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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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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24.0%, 안철수 21.4%, 유승민 6.8%

2~4위 후보들의 19대 대선 득표율이다. 세 명이 얻은 수치를 물리적으로 더하면 41.1%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을 훨씬 뛰어넘는다. 5.9 조기 대선 레이스에서 솔솔 피어오르던 '반문재인 연대', '3자 단일화'가 성사됐다면 문 대통령에게 쉽지 않은 경합이 됐을 수도 있다.

3자 단일화 가능성을 일찌감치 종식시킨 건 문 대통령이었다. 그는 4차 TV토론 당시 모든 후보에게 "안철수·홍준표·유승민 단일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공통질문을 던졌고, 당사자들에게 '단일화는 없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문재인 대세론'의 위험요인을 차단한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의 '토론 과외 선생님'이었던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네 명의 후보 모두에게 묻는 건 전략에 없었다"라며 "문 대통령이 스스로 그렇게 했다. 그날 토론에서 빛나는 대목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방송콘텐츠부장을 맡았던 신 의원은 문 대통령이 6차례의 TV토론에서 비교적 여유 있는 태도와 순발력을 보여준 덕에 '지지율 1위'를 사수할 수 있었다고 평가를 했다. 

그는 "처음부터 토론회에서 1등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우리의 강조점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드러내는 것이었는데, 나름 성공했다고 자평한다"라며 "토론을 잘 못 했으면 문 대통령도 당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10일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신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

"처음부터 토론회에서 1등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5명 가운데 가장 '대통령감'으로 판단 받는 게 목표였다. 우리의 강조점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드러내는 것이었는데, 나름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처음부터 토론회에서 1등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5명 가운데 가장 '대통령감'으로 판단 받는 게 목표였다. 우리의 강조점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드러내는 것이었는데, 나름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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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토론회만 11번... 리허설 따로 안 해"

-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이 TV토론에서 '본전치기'했다는 평을 내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토론을 못 하는 사람은 아니다. 순발력 있게 탁탁 치고 나가거나 상대에게 모질게 얘기하며 공격하지는 못하지만, 암기력도 뛰어나고 제반 이슈에 대해 상당히 해박하다. 사람들이 강한 사투리만으로 문 대통령이 사안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우리에게 전화위복이었다. 토론을 못 할 거라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괜찮네'라는 느낌을 줬다. 토론을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도 도움이 됐다.

안보 문제도 전화위복이 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우리의 안보정책 공약이 현실적이고 사안을 정확하게 꿰뚫었다는 게 입증됐다. 그동안 우리가 시달려온 '종북' 프레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TV토론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건가.
"처음부터 토론회에서 1등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5명 가운데 가장 '대통령감'으로 판단 받는 게 목표였다. 우리의 강조점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드러내는 것이었는데, 나름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그가 잘할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토론을 잘한다고 대통령으로 삼을 만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유 후보는 유능한 경제부총리라는 인상을 주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때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가 돼서 선거가 힘들게 진행되던 순간이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경선 컨벤션 효과로 올라서던 4월 13일, 첫 TV토론에서 상승세를 잠재워버렸다. TV토론이 이렇게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짐작 못 했다. 토론을 잘 못 했으면 문 대통령도 당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몇몇 해프닝이 있었지만 '일자리 대통령' 등 우리가 꾸준히 얘기하려고 했던 여러 메시지를 잘 알렸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 대통령을 토론회에서 10분 만에 제압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우리의 기조는 홍 후보의 거친 언사에 싸우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자는 쪽이었다. 그래야 대통령 면모를 더 부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걸로 계속 후벼 파는 식으로 공격해도 '쿨'하게 대응하시라고 일관되게 말씀드렸다. 그런데 홍 후보의 자극적인 막말은 예상보다 심했다. 노 전 대통령이 뇌물로 640만 달러를 받았다고 무조건 덮어씌우려 하니 거기서 문 대통령이 약간 자제력을 잃은 대목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굉장히 자제한 수준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은 사상검증이다. 대북문제로 공격할 것이라고는 예상했는데 사형제나 동성애까지 거론하며 악랄한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동성애 질문은 전혀 예상 못 했고, 당시 문 대통령이 법률에 기초한 본인의 이해를 바탕으로 답변했다."

- 문 대통령이 한 차례 "이보세요"라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보세요'가 약간 오버였다고 볼 수 있는데, 지지자 안에서는 '그것보다 더 혼을 내줘야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반적으로 문 대통령이 참모들의 조언을 충실하게 따라주며 굉장히 자제했다."

- 이번 TV토론은 지난 대선 때보다 난이도가 높았다. 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 준비했나.
"리허설은 따로 안 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토론회를 11번이나 했다. 그때 충분히 연습 됐다. 본선 토론이 난이도가 높았지만, 경선 토론도 쉬운 건 아니었다. 네 명이 코피 터지도록 경기했다."

"이제 박근혜 같은 사람은 대선에 절대 못 나온다"

"안철수 후보의 'MB 아바타' 질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후보도 못 알아듣고 다시 묻지 않았는가. 안 후보 측이 그런 바보 같은 전략을 쓰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다행히 문 대통령이 차분하게 대응을 잘 했다. 안 후보는 뼈아픈 실책을 했고, 우리는 '쿨'하게 대응했다."
 "안철수 후보의 'MB 아바타' 질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후보도 못 알아듣고 다시 묻지 않았는가. 안 후보 측이 그런 바보 같은 전략을 쓰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다행히 문 대통령이 차분하게 대응을 잘 했다. 안 후보는 뼈아픈 실책을 했고, 우리는 '쿨'하게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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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토론 준비과정에서 방송콘텐츠본부장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내가 4년 반 전에도 똑같은 일을 해서 우리 후보의 실력이나 자질을 비교적 잘 안다. 문 대통령은 사투리와 발음이 문제지만, 전달력 역시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솔직담백한 게 장점이다. 꾸며내는 걸 싫어하고 말을 현란하게 하는 재주가 없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도 않는다. 발음 문제는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문 대통령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쪽에 역점을 두고 콘텐츠나 논리로 공격하고 방어하려 했다. 또 다섯 명 가운데 '대통령'이라는 면모가 가장 잘 나타나도록 노력했다.

토론회를 앞두고 큐시트가 나오면 룰에 맞춰서 상대방이 제기할 수 있는 이슈로 토론을 한번 해보고 기조와 전략을 정하는 식으로 준비했다. 토론의 내용은 후보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머릿속에 정리가 안 돼 있으면 돌발 상황에서 맞대응이 안 되는데, 대개 다 알고 있더라. 내용 이해가 굉장히 잘 돼 있었고, 검찰개혁 등의 이슈는 전문가급으로 숙지하고 있었다."

- 2012년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나.
"지난번보다 여유가 좀 생겼고 공부가 많이 됐다. 발음은 문 대통령이 전혀 바꾸려고 생각하지 않더라. 자기 스타일을 꿋꿋이 유지했다. 할 수 없다. 저는 그걸 장점으로 활용하려 했다. 사드가 현안인데 사드 발음이 안 됐지만, 연습해서 바꾸려 하지 않았다. 발음이 안 되는 대로 솔직하게 하는 게 좋다고 봤다. 괜히 고쳐보려고 하면 시간만 낭비하고 후보 기분만 상하게 한다.

우리의 기조는 대통령 면모를 충실하게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게 더 중요했다. 후보로서 기분 좋고 자신만만하게 토론하는 게 중요했다. 발음 같은 걸로 스트레스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 TV토론에서 지지율 1위 굳히기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순간이 있었을까.
"안철수 후보의 'MB 아바타' 질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후보도 못 알아듣고 다시 묻지 않았는가. 안 후보 측이 그런 바보 같은 전략을 쓰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다행히 문 대통령이 차분하게 대응을 잘 했다. 안 후보는 뼈아픈 실책을 했고, 우리는 '쿨'하게 대응했다.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도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었다. 홍준표 후보는 그걸 가지고 공격했지만, 우리 지지자들에게는 남북 현실을 가장 잘 이해하는 후보라는 걸 보여줬다. 우리가 만약에 기세에 밀려서 북한이 주적이라고 인정해버렸다면 대통령 면모를 보여주긴 어려웠을 것이다."

- 문 대통령이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에게 질문을 던져서 '3자 단일화 불가' 답변을 받아낸 건 계획된 전략이었나.
"당시 보수 단일화 문제는 우리의 큰 아이템이었다. 다만 네 명의 후보 모두에게 묻는 건 전략에 없었다. 문 대통령이 스스로 그렇게 했다. 그날 토론에서 빛나는 대목이었다. 순발력이 있었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은 대선에 절대 못 나온다. 박 전 대통령처럼 기초가 안 된 사람은 꿈꾸지 않는 게 좋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은 대선에 절대 못 나온다. 박 전 대통령처럼 기초가 안 된 사람은 꿈꾸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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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토론이 후보의 지지율 등에 영향을 미친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나.
"TV토론에서 후보 자질이 드러난 것이다. 토론은 북 콘서트와 다르다. 적대적 관계인 많은 후보 사이에서 자신을 홍보해야 한다. 오랜 기간 쌓은 역량이 드러나는 자리다. 하루아침에 코칭 몇 번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캠프는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바탕으로 방향을 잡아주고 전략을 세워주면 된다. 우리 후보는 그런 정도의 역량과 품성을 가졌는데, 다른 후보들은 그게 잘 안 된 거다.

이번에 TV토론은 최악의 후보를 걸러낼 수 있을 정도로 방식이 진화했다. 이미 한 번 시도했기 때문에 다시 포맷을 바꾸진 못할 것이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은 대선에 절대 못 나온다. 박 전 대통령처럼 기초가 안 된 사람은 꿈꾸지 않는 게 좋다."


태그:#신경민, #문재인,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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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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