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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캠프 내에서도 일자리의 수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라는 분위기도 있죠. 요즘 급변하는 산업생태계 속에서 정부가 제대로 정보 인프라 구축 등 마중물로서 역할을 한다면,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킬 수 있어요. 반면 이 과정에서 혹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국민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등 사회안전망에 대한 시스템도 재정비 해야죠"
 "사실 캠프 내에서도 일자리의 수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라는 분위기도 있죠. 요즘 급변하는 산업생태계 속에서 정부가 제대로 정보 인프라 구축 등 마중물로서 역할을 한다면,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킬 수 있어요. 반면 이 과정에서 혹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국민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등 사회안전망에 대한 시스템도 재정비 해야죠"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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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문재인 후보와 함께) 대구와 부산 유세현장을 동행했는데... 많은 것을 깨달았죠. (시민들로부터) 그때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밥이 곧 법이다'라는 거였어요. 절박함이죠."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약간 떨리는 듯했다. 그리고 스스로 반성도 많이했다고 고백했다. 국내 토종 공학박사 출신으로 미국 인텔 등 세계 글로벌 기업에서 일해왔던 그였다. 그런 그가 남들이 평생다니고 싶어하는 직장을 뒤로하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좋은 일자리'뿐이었다.

그는 유웅환 박사다. 지난 24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유 박사는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기회와 도전속에 한때 성장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했었다"면서 "시민들로부터 (이번 유세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혁명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늘어나는 만큼 한편으로 소외되거나,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했다는 것. 그는 그렇게 하루하루 눈코 뜰 새 없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캠프에 공식으로 몸 담은 지도 한달이 훌쩍 지났다. 그는 문 후보 선거캠프에서 일자리위원회 본부장을 맡고 있다. 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4차산업분과 공동위원장이기도 하다. 직함에 묻어나듯, 그는 문 후보의 대선 핵심공약인 일자리 문제를 책임지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이후 이후 소셜미디어와 전화 등으로 최근까지 진행됐다. 그의 첫 인상은 훨친한 큰 키에 곱슬머리를 한 순박한 아저씨 같았다. 공학박사로서 반도체 등을 연구해 온 날카로운 인상을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2001년 미국 인텔의 첫 출근하는 날에 한인 동료들은 그를 '나훈아'라고 불렀다고 했다. '정말 가수 나훈아와 비슷하다'고 웃으면서 말을 건네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글로벌 기업서 잘나가던 공학도는 왜 정치에 뛰어들었을까

"딱히 정치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인텔 등 기업에서 해왔던 것처럼,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 다만 요즘처럼 과학 기술과 산업 등이 급변하고 있고,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아온 사람으로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정치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인텔 등 기업에서 해왔던 것처럼,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 다만 요즘처럼 과학 기술과 산업 등이 급변하고 있고,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아온 사람으로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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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문 후보가 유 위원장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을 최고의 인재로 함께 만들겠다'고 했다. 이력이 화려하다.
"'최고'라는 표현은 과하다. 공학도로 살아왔다. 지난 2001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의 글로벌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인터뷰 등을 거쳤다. 그 가운데 인텔에서 컴퓨터 하드웨어 플랫폼 설계 엔지니어로 10년 동안 일했다."

- 국내 토종 박사학위자가 인텔에 취업해 수석매니저로 일한 사람이 처음이라던데.
"그렇긴 했다. 사실 내가 했던 연구와 논문 등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이 좋은 평가를 해준 것에 대해 너무 기쁘기도 했지만 부담도 컸다.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동료들과 많은 일했던 것 같다."

그는 인텔에서 근무를 마치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등에서 일했다. 반도체시스템을 비롯해 자율주행 등 미래자동차 개발 분야에서 연구를 해왔다. 그리고 이젠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 미국 생활 시절에 얻었던 미국 국적도 포기했다. '(미국) 국적을 정리할 때, 아내가 반대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곧장 "(캠프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삼성, 현대차 등 남들에겐 선망이 되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왜 정치에 뛰어들었나.
"딱히 정치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인텔 등 기업에서 해왔던 것처럼,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 다만 요즘처럼 과학 기술과 산업 등이 급변하고 있고,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아온 사람으로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문재인 후보와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나.
"아니다. 인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 문 후보가 직접 (캠프) 합류를 요청했나.
"그렇다.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상대방의 생각과 의사를 잘 들어주셨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또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문 후보의) 철학이나 방향에 공감했다."

"'밥이 곧 법이다', 국민의 절박함을 느꼈다"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유웅환 전 인텔 수석매니저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합류 소감을 밝히고 있다.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유웅환 전 인텔 수석매니저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합류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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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의 이번 대선공약에서 핵심은 '일자리'다.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를 포함해서 81만개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물론 52시간 법정 노동시간 준수 등을 통해 민간에서 50만개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특히 문 후보는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어놓고,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 등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유 위원장은 "문 후보의 일자리에 대한 의지는 정말 확고하다"고 말했다.

- 지난주 문 후보가 대구와 부산 등지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100일 플랜 등을 발표했다.
"당시 유세현장에 직접 동참했다. 현장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일자리에 대해 절박한 지를 몸소 느꼈다. '밥이 곧 법이다'라고 씌여져 있는 메모를 보고,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것을 생각했다. 후보께서 밝혔듯이 만약 집권하게 되면 10조 원의 일자리 추경을 비롯해, 다양한 정책을 집행할 것이다."

- 유 본부장께서는 공학도이신데, 위원회에서 주로 어떤 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을 맡고 계신가.
"직함에도 나와있듯이 4차산업과 관련된 부분이다. 지금 대선후보 사이에서 일자리 관련해서 공공부문에 대한 여러 논쟁들이 있는데, 공공부문 못지 않게 민간영역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4차산업혁명을 둘러싼 산업생태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어찌 보면 이들 분야가 앞으로 일자리 창출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 사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호와 함께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피부에 와닿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그럼에도 이미 모바일 시대와 함께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이미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미 반(半) 자율 자동차를 비롯해 전기차 등이 대중화에 들어서고, 각종 빅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산업이 나오고 있다. 과거 벤처 창업 붐을 뛰어넘는 스타트업 등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는 과거 김대중정부시절의 '벤처 붐'을 떠올리며,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이는 문 후보가 그동안 '대한민국을 상속자가 아닌 창업자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방향과 맞닿는다. 그에게 '그동안 모든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외쳤고, 지원도 이뤄졌지만 괄목한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고 물었다. 문재인 캠프는 어떻게 다를까.

"제2의 벤처붐 이끌 것, 민간혁신분야에서 5년 동안 115만개 일자리"

유웅환 문재인대선후보 일자리위원회 본부장
 유웅환 문재인대선후보 일자리위원회 본부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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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보면, 사실상 (정부 입장에선) 버린 시간이나 다름없어요.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시대에 우리 기업이나 정부 모두 제대로 대응했는지 살펴봐야죠. 현 정부 들어서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하드웨어만 만들었지, 벤처인들이 맘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유 본부장은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정보기술혁명 시대에 맞춰 정부차원에서 별도의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운영해 나가는 방안도 제시했다. 우리 주변의 삶과 밀접한 관련있는 분야부터 정보산업기술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데이터 등을 관리해서 민간에서 사업으로 활용할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정부 시절보다 이명박정부 이후 각종 기업관련 규제 건수가 오히려 크게 늘었다"고 소개했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기본적으로 '친기업' 정부로 알려져 있는데, 규제가 더 늘었다는 것은 의외이기도 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작년말 기준으로 규제관련 건수만 1만5000여건에 이른다. 예전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는 대체로 평균 7000여건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모바일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기술혁명 시대에 중소벤처 기업들이 제대로 일할수 있는 인프라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기술'과 '도전', '기회'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그러면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 평균 벤처기업의 증가율이 30% 정도였는데 지난 정부에선 10%도 미치지 못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어 "만약 문재인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벤처기업 증가율을 평균 20% 정도만 하더라도 이쪽(혁신 분야)에서만 5년 동안 115만개 일자리는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놓은 115만개의 일자리는 문 후보가 공공부문에서 밝힌 81만개 일자리와는 별개다. 정말 실현 가능할까.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기자가 '더 이상 국민들은 일자리 몇 십 만개 만들겠다는 공약을 잘 믿지 않는다'고 말하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충분히 가능한 일자리라고 했다. 유 본부장의 말을 들어본다.

"사실 캠프 내에서도 일자리의 수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라는 분위기도 있죠. 요즘 급변하는 산업생태계 속에서 정부가 제대로 정보 인프라 구축 등 마중물로서 역할을 한다면,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킬 수 있어요. 반면 이 과정에서 혹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국민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등 사회안전망에 대한 시스템도 재정비 해야죠.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는 단순한 성장 만이 아닌 분배와 상생도 함께가야 그 사회가 지속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태그:#문재인 대선후보, #일자리, #유웅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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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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