 뭔가를 조언했다. '직구를 노리라'는 이형종의 조언이 적중해 결국 정찬헌의 안타가 터졌다.

사실 LG 입단 동기 정찬헌과 이형종은 프로 데뷔 전부터 '특별한 관계'였다. 서울고 에이스 이형종이 '눈물의 왕자'라는 별명을 얻게 된 2007년 대통령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상대인 광주일고의 투수가 정찬헌이었다.

끝내기 안타를 맞은 이형종은 패전의 멍에를 쓰며 준우승에 그쳐 오열한 반면 정찬헌의 광주일고는 우승기를 품에 안았다. 우승 주역 정찬헌은 대회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었다.

 LG 정찬헌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LG 정찬헌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LG는 2008년 신인 1차 지명으로 이형종을, 2차 1라운드로 정찬헌을 지명했다. 이형종의 계약금이 4억3000만 원, 정찬헌의 계약금이 3억 원이었던 사실에서 드러나듯 두 거물급 우완 정통파 신인 투수는 당시만 해도 허약했던 LG의 마운드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형종과 정찬헌은 프로 데뷔 후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이형종은 고교 시절의 혹사로 인해 수술과 재활로 오랜 기간을 보내다 2010년 1군 2경기 등판 후 야구를 접고 골프 선수로 나서려 했다. 정찬헌은 프로 데뷔 후 2년 동안 선발과 불펜을 전천후로 오가며 혹사당하다 두 번의 수술을 받은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LG 이형종 최근 2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LG 이형종 최근 2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이형종은 타자로 전향해 지난해부터 1군 무대에 나서고 있다. 다소 기복은 있으나 투수에서 타자로 뒤늦게 전향한 것에 비하면 1군 적응이 매우 빠르다는 평가다. 정찬헌은 마무리 임정우의 공백을 메우는 등 불펜에서 다양한 보직을 소화하고 있다. 시즌 3승 4패 6세이브 2홀드를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 중이다.

21일 경기에서 정찬헌이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자 이형종은 화답하듯 좌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정찬헌은 이형종의 홈런 덕분에 프로 데뷔 첫 득점도 올렸다. 입단 당시 대형 투수로 기대를 모은 두 선수가 연속 타자로 등장해 적시타를 치고 득점해 승리를 합작하는 명장면은 향후 다시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보직 파괴'에 힘입은 LG의 연장전 승리와 연승이라는 점에서는 2013년 6월 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연상케 했다.

당시 LG는 9회초까지 0-4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2점을 만회한 뒤 2사 후 손주인의 2타점 적시타 때 2루 대주자 임정우가 득점해 4-4 동점을 만들었다. 9회 말부터 포수로 나선 문선재는 연장 10회 초에 결승타를 터뜨렸다. 이날 경기에서도 지명타자가 사라지면서 투수 봉중근은 10회 초 타석에 들어섰지만 타격의 의사를 보이지 않았고 삼진을 당했다.

투수 임정우의 동점 득점 등 5-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5연승을 구가한 LG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1일 경기에서 투수 정찬헌이 적시타를 쳐 연장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며 6연승을 달린 LG는 4년 전 짜릿한 명승부를 추억하게 했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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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 필진/감수: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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