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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도 조사, 꼭 해야할까?
 고객만족도 조사, 꼭 해야할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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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도 조사에 참여 부탁드립니다.]

오전에 핸드폰 진동이 울려서 확인해보니 며칠 전에 구매한 가전제품 회사에서 온 고객만족도 조사 참여를 요청하는 문자다.

최근에 집을 이사를 하면서 가전제품을 몇 개 새로 구매했는데 설치기사가 제품 설치 후 돌아가기 전에 고객만족도 조사 연락이 오면, 꼭 '매우 만족' 답변을 해달라고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던 것이 기억났다. '매우 만족' 외에 다른 선택은 모두 감점이라면서 말이다.

혼자서 무거운 가전제품을 나르고 친절하게 제품 사용법을 설명해준 설치기사는 이후, 이용에 감사하다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언제든지 연락 달라며 친절한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었다. 물론 마무리에는 고객만족도 조사 시 매우 만족에 체크해달라는 요청 멘트가 뒤따랐다.

A/S센터나 지점 방문, 새로 오픈한 백화점 매장 방문 시 고객만족도 조사를 요청받은 경험이 몇 번 있다. 시간에 쫓기듯 다급하게 설문조사를 부탁하거나, 조사 직원이 직접 전자기계의 자판을 두들기며 질문 받은 적도 있다. 혹은, 특정 항목을 선택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도 있다. 그때 느낀 내 감정은 리서치 숫자 1을 채우기 위해 고객이 아닌 숫자 1 그 자체가 된 기분이었다.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 가면 '고객만족도 1위'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니면 고객만족도 2016년 1위' 등 그와 비슷한 문구가 눈에 띈다. 만족도 1위를 결정 지어준 고객의 의사표현 방식은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고객만족도를 조사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고객의 만족도를 확인하는 조사다. 서비스에 문제는 없는지, 제품 이용 시 불편했던 부분이 있었는지, 응대한 직원을 칭찬할 일은 없었는지에 대한 확인이자 고객의 말에 지속적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는 회사의 보여주는 어필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이 고객만족도 조사가 불편하다.

근무 중인 시간대에 연락이 와서 조사를 요청한다거나 하면, 고객만족도 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불만족' 스럽다.

제품을 수리받거나 새로 산 물건, 나를 응대해준 직원들에게는 전혀 불만이 없다. 다른 건의사항이나 요청사항이 없는데도 의무적으로 조사에 응해야 하는 부분이 의아하다.

또, 친절하게 응대해준 설치기사가 '매우 만족'이 아니면 감점을 받는다고 말한 것이 내내 걸린다.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에게서 '매우 만족'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요즘 흔히들 말하는 진상 고객이 작정하고 '매우 불만'을 눌러도 억울한 직원이 하소연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회사에서는 그 직원의 근무 태도 불량으로 치부하면 끝이니까 말이다.

물건을 판 사람이 제공할 서비스가 있다면, 고객은 고객대로 산 만큼의 서비스만 제공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판매자가 친절하면 좋은 일이고, 구매자가 친절하면 기분 좋을 일이다. 간혹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진 추가 서로를 불편하게 만든다. 요구한 적 없는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누구를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

고객만족도 조사에 목매기보다 문제가 있을 때 사후 처리해주는 고객센터를 강화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태그:#고객만족도조사, #고객만족도조사불만, #고객불만, #만족도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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