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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버려진 검은 봉지에 물고기들이 산란해 놓았다.
 물속에 버려진 검은 봉지에 물고기들이 산란해 놓았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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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산란 장소를 찾지 못한 물고기들이 죽어가고 있다. 일부 물고기들은 물 속에 떠다니는 비닐봉지에 산란을 하는 실정이다.

4대강 사업에 갇힌 강물이 바람에 파도처럼 밀려든다. 뒤집힌 강물은 온통 진흙 펄이다. 28일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가 금강을 찾았다. 성가소비녀회 최 다니엘 수녀와 동행에 나섰다.

허리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찾아간 공주보 상류 쌍신공원 강바람이 매섭다. 강물이 파도치듯 바람을 타고 밀려든다.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죽은 붕어가 파도에 밀려왔다. 구더기가 온몸을 파먹은 물고기는 강물에 흐물흐물하다.

낮은 물가엔 파란 수초가 자라고 있다. 인기척을 느끼고 발목 사이로 쏜살같이 빠져나가는 물고기. 오돌토돌 참깨를 뿌려놓은 듯 듬성듬성 해묵은 갈대 뿌리엔 물고기들의 산란 흔적이 보인다. 산란은 파도가 밀려드는 반대 방향에 집중돼 있다.

물 속에 파묻힌 검은 비닐봉지에 노란 점들이 보인다. 처음 보는 광경으로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들여다봤다. 산란 장소를 찾지 못한 물고기들이 산란한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버려진 신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주보 상류에서 발견한 죽은 잉어에는 파리가 잔뜩 달라붙어 있다.
 공주보 상류에서 발견한 죽은 잉어에는 파리가 잔뜩 달라붙어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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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cm가 넘어 보이는 대형붕어는 구더기가 파먹어 껍질만 남아 있다.
 50cm가 넘어 보이는 대형붕어는 구더기가 파먹어 껍질만 남아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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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이 바라다 보이는 구간까지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허연 배를 드러낸 죽은 물고기만 눈에 들어왔다. 부루길과 배스 등 외래어종까지 썩어가면서 구더기가 들끓고 강변은 온통 악취만 진동한다. 

지난해 수자원공사가 7천만 원가량을 투입해 백제보 주변에 설치한 물고기 산란장으로 이동했다. 어도 인근에 설치한 산란장은 사각 나무틀에 흙을 담은 자루와 버드나무를 물 속에 꽂아 놓았다.

밀려든 강바람에 꽂아놓은 버드나무는 물 위에 둥둥 떠다닌다. 한 가닥 희망을 찾듯 천천히 돌아보았지만, 물고기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 산란의 흔적도 없어 보였다. 양준혁 간사가 한마디 툭 내뱉는다.

"정부가 하는 일들은 보면 참 한심한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의 관점에서 물고기 산란장을 만들어 놓는다고 물고기들이 산란하러 올까요. 차라리 강변에 버드나무 꺾어서 꼽아 놓는 게 더 효율적으로 보이네요." 

대전충남녹색연합 양준혁 간사가 백제보 하류 물고기 산란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준혁 간사가 백제보 하류 물고기 산란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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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 간사는 "4대강 준설로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 강변 수초와 나무들이 사라졌다. 금강에 들어선 3개의 보의 영향으로 강바닥은 퇴적토가 쌓이면서 물고기들의 산란장이 사라졌다. 산란을 못 하는 물고기는 죽어간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라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4대강의 철저한 검증만이 훗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4대강 사업비 22조 2천억 원 중 금강살리기 사업비는 2조 4천억 원이다. 정부는 수질개선 및 생태복원의 비전을 제시했다. 수질이 2등급으로 좋아지고 '비단물길, 금강이 마음껏 수영할 수 있는 깨끗한 강이 됩니다!'고 홍보했다.


태그:#4대강 사업, #물고기 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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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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