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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한국 언론탄압 실태 조사를 위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를 찾은 '국경 없는 기자회'가 MBC 해직언론인들과 MBC노조 구성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일 오전 한국 언론탄압 실태 조사를 위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를 찾은 '국경 없는 기자회'가 MBC 해직언론인들과 MBC노조 구성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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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인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시린 에바디(Shirin Ebadi)씨가 '2012년 MBC 파업'으로 부당하게 해고된 언론인들을 만났다. 국제 언론인 인권보호단체이자 언론자유 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의 명예이사가 방문했다는 사실은 현재 MBC의 상황이 '언론 자유 탄압'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20일 서울 상암동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를 방문해 한국 공영방송의 언론탄압 실태를 공유한 뒤 'MBC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공조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시린 에바디를 포함해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 세드릭 알비아니 아시아지국장, 한국 통신원 김혜경 기자 등이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MBC 해직언론인인 최승호 전 PD(뉴스타파 PD), 박성호 기자, 박성제 기자를 비롯해 김연국 MBC노조본부장, 왕종명 MBC기자협회장,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등이 대표단을 만났다.

에바디 명예이사는 이란 최초의 여성 판사로 일하다가 1979년 이슬람혁명 뒤 해직됐다. 이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정권의 폭력과 검열 반대에 앞장섰고, 민주주의 신장과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200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란은 국경 없는 기자회가 올해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165위로 '매우 심각한 상황(Very Serious Situation)'의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10년 전 31위에서 지난해 70위까지 순위가 급격하게 하락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을 보도한 측면이 반영돼 올해 63위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란의 폭압적인 언론현실을 본 그도 MBC를 방문해 연대의 손을 내민 것이다.

그는 "'4대강 사업'의 폐단을 지적하는 한국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여러분들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먼저 해직언론인들을 격려했다. 이어 "저널리스트의 의무는 정확한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라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 두려움은 반드시 표현되었어야 한다"며 보도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해직언론인으로서 참석한 최승호 PD는 2010년 <PD수첩>에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을 보도하며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그는 MBC언론인들에게 구체적인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6명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정부여당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이사진들을 고르는 것은 MBC 내부의 구성원들이어야 한다"면서 "만약 동료 언론인들에게 선출된 임원들이었다면 지금 같은 실수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언론장악방지법'은 MBC·KBS·E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중점내용으로 담고 있지만, 현재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MBC본부를 방문한 시린 에바디가 김장겸 MBC 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을 비판하는 피켓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MBC본부를 방문한 시린 에바디가 김장겸 MBC 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을 비판하는 피켓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 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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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루아르 사무총장은 해직언론인들로부터 'MBC 공정방송 투쟁사'를 듣고 중국의 사회운동가인 '후지아'의 말을 인용하며 "눈에 보이는 감옥도 있지만 돈이나 법적 조치로 보이지 않는 감옥을 만들 수도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기자들을 해고시키는 것이고 불행하게도 이런 방법이 현재 대다수 정권이 애용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한 얘기 중에 가장 가슴 아픈 말은 '공정보도'"라면서 "여러분은 단순히 개인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알권리를 위한 언론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MBC언론인들의 투쟁을 높게 평가했다.

한편 그는 이날 만남에 대해서 "이런 기회가 여러분의 중징계나 해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어떤 탐사보도를 기획하고 어떤 보도를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한국 언론의 '웃픈' 현실을 표현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MBC 정상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느냐'라는 들루아르 사무총장의 질문에 박성호 기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개입해서 (경영진을) 몰아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부구성원들이 지금처럼 계속 싸울 것이고, 시민들이 우리를 지지해 줄 것"이라면서도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요"하다며 국경 없는 기자회에 갖는 기대를 피력했다. 이에 알바이니 아시아지국장은 "언론자유를 향한 투쟁은 국제적인 사안이다. 망설이지 말고 연락을 달라"며 'MBC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공조할 것을 밝혔다. 


태그:#MBC, #국경 없는 기자회, #김장겸, #고영주,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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