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브라운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진행자 전현무와 개그맨 유세윤이 출연한 광고가 사람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내려간 일이 있었다. 하난 화장품 광고였고, 다른 하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인 넷플릭스 영상이었다. 전현무를 모델로 쓴 화장품 회사는 누리꾼들의 몰매를 맞아 급히 광고를 내렸고, 넷플릭스 역시 제대로 홍보를 시작하기도 전에 유세윤이 등장하는 해당 영상을 삭제해야 했다.

그런데 정작 두 사람은 다른 광고에선 버젓이 잘 출연하고 있다. 내려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체 어떤 차이가 있었던 걸까.

정답은 주로 여성들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는 것. 특히 넷플릭스는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영화 및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회사다. 페미니즘 이슈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전현무나 유세윤이 과거 여성비하 혹은 편협한 성감수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단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두 회사가 지향하는 바가 모델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항의한 것이다

"동성애 반대" 발언의 후폭풍

"동성애에 반대하나?" (홍준표) 
"반대한다."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문재인)

25일 대선후보 4차 TV토론에서 나온 홍준표 후보의 물음에 대한 문재인 후보의 답변이다. 이어 홍준표 후보가 재차 동성애 관련 이슈에 대해 묻자 이번에는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심상정 후보는 "동성애는 찬반을 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문재인 후보를 비판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이송희일 감독은 개인 SNS 계정을 통해 "군대에서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파시즘적 광기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나라에서 대권에 가장 가까운 후보가 국방력 약화를 이야기하며 동성애 반대를 외친 것은 그 정치적 보수화 물결에 박수를 쳐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된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조광수 감독 또한 "인권 변호사였던 사람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을 하다니 정말 실망이다"라고 언급했다.

성소수자 항의받은 문재인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마친 직후 성소수자 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레인보우 깃발을 들고 문 후보를 향해 기습시위를 벌인 이들은 전날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문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 성소수자 항의받은 문재인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마친 직후 성소수자 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레인보우 깃발을 들고 문 후보를 향해 기습시위를 벌인 이들은 전날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문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 남소연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된 만큼, 광고는 기업의 핵심 가치나 지향을 드러내곤 한다. 선거는 이런 점에서 일견 광고와 비슷한 측면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내놓고 '판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한 번 잘못 박힌 이미지는 떨쳐내기도 쉽지 않다. 선거의 경우 메시지 관리에 실패하면 지게 되고, 기업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에서 파장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여기 여러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긴 성소수자 관련 광고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들은 기업의 이미지를 걸고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버거킹] "우리는 모두 같은 내면을 갖고 있습니다"

 2014년 샌프란시스코 LGBT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버거킹의 'The PROUD 와퍼'. 프라우드 와퍼와 그냥 와퍼는 어떤 점이 다를까?

2014년 샌프란시스코 LGBT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버거킹의 'The PROUD 와퍼'. 프라우드 와퍼와 그냥 와퍼는 어떤 점이 다를까? ⓒ 버거킹



201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BT 축제 현장. 근처 버거킹에서는 이날 'PROUD(자랑스러운) 와퍼'라는 이름의 햄버거를 판매하고 있었다. 궁금한 나머지 고객들이 와서 "그냥 와퍼와 PROUD 와퍼는 무엇이 다른가요?"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무엇이 PROUD 와퍼인가요?"라고 묻는다. 이들에 대한 점원의 공통적인 답변은 "나도 모르겠다"는 말. 대신 점원들은 고객들에 묻는다. "PROUD 와퍼 하나를 원하시나요?"

'PROUD'는 '우리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해야한다'는 의미에서 성소수자 발언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 또 LGBT의 상징인 무지개색으로 둘러싸인 'PROUD 와퍼'를 사람들은 하나씩 집어들고 먹기 시작한다. 이들은 제각기 그냥 와퍼와 'PRUOD 와퍼'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를 추측하면서 햄버거를 먹다가 포장지 내부에 적힌 글씨를 발견하고 울기 시작한다.

"We are all the same inside." (우리는 모두 같은 내면을 갖고 있습니다)

'PROUD 와퍼'는 사실 그냥 와퍼와 다르지 않은 햄버거였다. "맞아 다르지 않아", "이건 그냥 같은 버거야" 햄버거를 먹던 사람들은 환하게 웃거나 감동해서 운다. "한 번도 햄버거가 나를 울게 만든 적이 없었는데...", "우리는 모두 같은 내면을 갖고 있다? 이건 성소수자들도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의미처럼 보여요." 버거킹이 2014년 선보인 이 광고는 성소수자들도 다른 시민들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를 간명하게 전달하는 광고의 예시로 가장 널리 회자된 광고 중 하나다.

[맥카페] "아빠, 나는 남자를 좋아해요"

 대만 맥도날드(맥카페) 광고 중 한 장면. 아들은 종이컵 속 말풍선 모양을 이용해 아빠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있다.

대만 맥도날드(맥카페) 광고 중 한 장면. 아들은 종이컵 속 말풍선 모양을 이용해 아빠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있다. ⓒ 맥도날드



대만 맥카페 내부, 아들은 커피가 가득 담긴 종이컵에 "I like guys"(난 남자를 좋아해요)라고 적는다. 이어지는 침묵. 아버지는 자리를 갑자기 박차고 나간다. 아들은 아버지의 반응에 크게 상심한다.

그리고 얼마 후, 커피를 사서 돌아온 아버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아들이 적은 "나는 남자를 좋아해요"라고 적힌 문장에 "나는 네가 남자를 좋아하는 걸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은 마주보고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신다.

상대적으로 성소수자를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환경이라 그만큼 광고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물론 그런 요인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지난 2016년 3월 공개된 이 광고는 대만 사회 내부에서도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반성소수자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맥도날드는 동성애를 조장하는 분위기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 광고를 낸 맥도날드(맥카페)나 광고 업체가 이런 대중들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유튜브] "여러분에게 할 말이 있어요"

 배우 엘렌 페이지의 커밍아웃 연설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배우 엘렌 페이지의 커밍아웃 연설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 유튜브



"농담이 아니라 카메라를 켜자마자 제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어요."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가 왜 제 자신을 부끄러워 해야 하나요?" 
"지금 약간 두렵네요" 
"지금 바로 전화드려서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말하게 돼 너무 좋아요."

유튜브에 'Coming Out'(커밍아웃: 게이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사회적으로 널리 밝히는 행동)을 검색하면 많은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 하는 영상이 나온다. 유튜브는 이처럼 성소수자들이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창구가 된다. 유튜브는 광고 또한 이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는 것에서 시작한다. 성소수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커밍아웃을 하거나 LGBT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영상을 어떤 설명 없이 보여준다.

이들 중에는 이미 커밍아웃을 한 희극인 엘렌 드 제너러스나 배우 엘렌 페이지의 유튜브 영상도 포함돼있다. 영상이 차례대로 나오다가 유튜브는 자신의 말을 한 마디 보탠다.

"저희는 변화에 영감을 주고 앞으로 나아가는 분들을 지지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유튜브 링크 밑에는 유튜브 광고에 고마움을 표시하거나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1만 5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코카콜라] 그걸 누가 신경이나 쓴대?

 지난 3월 공개된 코카콜라의 광고 'Pool Boy'. 사진 속 두 남녀는 한 남성을 두고 서로 먼저 코카콜라를 건네주기 위해 경주를 벌인다.

지난 3월 공개된 코카콜라의 광고 'Pool Boy'. 사진 속 두 남녀는 한 남성을 두고 서로 먼저 코카콜라를 건네주기 위해 경주를 벌인다. ⓒ 코카콜라



이 광고에는 어떤 말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수영장에 있는 멋진 남성을 두고 그에게 코카콜라를 건네주겠다면서 경합을 벌이는 한 여성과 '남성'이 등장할뿐이다.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냉장고 속에 있는 코카콜라를 집어들고 이를 수영장에 있는 멋진 남성에게 전달하기 위해 뛰기 시작한다.

엎치락 뒤치락 서로를 방해하면서 달려가던 이들은 수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멍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이미 다른 사람이 이들보다 먼저 수영장의 멋진 남성에 코카콜라를 가져다 줬기 때문.

광고는 아무도 "왜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느냐?"는 질문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저 아무런 말 없이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건 누군가에게 당연한 일일 수 있다"는 걸 재치넘치는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다.

 게이 커플을 다룬 가구 업체 이케아(IKEA)의 1994년 광고.

게이 커플을 다룬 가구 업체 이케아(IKEA)의 1994년 광고. ⓒ IKEA


여기서 소개한 다섯 가지 광고만이 아니라 아디다스나 러쉬 같은 여러 다국적 기업에서는 LGBT를 주제로 한 광고를 제작한 바 있다. 가구 업체 이케아(IKEA)는 1994년 이미 영상 광고를 통해 이케아에서 테이블을 고르는 게이 커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이들 광고는 공통적으로 분명한 하나의 사실을 전달한다. 성소수자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들의 존재를 찬성과 반대로 나눌 수 없다고. 문재인을 비롯한 대선 후보들은 대체 무엇이 두려워 한 기업의 광고만도 못한 태도를 취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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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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