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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명동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건넨 꽃다발을 받고 있다.
▲ 꽃다발 받는 유승민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명동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건넨 꽃다발을 받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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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결국 두 자릿수 득표에 성공하지 못했다.

애당초 낙관하기 힘든 선거였지만, 결과로 받아든 성적표는 더욱 참담했다. 선거 막바지 탈당 사태로 후보 본인의 '진짜 보수' 이미지 쇄신은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탄핵 국면에서의 '중도층 껴안기'는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후보의 '진짜 보수' 외길은 선거 막판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탈당파 13인의 자유한국당 복당 선언도 호재로 작용했다. '깨끗한 보수'를 고집하는 후보의 캐치프레이즈가 '당의 분란'으로 더 선명해진, 역설 효과였다.

하지만 패배를 부추긴 '필패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필연의 실패라 할지라도, 이를 방어하기 위한 당의 뒷심이 턱없이 부족했다.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한 일부 '단일화파'의 반목과 13인의 탈당 사태를 차치하고서라도,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당 자체의 '단결'은 선거 기간 내내 찾아보기 힘들었다. 외로운 질주였다.

[패인①] 하나의 명분, 서로 다른 욕심

시간을 거슬러,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준비하던 지난 1월 초만해도, 신당의 지지세는 구 새누리당을 뛰어넘었다. 지난 1월 2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당시 개혁보수신당은 17.3%의 지지를 얻어 13.4%를 얻은 새누리당을 앞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앞에서 '진짜 보수'의 길을 명분 삼아 둥지를 떠난 이들에게 보낸 국민적 성원이었다.

이 성원의 불씨는 차츰 꺼지기 시작해, 급기야 바닥을 헤엄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정의당(8%)에 뒤지는 5%의 결과를 얻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지지 동력 상실의 가장 큰 원인은 당 내부에 있었다.

'이대로는 망한다', '유승민으로는 힘들다'라는 비관론과 '그래도 끝까지 가야 한다'는 낙관론이 좀처럼 합일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바른정당 '굴욕'의 한 달, "망한 당"vs."아직 기회 있다"). 당내 한 재선의원도 유 후보를 온전히 '밀어주지 못한' 이유를 단합의 부재로 꼽았다. 그는 "(창당 초기) 당론으로 결정한 18세 투표권이 뒤집어진 것도 그 때문"이라면서 "(탈당파들이 빠져) 혁신 보수의 자기 정체성이 더 확고해진 측면이 있다"는 말까지 했다.

유승민 캠프의 전략통은 "창당 이후 지지세가 가라앉은 이유는 들어올 때는 같이 (개혁 보수로) 묻어 들어왔지만, 결국 개혁 보수가 아니었던 사람들, 한국당에 남아 있어야했던 사람들이 들어와 계속 딴짓을 했기 때문이다"라면서 "유승민의 다리와 날개를 붙잡고 늘어지면서, 날아야할 새가 못 날게 됐다"고 한탄했다.

[패인②] 지워지지 않는 '배신자' 낙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유세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가고 있다.
▲ 명동 유세 하는 유승민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유세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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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친박이었다 아닙니까? 그라모 같은 편을 들었어야지예. 같은 배를 타셨으모 잘못한 걸 그 당시에 이야기 해서 탄핵이 안 되도록 해야지."

유 후보가 지난달 3일 대구 서문시장 유세에서 맞딱뜨린 바닥 민심은 '낙인'이었다. 일부 상인들이 '배신자 아니다'라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 부정의 말 속에도 '배신자'라는 키워드가 남아 있었다(관련 기사 : '배신자' 유승민, 박근혜 돌려놔라" "한 표 나오더라도 끝까지 하이소"). 창당 초반부터 바른정당과 유 후보가 내건 '반성 프레임'은 그 진정성을 인식 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표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TK(대구·경북) 지역에서 홍 후보의 지지세가 압도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일부 중도 보수층도 유 후보를 위한 소신 투표보다는, '반문재인'을 위한 전략 투표에 임했다. 명분을 얻되, 표를 확보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바른정당의 한 당직자는 "중도표들은 바른정당을 두 번째로 지지한다고 했다"면서 "개혁 보수가 이다지도 소수였던가, 한국 사회의 극우 보수가 많이 소멸돼 합리적 보수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다 착각이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비참한 심정이다"라면서 "아스팔트 보수들은 일부 존재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원체 크기 때문에 우리 보수가 이렇게 돼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런 (극우) 보수가 절대 다수였다. 암담하다"라고 개탄했다.

흔들리는 '개혁 보수', 지킬 수 있을까

당은 존폐 기로에 섰다. 당내 한 당직자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탈당파들의 탈당이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에는 도움이 됐지만, 당 가치 존립에는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길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바른정당 의원 20여 명으로 보수를 재편할 수 있겠나? 현실적으로 힘이 달린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관건은 (보수) 재조립의 과정에서, 국민들이 바른정당을 얼마나 지탱해주느냐에 달렸다"면서 "(대선 이후) 5% 지지율 아래로 넘어가면 이 당은 소멸이다. 김무성과 유승민이 힘을 모으고, 바른정당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우리를 어떻게 봐주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캠프의 시선은 다소 달랐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에 흡수된다면, 보수가 다같이 망하는 길"이라면서 "부패 보수의 진흙탕에 바른정당마저 같이 빨려 들어가서 진흙탕이 되면 함께 죽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 후보의 대선 과정에서 봤듯,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것은 꽃가마의 길이 아니다"라면서 "바른정당에 남은 의원들은 그 길을 감수할 개혁적 내성을 가진 의원들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태그:#유승민, #바른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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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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