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높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품고 시작한 <아이돌학교>.

시청자들의 높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품고 시작한 <아이돌학교>. ⓒ CJ E&M


케이블 채널 Mnet이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 이어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그램, <아이돌학교>가 초반 괜찮은 성과를 거두어들이고 있다. 11주간의 교육을 거쳐 시청자들의 투표에서 선택된 '일반인'들을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시키겠다는 기획은 기존의 <프로듀스 101>이나 <소년24>와 같은 프로그램들과 큰 차별점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직 연습생들이 여럿 참여하며 예상 외로 관심이 집중되었다. 또한 이순재나 김희철 같은 유명 방송인들이 멘토 역할로 참여하며 지속적인 홍보도 이루어졌다. 그 결과 첫 회 방송에서 최고 시청률 3%를 돌파하며 닐슨 기준 1.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프로듀스 101>의 첫 회 보다도 높은 기록이었다. 지난 20일 2회 차 방송에서도 소폭 하락하였으나 여전히 1.2%로 케이블 기준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다.

이와 같은 흥행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방송 이전부터 프로그램을 향했던 다양한 우려와 비판들에 제작진은 무응답, 또는 "악마의 편집은 절대 없다", "아이들이 실제 드라마를 쓰고 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답했다. 허나 시청자들의 관점은 달랐다.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드러났던 편집상의 문제점이나 관리의 허술함, 그리고 자극적인 장면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엠넷 <아이돌학교>에 출연한 참가자들

엠넷 <아이돌학교>에 출연한 참가자들 ⓒ CJ E&M


핑크빛 교실로 꾸몄다지만

<아이돌학교>의 참가자 40여 명이 거주하는 공간, 그리고 활동하는 교실은 대개 핑크빛으로 화사하게 꾸며져 있다. 기존 아이돌 만들기 프로그램들이 지니는 냉혹한 서바이벌, 혹은 경쟁 프로그램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화사하다. 그리고 소녀의 이미지를 필요 이상으로 반영, 강조하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지나칠 정도로 느껴지는 분위기다.

참가자들 역시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처럼 긴장한 상태로 등장하지만, 절절한 사연이나 울음보다는 웃음과 서로 친해지는 모습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해 나간다. 일면 <프로듀스 101> 등과는 달라 보이는 지점이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는 딱 거기까지다.

첫 회에서부터 한 참여자의 조기퇴소를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졌다. 노래, 춤 등의 실력은 필요 없다고 했던 캐치 프레이즈와 달리 평가전에서의 퍼포먼스를 두고 강한 압박이 주어졌다. 이 같은 심리적 압박감에 결국 눈물과 함께 한 참가자가 퇴소를 결정하는 이야기에 상당한 시간이 할애되었다. 2회에서는 본격적인 춤 퍼포먼스를 위한 합 맞추기 과정에서 더욱 실력 차를 둘러싼 갈등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눈물, 그리고 이로 인해 심각해지는 분위기가 초점을 받았다. 상당히 많이 봐온 풍경이다.

자극적 편집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서바이벌이라는 틀, 그리고 단기간에 다양한 실력 편차를 가진 이들이 한 곳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고정 값이다.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상처가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은 그대로 전파를 탔다. 과연 이것이 자극성을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감수해야만 하는 영역일까.

바뀌지 않는 레퍼토리

국내 최초 '아이돌학교' 개교!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Mnet <아이돌학교> 제작발표회에서 전경남 PD와 신유선 PD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이돌학교>는 걸그룹 전문 교육 기관을 콘셉트로, 아이돌이 되기 위해 배우고 익히며 성장해가는 11주의 과정을 통해 최종 성적 우수자 9명을 프로그램 종료와 함께 걸그룹으로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이다. 13일 목요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

<아이돌학교>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던 전경남 PD와 신유선 PD. ⓒ 이정민


궁극적으로 프로그램의 최종 결과가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 투표에 의해서 크게 결정된다는(물론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투표 등도 존재한다) 점은 결국 <아이돌학교>가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히려 상황은 더 노골화되었다. 매 회마다 사전 투표와 실시간 문자 투표를 합산한 결과를 방송 말미에 공개하는데, 이 순위 공개를 참가자들이 직접 시청한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과 반응이 그대로 생중계로 시청자들에게 송출된다.

이 바뀌지 않는 레퍼토리는 시청자들을 '국민 프로듀서'(<프로듀스 101>), '육성회원'(<아이돌 학교>) 등으로 명명, 참여시키며 그들에게 강한 몰입감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들이 직접 프로그램의 최종 결과와 소녀들의 운명을, 그리고 새 아이돌 그룹의 데뷔를 결정 짓게 되는 경험을 주는 것이다. 이 결과로 데뷔한 그룹에 강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아이오아이 성공 이후 하나의 서바이벌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상존한다. 단발성 히트를 위해 최종 선택되지 못한 다수의 참가자들은 결국 소모품처럼 되고 이미지 소모만 심하게 남는다. 때로 이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 형태로 고정되기도 한다. 10대가 다수인 참가자들이 투표를 통해 운명을 저당 잡히는 모습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점이나 실력보단 이미지로 단시간 안에 데뷔하려는 점 등도 문제점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앞서 설명한 참여라는 심리적 매력이 시청자를 끄는 데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다수가 침묵하는 것이다.

성 상품화 논란부터 일진설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계속되었던 논란들 역시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몸매가 드러나는 교복, 그리고 체육복 등을 입히는 것이 노골적인 성 상품화가 아니냐는 비판은 유의미한 피드백을 받아내지 못하였다. 출연진들의 의상에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다.

특정 출연진의 과거 논쟁들도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다. 일진설 의혹 등에 대해 확실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확인결과 사실이 아니다"라는 답변과 하차는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애초 다수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에서 참가자 과거 논란은 계속되어 왔는데, <아이돌학교> 역시 사전관리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적극적인 대처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다양한 논란들은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아이돌학교>는 지속적인 졸업생 배출을 표방하고 있다. 이번 11주간의 활동을 통해 한 걸그룹의 데뷔가 성사되면, 이후 상황에 따라 2기, 3기도 이어질 수도 있다.

'아이돌 스타'가 많은 어린이들, 청소년들의 꿈이 된 시대인 만큼 그 꿈이 건강하게 펼쳐지고 도전 될 수 있는 기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과연 <아이돌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이 이 상태로 꾸준히 만들어지고 진행되는 게 맞을까. 그게 아니라면 이제부터라도 시청자들과 참가자들, 제작진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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