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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는 세계경제 1, 2위 국가의 경제수장이 만나는 '미·중 포괄적 경제대화'가 있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진행되던 양국의 브리핑은 특별한 이유 없이 취소 되었으며, 당연히 양측의 합의가 담긴 공동성명도 채택되지 못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줄곧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면서 고립주의 외교노선을 지향해 오고 있다. 얼마 전 폐막한 G20 정상회의에서는 '19+1'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방위비 분담을 문제 삼으며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과의 안보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미국의 외교, 무역, 기후 정책이 유럽의 핵심이익과 충돌하고 있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6월 중국은 예년에 비해 수개월 앞당겨 '중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진행했으며, 7월에는 러시아와 함께 유럽의 주요 무역 통로인 발트해에서 '해상연합2017'이라는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렇듯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깃발을 들고 고립주의 행보를 걷고 있는 사이 중국은 '일대일로(一带一路)' 깃발을 들고 국제사회에서 생기고 있는 미국의 틈새를 노리며 영향력 확대를 위한 폭넓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대일로(一带一路)' 구상이 점점 그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一带一路'国际合作高峰论坛)'에는 전 세계 29개국 정상을 포함해 130여 개국의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했다. 새정부 출범이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한국 정부도 급하게 대표단을 파견 했으며, 북한 또한 이례적으로 대표단을 파견했다. 그만큼 '일대일로 포럼'이 역내 지역 협력의 중요한 장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대일로(一带一路)'구상은 시진핑 정부가 선언한 '중국의 꿈(中国梦)'을 실현하기 위해 제창한 국가대전략이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중국이 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中华民族伟大复兴)'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데 과거 중국의 실크로드를 미래 국가대전략으로 재명명했는가이다.

그것은 중국이 가장 번성했던 시기가 바로 과거 실크로드로 세계 무역의 중심이 되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즉, 과거 중화민족의 영광을 다시 부흥해보고자 한다는 큰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일대일로는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이 2013년 9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방문 시 제시한 '실크로드 경제벨트(丝绸之路经济带)'의 '일대(一带)'와 같은해 10월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 방문 시 제시한 '21세기 해상실크로드(21世纪海上丝绸之路)'의 '일로(一路)'를 건설하자는 이니셔티브의 줄임말이다.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 구상을 커다란 의미로 분석해 보면 표면적인 목적은 육상·해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인접해 있는 주변 국가와 각 지역별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연계하여 유라시아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는 것이다. 중국 서부 및 중남부 지역과 유라시아 핵심 거점 지역인 중앙아시아 지역에 철도, 도로, 항만, 공항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육상, 해상 연계망을 건설하여 운송 인프라를 구축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중심으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 유라시아 경제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즉 안으로는 중국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재도약을 이루고 밖으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주도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해 글로벌 차원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다목적의 전략이다.

한중 관계 이대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초심으로 돌아가야

'일대일로' 구상은 먼 미래에 대한 구상이 아니다. 이미 실질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있으며, 직접적인 교류를 위한 하드웨어 역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일대일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최근까지 발표된 학계 및 언론계의 내용들은 대부분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통한 서진(西进)을 위한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와 동북아지역 역시 일대일로 전략의 주된 발전 방향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중국의 지리학적 위치로 판단할 때 태평양과 유럽으로 통하는 최단거리 항로는 한반도 동쪽의 한국 동해와 러시아의 북극해 항로이다. 또한 지경학적 위치로 볼 때 중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 중 경제규모와 파급력으로 판단하면 한국과 일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지정학적 위치로 보면 중국의 주변국 정세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안보관련 문제 발생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바로 한반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상황들을 고려해 보면, 중국의 동북지역과 한반도 역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중요한 거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의하면 한국과 유라시아 대륙 간의 무역 거래 비중은 한국의 전체 대외 교역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한중관계의 양상으로 볼 때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은 요원해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특사파견 진행 그리고 G20 회의에서 한중 양국 정상 간의 정상회담 등 일련의 조치들이 있었지만 그 이후 양국 간에는 이렇다 할 관계 개선과 교류의 흐름이 생겨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시기 중국은 동쪽으로 등을 보인채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한국 정부,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 의사 타진해야

그러나 현 상황에 대한 대책과 전략을 최선두에서 지휘해야 할 주중국 대사가 내정 2개월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큰 우려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아직 주미국 대사가 선임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 대사는 미국 대사보다 먼저 임명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구태의연한 정치적 논리와 틀에 박힌 고정관념으로 국익에 피해를 끼치는 일은 새 정부에서 가장 민감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 중에 하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고 있던 지난 1월 열었던 정책 간담회 자리에서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우리의 경제 영토를 대륙과 해양으로 확대하는 교량외교"를 언급하면서 국익 우선 중심의 외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던 시기의 외교 정책을 다시 한 번 상기해 주시길 바란다. 국민들은 새 정부의 빠르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태그:#일대일로, #한중관계, #주중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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