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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탄생한 서울로 7017 서울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이 개방된 20일 오전 수많은 시민들이 국내 첫 고가 보행길을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서울로 7017 개장 첫날 '북적' 서울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이 개방된 20일 오전 수많은 시민들이 국내 첫 고가 보행길을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서울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이 개방된 20일 오후 국내 첫 고가 보행길에 화려한 조명이 점등되고 있다. ⓒ 유성호


47년 찻길이 사람 다니는 보행길로 변신

"와. 우리가 1번이다."

20일 오전 10시, '서울로 7017' 만리동 쪽 시작점. 가림막이 치워지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시민과 관광객 1백여 명이 일제히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47년간 차량이 다니던 도로였던 서울역고가가 단장을 마치고 시민들의 보행길인 '서울로 7017'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그동안 공원화를 둘러싸고 각종 논란이 있었던 이곳이 어떻게 변모했는지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던 듯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오후까지 어깨를 부딪치며 도로 구석구석을 살폈다.

시민들은 도로 전체에 설치된 둥근 화분에 심어져 있는 2만4천여주의 꽃과 나무를 둘러보고 그 아래 붙어있는 이름과 대조해보며 신기해 했다.

곳곳에 설치돼있는 작은 무대에서는 음악회와 마임연극이 펼쳐졌으며 방방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프램펄린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없애는 게 만사였는데... 서울시민이 부럽다"

서울로 701, 도심 정원으로 재탄생 서울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이 개방된 20일 오전 수많은 시민들이 국내 첫 고가 보행길을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서울로 7017'에 설치된 무료 족욕장 서울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이 개방된 20일 오전 어린 아이와 산책 나온 시민이 국내 첫 고가 보행길 공중자연쉼터에 설치된 족욕시설에서 무료로 유황 족욕을 즐기고 있다. ⓒ 유성호
'서울로 7017 걸으며 무더위 식히세요' 서울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이 개방된 20일 오전 어린 아이와 산책 나온 시민이 국내 첫 고가 보행길 공중자연쉼터에 설치된 분수대에서 더위를 식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길이 1024m의 공중보행길을 둘러본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동차만 다니던 찻길이 사람들이 다니는 보행길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광장구 광장동에 왔다는 정일수씨(64)는 "차만 다니던 길을 없애지 않고 시민들이 활보할 수 있는 사람길로 만든다는 것은 좋은 기획"이라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또 "없애는 게 만사가 아니다, 과거 시민들의 삶과 애환이 녹아있던 청계천고가도 전부 철거하지 말고 이렇게 일부라도 남겨뒀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울로 7017을 보기 위해 부부동반으로 대전에서 일부러 왔다는 김아무개씨(70)는 "우리나라는 뭐든지 오래된 것은 그냥 없애기 일쑤인데, 그러지 않고 보존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다"며 "서울 시민이 부럽다"고 말했다.

배문중 1학년 김도혁군은 "방송에서 오늘 개장한다는 뉴스를 보고 혼자서 이곳을 찾았는데 길만 있을 줄 알았더니 나무와 꽃이 심어져 있어서 놀랐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인 동료와 함께 이곳에 들른 한 독일인 사업가는 "독일에서는 이런 거대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본 적이 없는데 신기한 광경"이라며 연신 찬사를 내뱉었다.

"볼거리 없다", "밋밋하다" 불만도

서울로 7017 개장, ' 짜릿한 기분 만끽하세요' 서울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이 개방된 20일 오전 어린 아이와 산책 나온 시민이 국내 첫 고가 보행길을 걸으며 아래를 바라볼 수 있는 투명 유리 통해 짜릿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로 7017' 축하공연 즐기는 시민들 서울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이 개방된 20일 오전 어린 아이와 산책 나온 시민이 국내 첫 고가 보행길에 설치된 목련무대에서 열린 <그루브라스>팀의 공연을 지켜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그러나 오랜 준비기간에 비해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부인과 함께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김진씨(80, 강동구 명일동)는 "수백억을 들였다고 해서 기대하고 왔는데 막상 와보니 볼 게 별로 없었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그는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관람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다는 질문에는 "바닥이 평평하고 진입구의 턱이 없어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도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찾은 윤아무개씨(24)도 "처음이라 그런지 좀 밋밋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로 7017 곳곳에는 시간이 부족했는지 아직 마무리가 제대로 안된 곳이 있었다. 서울역광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공사중이라 이용할 수 없었고, 엘리베이터를 세워두고 정비중인 모습도 목격됐다.

'좋은 투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1인시위를 벌이던 심아무개씨(57)는 "바닥 재질이 콘크리트나 시멘트로 돼있어 거칠어보이고 색상도 칙칙해보인다"며 "특히 바닥 색상은 식물원 컨셉트에 맞게 녹색으로 칠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홍익대 도시환경대학원 4학기에 재학중이라는 김정아씨(37)는 서울로 7017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준비중이라며 현장에서 설문지를 돌리고 있었다.

서울로 7017이 벤치마킹한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도 직접 보고왔다는 김씨는 "하이라인파크는 군데군데 볼거리도 많고 정원처럼 산책하는 느낌을 주는데 비해 서울로 7017은 아기자기한 요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로 7017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명소로 자리잡기 위해선 고가 하부에 좀 더 많은 이벤트적 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7개의 정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 빚은 슈즈트리... 고가 위는 '긍정', 아래는 '부정' 의견

서울로 7017 개장 기념해 설치된 '슈즈트리' 바라보는 시민들 서울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이 개방된 20일 오전 시민들이 국내 첫 고가 보행길 개강을 기념해 설치한 ‘슈즈트리’를 보고 있다. ⓒ 유성호
한편 버려진 신발 3만 켤레로 설치해 '흉물-예술' 논란을 불렀던 '슈즈트리' 조형물에 대해서는 서울로 7017을 찾은 관람객들이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서울역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고가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작가의 상상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광장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의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 냄새날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에서 연신 조형물에 셔터를 눌러대던 60대 남성은 "솔직히 미관상으로는 별로인 것 같다"면서도 "영구적인 게 아니고 10일간만 전시되는 것이니만큼 이런 실험적인 작품도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후 10시 현재까지 15만 1천여 명이 서울로 7017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오후 8시 만리동광장에서 열린 개장식에서 "이제 서울시가 자동차 중심도시에서 사람중심 도시로 변화했다는 것을 선언한다"며 "사람들이 걷기에 좋은 도시, 진정한 사람다운 도시, 사람이 사는 도시 서울을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휴식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서울로 7017 서울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이 개방된 20일 오전 수많은 시민들이 국내 첫 고가 보행길을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태그:#서울로 7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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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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