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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울산 우신고등학교가 학생인권침해 행위가 확인된 교사 10명을 징계했지만 sns상에서의 학생들 반응은 오히려 냉랭하다. 경찰 수사에 기대를 걸고 있는 양상이다.
▲ 울산 우신고등학교 지난 14일 울산 우신고등학교가 학생인권침해 행위가 확인된 교사 10명을 징계했지만 sns상에서의 학생들 반응은 오히려 냉랭하다. 경찰 수사에 기대를 걸고 있는 양상이다.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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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교사들에 의한 학생인권침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줬던 울산 우신고등학교 사태. 논란이 벌어진 지 2주일이 지났고, 관련 교사들은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울산 지역 사회는 지난 19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관련 교사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상처는 더 커지고 있다"며 "교사 징계를 원점에서 다시 하라"고 촉구했다. 학교는 이에 21일 학부모 대표자 회의를 앞당겨 개최하면서 학교 정상화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SNS를 이용해 우신고 교사들의 부당한 폭력과 태도를 고발했던 트위터(Twitter) 계정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의 운영자(현 우신고 재학생)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자신의 경험한 학교의 실태와 계정 생성 동기 및 운영 과정, 이후 학교의 변화를 직접 들어봤다.

운영자는 오랫동안 많은 학생이 교사들로부터 성추행과 폭력을 겪으면서 분노가 쌓여왔고, 재학생들은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학교와 교사들의 태도, 징계 결과 등 대해 여전히 불만이 많다고 밝혔다. 다음은 운영자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끼리 얘기만 해봐야 소용없다"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  트위터 계정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 트위터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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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라는 트위터 계정을 6월 3일 생성했다. 계정 생성의 이유를 '우신고 교사들의 부당한 태도를 고발하기 위해'라고 밝혀놨다. 트위터를 이용해 우신고 사태를 알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
"지난 5월 중간고사 무렵 등교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여러 학생이 한 선생님으로부터 체벌을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때 안 좋은 걸 많이 봤다. 벌 받는 동안 여학생의 머리칼을 계속 잡아당기고, 남학생의 성기를 잡아당기는 식이었다.

이후 소지품 검사도 벌어졌다. 영화 속 교도소에서 하는 것처럼 학생들이 벽에 일렬로 서 있는 상태에서 선생님이 사물함과 가방을 뒤졌다. 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던 중 6월 3일, 친구들과 이야기 도중 '우리끼리 이렇게 이야기만 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결국 트위터를 통해 우신고 사태를 외부에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이번 사태를 확대시킨 사건은 '체육대회 고3 폭행사건'이었다. 당시 3학년 재학생 5명이 교사로부터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가 이뤄졌는데, 경찰은 조사 결과 폭력은 없었다며 종결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 사건을 직접 목격했다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학생들이 무릎 꿇고 있는 것부터 목격했다. 그중 3학년 학생 중 한 명이 교단 위에 세워져 전교생이 다 보는 앞에서 '3학년이 화장을 하는 등 뭐하는 짓이냐'며 곤욕을 치렀다. 그리고 한 선생님이 화장을 했다는 이유로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잡혀 온 여학생들을 포함해 여학생 5명의 얼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후 이 학생들이 다른 곳으로 끌려가 선생님에게 뺨을 맞았고 이를 본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심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본인이 직접 겪은 교사의 폭력은 없었는지?
"딱히 맞은 적은 없다."

- 트위터 계정에 상당히 많은 제보가 올라온 것으로 보이던데, 제보들의 신빙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100% 믿어도 된다. 졸업생·재학생 피해자들이 직접 쪽지로 보내온 것이고 증거사진도 보내줬다. 믿을 수 있다."

- 게재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 제보가 있는가.
"비슷한 내용이라서 아직은 없다. 다시 한 번 찾아봐야겠다."

- 계정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학생이다 보니까 시간과 휴대전화 사용이 쉽지 않았을 텐데.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계정을 만든 다음날이 휴일이었고, 5일(월요일)이 학교 체육대회였다. 또 다음날이 현충일이어서 일찍 귀가하는 날이 많았다. 그때 집에서 받은 제보들을 정리했고 친구가 도와줬다. 학내에서 휴대전화의 사용과 소지는 안 된다. 의무적으로 반납해야 한다. 물론 안 하는 학생도 몇몇 있긴 하다."

- 그렇다면 지금까지 계정 관리는 주로 집에서 해왔나?
"그렇다. 이번 사태로 학교가 빨리 끝나서 방과 후에는 자유롭게 계정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 계정 운영을 하면서 선후배나 주변인들로부터 도움이나 조언을 받은 게 있나.
"메시지나 트위터 쪽지를 통해 응원과 격려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선후배는 물론 친구와 친구 부모님들, 그리고 타 학교 학생 부모님, 언론사 기자 등이었다."

- 계정 상에는 정치권으로부터 응원 메시지도 와 있던데 어떻게 연락이 닿았나?
"저는 계정만 운영했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은 모른다. 제가 연락한 것은 아니고 친구나 팔로워들이 리트윗하면서 정치권에도 제보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

"선생님들의 태도가 나아진 건 없는 것 같다"

지난 5일 @울산_우신고를_도와주세요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제보. 2016년 졸업생이 당한 교사 폭력 경험담이다.
 지난 5일 @울산_우신고를_도와주세요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제보. 2016년 졸업생이 당한 교사 폭력 경험담이다.
ⓒ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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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태 이후 학교 생활의 변화와 학교 측의 조치가 있다면 어떤 게 있나.
"(정규수업 후) 곧바로 귀가가 가능하고 또 정독실도 폐쇄됐다. 정독실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모여 공부하는 곳과 일반 학생들의 열람실로 나뉘어 운영되는 곳이다. 대표적인 차별 공간이다 보니 학교 측이 폐쇄한 것으로 보인다."

- 보충수업도 폐지됐고 토요일 등교도 안 한다던데.
"토요일 등교는 전교생의 의무였다. 1, 2학년은 토요일 낮 12시까지 공부하고 3학년은 오후 6시까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안다. 보충수업은 평일에 4개 과목 중 강제로 3개를 선택해서 들어야 했기에 불만이 많았다. 들을만한 수업도, 교사도 없었기에 학생들은 1~2개를 원했다. 아마도 이 같은 불만 때문에 보충수업이 폐지된 것으로 안다."

-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선생님들의 태도가 나아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주변 학부모님들은 선생님들이 보이콧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율학습 시간도 단축됐고, 자율학습 때 학년별로 지도해주는 선생님도 한두 분 말고는 일찍 퇴근하고 있다. 고3 학생들도 학교 자율학습 분위기가 좋지 않아 사설 독서실을 이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학생인권침해 행위가 확인된 교사 10명이 결국 징계를 받았다.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징계 내용에 대해서는 많이들 부정적이다. 가장 문제가 심각했던 선생님은 고작 정직 1개월이다. 파면 정도를 예상했던 학생들은 정직 1개월 징계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그 선생님의 행위를 범죄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온갖 범죄를 저질렀는데 징계가 결과는 터무니없었다."

- 그 교사는 학교에서 오래 근무했나.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안다. 사립학교다 보니 (선생님들이) 바뀌지 않기 때문인데, 학생들 사이에는 그 선생님이 재단 이사장님의 친척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 사건 발생 후 재단 이사장과 교사들의 공개사과가 있었다. 학생들의 평가는 어땠는가?
"진정성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사과를 하는 데 주저하는 선생님이 많았다, 잘못을 모르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다들 형식적으로 '미안하다' '지금까지 소통이 잘 안 된 것 같다' '학생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게 전부였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려면 뭘 어떻게 잘못했다고 분명히 밝히고, 거기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 교육청 등 울산지역 사회에 바라는 것은 없는가?
"학생인권조례가 없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울산시교육청이 조례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를 봤을 때 교육청 역시 믿을 수 없는 대상이다. 학생들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울산 지역에는 우리 학교와 같은 학교가 많은 것으로 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좋은 변화가 있기를 원한다."

덧붙이는 글 | 뉴스행동에 동시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그:#우신고등학교, #울산, #학생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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