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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학교·순천향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인 우리는 음식에 삶을 녹여내는 푸토리 텔러(Footory Teller, Food + StoryTeller)를 꿈꾼다. 열정 하나로 기획한 월간 칼럼 'Eat Item'(잇 아이템)은 제철을 맞은 식재료의 산지를 찾아 식재료와 음식,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녹인다. 해당 지역 문화와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길 바라며... - 기자 말

밀양강변과 영남루 전경
 밀양강변과 영남루 전경
ⓒ 변민우, 이승현,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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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던 시간은 그리도 길었으되, 원치 않는 여름이 찾아오기까지는 몇 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벚꽃이 피고 진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폭염주의보가 일상인 여름이 됐다. 하루하루 일상의 고단함을 버티기도 힘든 요즘, 30℃를 웃도는 날씨는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게 만든다.

도심의 미세먼지로 막힌 비강을 뚫어주는 시원한 바다내음과 차디찬 계곡물, 숭덩숭덩 썰어먹는 수박의 맛. 학생들에게는 한 학기의 마무리가, 직장인들에게는 꿈에 그리던 휴가철이 목전에 다가왔다. 이번에 소개 할 식재료는 모두의 염원이 담긴 '시원함, 그리고 수박 향'을 가득 담은 은어(銀魚)다.

청정자연을 대표하는 동아시아의 귀족 '은어'

은빛 주둥이와 수려한 금색이 돋보이는 은어의 자태
 은빛 주둥이와 수려한 금색이 돋보이는 은어의 자태
ⓒ 某プロの (일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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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는 해수와 담수를 오가며 자생하는 단년생 어종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은어는 다슬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1~2급수 지역에만 서식하는 대표적인 청정 어종이다. 20℃ 내외의 온도에서 서식하는 냉수어종으로서, 바위에 붙어있는 깨끗한 이끼와 작은 곤충류를 먹고 살아간다. 시원하고 맑은 자연에서 살아가다 보니, 은어의 맛은 '달고 시원하며 수박 향이 난다'고 전해진다.

은어(銀魚)라는 이름은 그 모습에서 비롯됐다. 청록 빛과 회색 빛을 띈 몸이 은빛을 닮기도 했지만, 주둥이의 턱뼈가 은처럼 희다 하여 붙은 '은구어(銀口魚)'에서 유래된다(조선시대의 전원서적인 서유구의 <전어지>(佃漁志), 일종의 어류도감이라 할 수 있는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 위와 같이 기록됐다).

사람들은 종종 은어를 '민물고기'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으나, 엄밀히 말하면 그 경계가 다소 애매한 어종이다(회귀성 어종). 은어의 생애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은어는 강가에서 가을 무렵 알에서 부화하여 바다로 내려가 겨울을 보낸다. 이후 봄기운이 찾아올 무렵(4~5월경) 자신이 태어난 강가를 거슬러, 남은 여생을 보내다 9~10월경에 자손을 남긴 뒤 장렬히 전사한다(모든 은어가 바다를 오가는 것은 아니다. 육봉형(陸封型) 은어는 오로지 강에서만 서식한다).

회와 구이, 국수, 식해에 이르는 다양한 조리법

은어는 예로부터 동아시아의 별미로 손꼽혔다. 정확한 취식의 역사를 유추할 수는 없으나, 지역에 따라서는 태고시대부터 섭취가 이어져 왔다고 보기도 한다. 굽이굽이 강산으로 뒤덮인 한반도라면, 은어의 자생이 너무나도 당연해 별도의 기록 없이도 먹어왔으리란 생각도 든다. 문헌상의 기록은 15세기 하연의 <경상도 지리지>(慶尙道地理志)에 처음 등장하는데, 경상도 각지의 은어서식 현황이 담겨 있다.

이후 <세종실록>(世宗實錄)과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에서도 토산공물로써 한반도 각지의 은어(당시에는 은구어라 불렸다)를 소개하고 있는데, 다양한 문헌에서 은어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은 '식용어(食用魚)'로의 높은 가치를 방증한다. 주된 조리방법으로는 회와 구이가 손꼽히며, 연암 박지원의 '편지' 중에 "한 줄기 개천의 은어는 되는대로 회를 쳐서 맑은 못 곡수(曲水)에서 참말로 술잔을 띄워 흘려 봅시다"라는 기록이 등장하기도 한다.

(좌) 조선시대에 회를 즐기는 모습 (우) 안동의 명물 은어밥
 (좌) 조선시대에 회를 즐기는 모습 (우) 안동의 명물 은어밥
ⓒ 김성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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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회 문화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전래됐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회 문화는 존재했다. 은어 또한 탁월한 향미를 바탕으로 훌륭한 횟감이 됐다. 구이는 인류가 불을 사용하게 된 이후로, 가장 보편적인 조리방식이 된 바 은어구이는 대중적인 조리법이었으리라 생각된다(재미있는 점은 지역마다 구이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강원지역에서는 은어를 꼬치에 꿰어 간장양념을 발라 굽고, 전남지역에서는 숯불에 굵은 소금을 뿌려 구웠으며 경북에서는 기름장에 재운 은어를 양념에 발라 석쇠에 구웠다).

한편 그 역사를 일일이 나열하긴 힘드나 지역별로 특색 있는 음식들이 전래되고 있다. 지금은 대(代)가 끊겼지만 경북 안동에서는 은어 국수가 유명했으며 (현재는 은어 밥이 있다), 경남 하동에는 은어백숙이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이외에도 은어 조림과 은어식해, 은어 젓 등이 있는데, 죽과 튀김은 지역을 막론하고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은어가 자생하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은어를 활용한 음식들이 눈에 띄는데, 중국에서는 은어의 향기를 손꼽아 '향어(香魚)' 혹은 '향유어(香油魚)'라 부른다. 혹은 가을 무렵 강에 나타난다 하여 '추생어(秋生魚)'라 부르기도 했는데, 명나라 시대부터 그 섭취 역사가 이어져 왔다(조선시대 중국사신의 접대음식으로 은어가 많이 활용됐는데, 이러한 영향으로 중국 내에서도 은어의 조리법은 다양하게 발달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한반도를 인접한 중국 동북부에서만 자생하다 보니 자세한 조리방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좌) 일본의 은어꼬치구이 (우) 은어를 활용해 만든 피시소스
 (좌) 일본의 은어꼬치구이 (우) 은어를 활용해 만든 피시소스
ⓒ 旅東北, One Kyushu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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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은어를 '아유(鮎ラ)' 또는 '점어'(鮎魚, 일정 구역을 점령하며 삶)라 불렀는데 민물고기의 으뜸으로 치며, 다양한 방식으로 은어를 섭취해 왔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회와 구이를 선호하며, 구이의 경우 야키모노의 형태(구이·꼬치구이)로 먹는 경우가 많다. 건어물의 형태로 은어 포를 말리기도 하고, 은어를 베이스로 한 피시소스가 판매되기도 한다. 은어 내장을 젓갈로 만든 '우루카(うるか)' 또한 신선하다.

이처럼 은어는 한중일을 막론하고, 각양각색의 형태로 취식이 이어져 왔다. 청정지역의 이끼와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 비린내가 없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취식이 가능하며 오이 또는 수박 향이 나는 '팔방미인 생선'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6월경까지는 뼈와 살이 부드러워 회로 접하기 좋고, 산란기까지는 뼈가 굵어져 회로 먹기는 어려우나 구이와 조림, 튀김 등으로 활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뿐만 아니라 은어는 100g당 16.7g의 높은 단백질 함량을 자랑하며, 지방과 탄수화물 함량이 단백질의 1/4수준으로 매우 낮아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칼슘과 철분, 비타민 B, C, E 성분도 고루 함유돼 있는데 뼈 채 섭취하는 은어의 특성상 이러한 영양소를 오롯이 흡수하기 좋다. 특히 비타민 C가 풍부하고, 노화억제·생식기능 증진에 효과가 있는 비타민 E 성분이 어류를 통틀어 비교적 많이 들어있다. 일사병을 예방하는 비타민 B1이 다량 함유돼있어 여름철 보양식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식재료다(본초강목에서는 편도선염 개선에 대한 효과가 등장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밀양강 은어

은어잡기 체험행사에서 은어를 들고, 웃고 있는 아이
 은어잡기 체험행사에서 은어를 들고, 웃고 있는 아이
ⓒ 변민우, 이승현,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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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는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가가 존재하는 한, 제주도를 비롯해 한반도 전역에 자생한다. 대표적으로는 바다를 인접한 낙동강과 섬진강을 주산지로 손꼽을 수 있는데, 두 강을 둘러싼 전남 강진과 경북 영덕, 봉화, 밀양의 은어가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밀양의 은어는 '금은빛깔'을 자랑한다. 청록의 색이 도드라지는 타 지역의 은어와는 달리 짙은 은회색을 띄며, 아가미 주위에 강한 금빛이 자리 잡혀 있다. 늠름한 외관뿐 아니라, 그 신선도와 향미를 인정받아 조선시대에는 우수한 토산공물로 인정받았다.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는 그 인기가 하늘을 찔렀는데, 맛에 길든 일본인들이 다이너마이트까지 대동해 크기상관 없이 전량을 잡아들였다고 한다. 또한 밀양 은어의 값어치가 높다고 판단하여 건조시킨 은어를 일본과 만주 등지로 수출해 나갔다. 잡아들인 양이 가히 수천 관(貫)에 이른다고 하니, 그 양을 지레 짐작할만하다(1관은 약 10근이다).

민물고기의 여왕 은어 / 은어잡기 체험행사장의 은어들
 민물고기의 여왕 은어 / 은어잡기 체험행사장의 은어들
ⓒ 변민우, 이승현,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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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강(남천강)은 밀양의 중심을 크게 가로지른다. 가을 무렵이면 어린 치어들이 낙동강 하구로 떠났다가 이른 봄 강물을 거슬러 밀양으로 돌아오는데, 굽이굽이 뻗은 밀양 강에 조밀하게 자리잡은 바위와 깨끗한 이끼가 은어서식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환경 덕에 밀양은 은어의 대표 산지로서 특색 있는 음식과 문화를 이어올 수 있었다.

특히 '은어 지게미'라는 독특한 음식이 밀양 은어의 역사에 자리잡고 있는데, 일본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지게미'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은어 지게미는 은어를 술지게미에 절인 음식이다. 한자로는 박지(粕漬)라 하는데, 1719년 조선통신사의 제술관으로 일본에 다녀온 '신유한'은 <해유록>(海遊錄)에서 "대접받은 음식 중 박지라는 것이 있는데, 생선을 술 찌꺼기에 담은 것으로, 그 맛이 맑고 우리네 젓갈과 다름없다"라고 전한다.

이 은어 지게미가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며 밀양에서 잡힌 은어로도 만들어 졌는데, 교토박람회에 출품돼 세계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한반도의 은어가 한반도의 조리법으로 당당하게 나서지 못한 점은 무척 아쉬우나, 식문화를 선도하는 일본의 조리법은 배움의 가치가 있음에 틀림 없다. 오늘날까지 은어 지게미가 이어지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밀양에 가서 대뜸 요구하진 마시길 바란다.

밀양 은어의 현주소를 찾아서

기자는 지난 20일 '59회 밀양아리랑 축제'에 방문했다. 밀양 시내의 은어 음식들을 맛보고, 축제 한 켠에서 진행되는 '은어축제(은어잡기 대회)'를 즐겨보기 위함이다. 대한의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동네답게 정경이 아름답고, 축제는 성대했다.

은어죽과 은어튀김(통째로 튀겨 나왔는데 뼈가 연하고, 비린내가 없다)
 은어죽과 은어튀김(통째로 튀겨 나왔는데 뼈가 연하고, 비린내가 없다)
ⓒ 변민우, 이승현,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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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계 국수축제와 은어잡기 대회, 경남 무형문화제 축제 등 갖가지 축제가 '아리랑축제'라는 범주 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실례로 '은어잡기 체험 한마당'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조그마한 물풀과 축제 한 켠에 자리잡는 데 그쳤다. 체험행사 속에 밀양 은어의 역사와 관련된 OX퀴즈 등을 포함하여, 생생한 지식을 전달하고 지역특산물을 상품으로 내건 점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축제 참가자들이 접할 수 있는 은어음식은 은어튀김과 은어 죽(이마저도 지역 음식점에서 홍보 차 나왔다) 뿐이라, 은어의 수박 향을 기대하고 온 관광객들에게 다소 실망을 안겨줬다. 더군다나 체험행사 진행을 위한 은어를 공수하느라, 지역의 은어 음식점들은 은어를 팔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은어코스요리를 먹으려 했으나, 먹지 못했다).

밀양시청 전경
 밀양시청 전경
ⓒ 산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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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일까. 과거의 명성은 그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축제를 즐기고 난 뒤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기자는 지난 26일 밀양시청에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밀양시 농업기술센터의 최인택 주무관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밀양시 내 은어 어획량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은어를 둘러싼 밀양시의 산업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요?
"현재 밀양시 내 은어 어획량에 대한 집계는 따로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 양이 미미하기 때문인데, 자연산 은어의 경우 낙동강 하굿둑이 설치됨에 따라 회귀성어류인 은어의 물길이 막히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밀양 강에 유입되는 (자연산) 은어의 양이 급감했고, 도시화의 진행으로 수질이 악화된 점 또한 은어 개체수의 감소를 야기했습니다.

한편, 지역 내 양어장을 통해 양식이 이뤄지고 있긴 하나, 음식점에 제공되는 수준이며 축제 시즌에 맞춰 그 양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1차산업은 어획과 양식으로 나뉠 수 있겠으나 그 양이 미미하며, 일부 양어장을 중심으로 훈연 은어의 개발 등 상품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는 음식 서비스와 은어잡기 축제 등이 3차산업을 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밀양아리랑 축제'에 다녀왔는데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인근 영덕과 봉화의 '은어축제'처럼 밀양에서도 은어를 주인공으로 한 축제를 만나 볼 수는 없을까요?
"저희 또한 밀양의 은어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수십 년 전부터 치어 방류사업과 양어장 증설 등의 노력을 이어오고 있으나, 그 성과가 좋다고 말씀드릴 순 없겠습니다. 은어의 개체수가 충분해질 때라야 은어만의 축제가 이뤄질 수 있을 텐데요.

과거에는 자루에 한 가득 씩 담아올 정도로 풍부했던 은어가, 통 보이질 않아 저희도 염려가 많습니다. 앞으로 지역 차원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그 명성을 되찾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조금 더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밀양 은어의 비전을 구상 중인 게 있다면?
"밀양강의 여름을 은빛으로 물들이는 것이 저희의 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급하진 않게, 비교적 천천히 나아가려 합니다. 수백 년간 밀양을 대표해온 은어를 하루아침에 되찾을 수는 없겠지요.

향후 밀양의 은어가 지역민의 주된 소득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생산량 증대와 가공방안, 축제 내 역량증대를 차츰 진전시켜 갈 계획입니다.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로써는' 특별한 조처를 취할 수 없다는 주무관님의 말씀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과연 그들이라고 밀양 은어의 재림을 바라지 않겠는가? 그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뿐이다. 일본인들의 무차별한 어획, 도시화의 폐해로 찾아온 수질악화. 식수원 형성을 위해 조성된 낙동강 하굿둑과 더불어 밀양 은어의 생존이 어려워진 것. 어찌 보면 씨가 마른 밀양강의 은어를, 그나마도 심폐소생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낙동강 하구 개방을 시작으로, 다양한 방안 모색돼야

함께해요. 밀양
 함께해요. 밀양
ⓒ 변민우, 이승현,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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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서는 낙동강 하굿둑의 개방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는 바, 밀양시 측에서도 이를 하나의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 허나 분명한 건 하굿둑의 개방만으로 밀양 은어를 둘러싼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차원에서 밀양시가 풀어야 할 문제를 두 가지 차원에서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은어 생산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로, 개체수가 부족하다면 분명 연구·발전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지역 양어장을 중심으로 어업계를 조성하고, 시와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자본 충당과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요구된다.

두 번째는 지속적인 가공산업(식품), 지역메뉴의 개발이다. 은어는 누가 뭐래도 산지에서 적은 조리를 통해 즐길 때 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현지를 방문하기 어렵거나 은어의 맛을 집으로 담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Needs)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가공산업의 발달이 수반돼야 한다. 특히 안동의 은어국수, 은어 밥과 마찬가지로 탄탄한 지역 먹거리가 개발된다면 관광객의 오감만족을 이끌고, 타 주산지와 차별화된 가치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껏 밀양 은어가 남겨온 족적은 분명 남달랐다. 하지만 억겁의 세월을 이겨내기 힘들었던 탓일까? 모진 풍파에 의해 그 족적이 많이 퇴색되고 말았다. 밀양시가 말했던 것처럼 '이제 다시 시작'이 아닐까? 밀양아리랑 축제가 그러했던 것처럼 향후 반 세기, 향후 100년의 미래를 그리는 밀양 은어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참고문헌]

- 성낙주 외, <담수어의 식품학적 연구 – 은어, 누치, 쏘가리 및 밀어 배육의 핵산관련물질 및 아미노산 조성>,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13(2), 1984, pp.163-168
- 이희재 외, <국내 양식 은어 지방의 지방산 조성 및 저장 중 지방산화>,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39(6), 2010, pp.853-858
- 기태완, <물고기, 뛰어오르다>, 푸른지식(2016), pp.74-95
- Cookand, "음식의 탄생 맑은 강가에서 건지는 은어의 맛"(2017.05.28)
- 배명재, <[한국의 맛] (39) 섬진강 은어>, <경향신문>

덧붙이는 글 | 인터뷰에 응해주신 최인택 주무관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태그:#밀양 은어, #은구어, #변민우, #FOOTORY TELLER, #EAT 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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