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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삼성기가 날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삼성기가 날리고 있다(자료사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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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삼성'이란 별명답게 그들은 달랐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에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금융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들은 삼성의 은밀하고 치밀한 로비 정황을 보여줬다. 또 그 배경에는 "윗분들 의지"가 작용했다고 증언했다.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은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이 꼽은 '이재용 승계작업' 중 하나다. 삼성은 삼성생명을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나눈 뒤 자산 약 11조 원을 금융지주회사로 이전한 다음 이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삼성생명 지분을 금융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은 자신의 돈을 쓰지 않고도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하는 등 계열사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다.

은밀하게, 치밀하게... 그들은 움직였다

목표를 설정한 삼성은 주도면밀하게 움직였다. 시작은 미래전략실(아래 미전실)이었다. 2016년 1월 중순경, 이승재 미전실 전무는 손병두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에게 지주회사 전환계획 검토를 요청했다. 그는 수시로 손 국장과 통화했고, 관련 보도가 나오자 'BH(청와대) 안종범 수석에게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한다. 특검은 지난 2월 조사 때 손 국장에게 "금융위가 청와대에 보고하면 될 텐데 왜 삼성이 직접 나섰냐"라고 물었다.

"삼성의 대관작업이 매우 치밀하다고 알려졌다. 어떤 일을 진행하며 실무부서에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과정에 있는 모든 라인에 개별적으로 대관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청와대 쪽에도 별도 라인이 있어 설명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9일 증인으로 출석한 손 국장은 이 진술을 유지했다. 실제로 삼성은 금융위 안에서도 손 국장뿐 아니라 실무를 맡은 김연준 금융제도팀 과장, 김정주 사무관 등과 꾸준히 연락했다. 그룹 현안 해결을 위해 실무진부터 간부급까지, 부처부터 청와대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은 공정거래위원회 특혜 의혹 관련 심리에서 드러났던 것과 비슷했다(관련 기사 : 그날 저녁 메뉴는 고기였나 일식이었나).

금융위는 사무관부터 위원장까지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계획에 반대했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주식 처분 기간을 법정기간보다 늘리고, 삼성생명 유배당 계약자 보호 문제 등을 사실상 눈감고 넘어가려는 삼성 방식은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2월 14일 첫 검토 보고서를 낼 때부터 줄곧 '승인 불가 의견이었다. 정은보 부위원장이 2월 14일과 3월 13일, 임종룡 위원장이 3월 20일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달한 보고서의 결론도 변함없었다.

그런데 삼성은 끝까지 원안을 고수했다. 3월 29일 금융위 실무진을 만난 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은 "4월 15일에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5월 20일 이사회에서 의결하겠다"고까지 했다. 정은보 부위원장은 16일 법정에서 삼성 태도가 "이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손병두 국장은 당시 이승재 전무에게 "윗분들 의지로 추진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법정에서 "이 전무가 이 부회장을 언급한 적은 없지만, 삼성으로선 굉장히 중요한 이슈인데 그가 모르는 채로 이뤄질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삼성이 금융위의 부정적 입장을 알고도 그대로 추진하려 한 것은 (이 부회장의) 의지로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손 국장은 이 얘기를 실무진에 전했고, 김정주 사무관은 보고서에 '이 부회장의 강한 추진 의지에 따라...'라고 썼다. 김 사무관은 특검에서 "방영민 부사장에게 '이 부회장이 워낙 강하게 밀어붙인다'고 들었다"고도 진술했다. 함께 방 부사장을 만난 김연준 과장은 8일 "그 말은 기억 안 나지만, 방 부사장에게 (금융위 안을 수용할) 재량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삼성은 4월 11일 금융위에 지주회사 전환 보류를 통보한다.

특검-변호인 '묵시적 청탁' 여부 치열하게 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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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이 일이 '묵시적 청탁'에 해당한다고 본다. 16일 김영철 검사는 "미르재단 등 제3자 뇌물죄 부분은 구성요건상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하는데, 판례는 수수자가 자신의 직무권한과 연관 있는 공여자의 현안을 인식하면 묵시적 청탁으로 인정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독대와 금융위 보고로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추진 상황을 알았으므로, 두 사람이 뇌물을 주고받을 이유(대가관계 합의)가 존재했다는 뜻이다.

변호인단은 금융위 공무원들의 증언으로 ▲ 박근혜-이재용 독대에서 대가관계 합의가 없었고 ▲ 지주회사 전환은 '이재용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김준모 변호사는 '청와대로부터 어떤 지시나 압력을 받지 않았다'는 금융위 공무원들의 진술을 강조했다. 또 "특검은 삼성의 원안고수를 의심하는데, 삼성은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설득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려 했다"며 "다만 공무원과 기업 간에 온도차가 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쪽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만큼 이 사건은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양홍석 변호사는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가관계 합의가 이뤄졌다면,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현안만 알아도 묵시적 청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구도만 갖고 말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돈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그걸 다 부정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뇌물죄가 원래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직무범위가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양 변호사는 "대통령이 기업 현안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묵시적 청탁으로 연결하면 문재인 정부가 기업에 협조 요청하는 것도 이상하게 연결할 수 있다"며 "특검이 입증을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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