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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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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8살 아이가 무참히 살해됐다. 심지어 시신까지 잔혹하게 훼손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범인이 10대 소녀였다는 점이다. 살해 동기는 오리무중이었다. 게다가 피해자와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던 이 소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난 공범에게 시신의 일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사건 전체가 경악 그 자체였다.

아이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간 뒤 두 시간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시신을 아파트 옥상 물탱크 주변에 유기하고 시신을 훼손하고, 알리바이를 위해서 변장하고 1층까지 내려왔다 옷을 갈아입는 등 변장 후 외출하기까지 시간까지 채 3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범행 자체는 단 두 시간 만에 이뤄졌다. 정황만 놓고 보면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심증을 거둘 수 없다.  

특히 지난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비밀 친구와 살인 시나리오 – 인천 여야 살해 사건의 진실' 편을 통해 이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파장이 컸다. 지난 3월 말 사건 발생 당시에는 가해자가 10대 여성이란 사실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건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이 개시되고, 방송을 통해 사건의 전말이 상세히 알려지면서 가해자들과 재판 과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가해자들의 살해 동기는 물론 이른바 '커뮤'라고 불리는 가해자 소녀와 공범이 참여했던 '역할극'이 이뤄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한때 중학교 그림 동아리 회장까지 했다는 가해자 소녀는 어쩌다 시신까지 훼손하는 흉악범이 됐는지,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소녀의 상태가 정말 그러한지 의문이 생긴다. 또한 살해 동기와 연관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커뮤'라는 소셜미디어 모임은 무엇인지, 그리고 가해자와 함께 유력 변호사를 10명 이상 선임했다고 알려진 공범에게 공명정대한 판결이 내려질지에 대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지난 19일 피해자 A양의 어머니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탄원 동의 글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호소문과 함께 올라온 이 청원글은 이틀이 지난 21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무려 15만 5천 명이 넘는 인원이 탄원에 동의한 상태다. 피해 소녀의 어머니는 "가해자들에게 보다 더 엄격한 법의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절절하게 호소하고 있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사랑이 엄마의 호소문 

19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사랑이(가명) 어머니의 호소문.
 19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사랑이(가명) 어머니의 호소문.
ⓒ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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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월 29일 발생한 인천 8세 여아 살인사건의 피해자 사랑이(가명) 엄마입니다. 내 아이의 억울한 죽음과 그로 인한 우리 가족의 충격과 슬픔이 여러분을 불편하게 할 겁니다. 그러나 이런 억울한 충격이 다시 이 땅에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가해자들에게 보다 더 엄격한 법의 처벌이 내려지기를 바랍니다."

기소된 가해자 소녀는 최근 재판에서 변론에 임하며 사건 당시 심신미약 상태임을 주장하면서 우발적 범죄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피해자는 아직 10대다. 성인에 비해 가벼운 형량을 받는 미성년 범죄자에 해당한다. 피해자 가족은 이러한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자칫 그들의 형량이 줄어들어 사회에 복귀하게 된다면, 그들의 나이는 20대 중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충분히 죗값을 치르고 본인들의 잘못을 반성하게 하려면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어떤 처벌을 받아도 저희 아이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엄중한 처벌만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경고라 생각합니다.

가벼운 형량을 받는 미성년 범죄자와 그 부모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갖도록 재판부가 판결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이러한 슬픔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아야 하며, 이웃에 대한 불신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재판부에서 이 사건의 가해자들에게 보다 더 엄중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사랑이(가명) 엄마 드림'이라고 적힌 호소문에서 피해자 어머니는 "주변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말로 벌써부터 포기를 권합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런 불안감은 가해자 김양과 함께 범죄를 공모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양과 재판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15만이 넘는 인원이 탄원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이유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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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우리 애를, 그 사체를 선물로 달라고 했던 애예요. 너무 끔찍했어요. 살아 있냐고 묻고 CCTV 확인했냐 묻고. 살아 있다고 여자애라고. 전선을 목에 감았다고 답변도 주고받았더라고요. 손가락이 예쁘냐 그러고 우리 딸 손가락이 예쁘다고 답장도 보내고. 걔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아이가 살아 있을 때 주고받은 말들이잖아요."

21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가진 사랑이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열흘 만에 긴급체포된 공범 박양은 첫 경찰 조사부터 변호사가 입회했고, 재판에는 무려 12명의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모두 국내 10대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들로 특히 부장판사 출신 2명, 부장검사 출신이 2명이었다. 그중 한 명은 사건 관할 지역인 인천지검에 근무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제작진과 인터뷰한 한 변호사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어쨌든 변호사 12명이 들어갔다는 것은 일반적이지는 않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장검사 출신 한 명만 선임할 때도 기천만 원, 억 이상 들기도 하니까. 이렇게 4명이 같이 들어가면 사실은 굉장히 많은 수임료가 들었겠죠."

이 공범 박양은 사건 전날부터 당일까지 4차례나 가해자와 통화를 했다. 사건 직후 가해자 김양은 박양과 직접 만나 손가락 등 훼손한 시신의 일부를 건네기까지 했다. 박양은 김양이 '선물'이라고 전달한 봉투가 '시신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박양은 막대한 수임료가 있어야 선임할 수 있는 변호인단의 비호를 받고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또다시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탄원에 동참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는 둘이 같이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물론 이 사건이 행동한 아이는, 행동한 가해자는 주범이지만 그 애가 처음부터 살인을 알고 있었고 한 번이라도 마음을 바꿨으면 중간에 얼마든지 살인을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아이가 아직 살아 있을 때 통화를 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피해자 가족들은 이 공범 박양이 사건에 적극 가담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통화 기록과 "사냥" 등을 운운한 통화, 문자 내용, 시신의 일부를 건네받은 정황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한 둘이 아니다. 재판을 통해 낱낱이 밝혀져야 할 부분들이다. 그리고, 오는 7월 4일과 23일은 살해자인 김양과 공범으로 지목된 박양의 재판일이다.


태그:#인천여야살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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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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