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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옥룡 계곡에서 맛볼 수 있는 닭갈비 요리입니다. 춘천닭갈비도 유명하지만 이 곳에서 또 다른 독특한 맛을 볼 수 있는 이색 요리입니다.
 광양옥룡 계곡에서 맛볼 수 있는 닭갈비 요리입니다. 춘천닭갈비도 유명하지만 이 곳에서 또 다른 독특한 맛을 볼 수 있는 이색 요리입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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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주인공인 아버지께서 맛있는 점심을 사주셔야죠."
"그래, 좋지 맛있는 것 사줄게. 어서 와라."

야간 근무 중에 아버지에게 전화했습니다. 능청스럽게 어버이날 맛있는 것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어렸을 때처럼 말입니다. 어버이날 맛있는 점심을 사주겠다고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머리에도 흰머리가 한두 가닥 나기 시작합니다. 노환이 왔는지 눈도 침침하고요. 이젠 아버지와 함께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천덕꾸러기 짓을 받아줄 아버지가 있어서 좋습니다. 

바닷가 모래땅에 사는 줄 알았는데 깊은 산골짝에 연분홍 꽃잎을 활짝 피었습니다.
▲ 해당화 바닷가 모래땅에 사는 줄 알았는데 깊은 산골짝에 연분홍 꽃잎을 활짝 피었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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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어버이날입니다.

이 날이 한때는 어머니날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한때 어머니만 학교에 초대하여 어머니 가슴에 색종이로 만든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던 기억이 생각납니다.

선생님의 손풍금 소리에 맞춰 학우들과 함께 교실 창문 넘어 운동장까지 쩌렁쩌렁 들릴 정도로 크게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 보다도 높은 것 같아
<어머님 은혜(윤춘병 작사)>

물론 아버지도 간간이 몇 분 오셨지만 뭔가 어색했던 분위기 속에 어머니들이 훨씬 많이 오셨던 것 같습니다. 집안에 농사일이며 아버지도 힘든 일을 하는데 왜 아버지날은 없는 걸까 초등학생 어린 마음에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농사일뿐만 아니라 집안의 손빨래며 소소한 일들과 우리 형제들의 울적한 마음까지 하나하나 챙겨주셨던 것 같습니다. 어린 동심의 세상에서는 어머니 아버지 중 누가 제일 좋아하느냐고 질문한다면 당연 어머니가 제일 좋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벌써 20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분의 따스한 사랑과 온기가 느껴집니다. 어쩌다 장날 시장에서 생선을 사 오는 날. 아버지는 "생선은 머리가 제일 맛있다"며 생선머리에 젓가락질하셨습니다. 밥상에 앉은 아버지 어머니는 머리와 꼬리만 차지하고 몸통은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부모가 된 지금. 집사람이 생선을 사 오면 제일 먼저 머리를 먹어 보려고 하지만 생선 머리는 가시만 억세고 먹을 게 별로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맛있는 생선 부위를 자식들에게 나눠주려는 부모님 마음이었던 같습니다.

어버이날 광양 백운산 계곡으로 나들이 좋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하지만 산골 푸른 숲속에서는 그 농도가 덜한 것 같습니다.
 어버이날 광양 백운산 계곡으로 나들이 좋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하지만 산골 푸른 숲속에서는 그 농도가 덜한 것 같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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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이 넘은 홀로 계신 아버지와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으로 옥룡계곡으로 갔습니다. 아들 민주도 쉬는 날이라 동행했습니다. 멀리 산자락이 희뿌옇습니다. 미세먼지가 200마이크로그램이 넘는 차창 밖. 외출하기 정말 싫은 날입니다. 오염이 정말 심각하네요. 어린 시절 물을 팔아서 생계를 살아가는 '북청물장수'이야기를 읽었을 때 거짓말 같은 글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마실 물도 깨끗한 산소가 부족한 시절이 되어버렸습니다.

옥룡계곡으로 들어서자 뿌연 미세먼지의 도시풍경과 다른 초록풍경이 너무 좋습니다. 계곡물과 푸른 숲이 미세먼지를 조금은 정화를 시켰는지 좀 깨끗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평생을 돌봐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십분의 일도 되지 않겠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해 봅니다.
▲ 어버이날 평생을 돌봐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십분의 일도 되지 않겠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해 봅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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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기 전 예약한 식당에 도착하자 주차장이 만원입니다. 식당에 들어서자 자녀들과 부모님들이 동석한 모습이 눈에 띕니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자식들의 마음은 모두 같은 것 같습니다. 훈훈한 풍경이 좋습니다.

닭갈비, 산체나물, 매실과 감 장아찌, 상추와 쑥갓이 함께 어우러진 야채겉절이 등 한 상 차려져 있습니다. 양념에 잘 절여져 있는 닭갈비를 숯불에 달구어진 화로에 올리자 고소한 냄새가 코를 진동합니다. 아버지와 함께 먹는 음식이라 더 좋습니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살코기를 아버지의 접시에 놓아 드렸습니다. 이제는 뼈와 살이 별로 없어 먹을 게 없는 닭갈비를 내가 먹을 차례입니다.



태그:#어버이날, #광양, #옥룡, #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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