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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성적소수자들을 위한 재단인 비온뒤무지개재단은 2014년 11월 10일 법무부에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하였습니다. 관련법에서 20일 이내에 처리 결과를 안내하게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수개월 처리를 미뤘습니다. 2015년 4월 29일이 되어서야 "사회적 소수자 인권 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단체는 법무부의 법인설립허가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불허가 처분을 내렸습니다.

'대한민국의 인권'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법무부가 '성적소수자의 인권'은 본인들의 담당 업무가 아니라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었던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사단법인 설립 불허가 처분의 취소를 위하여 2015년 7월 27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016년 6월 24일, 서울행정법원(제4부 재판장 김국현)은 이 소송에서 "법무부는 인권옹호단체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주무관청에 해당하므로 성적소수자 단체에 대한 사단법인 설립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관련 기사 : 성소수자 재단은 안 된다던 법무부, 틀렸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에 불복, 항소하여 재판은 서울고등법원에서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법무부는 공문에서 밝혔던 바와 같이 '(법무부는) 포괄적인 인권을 담당하며, 성적소수자의 인권은 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1심과 2심 재판에서도 반복했습니다. 결국, 2017년 3월 15일, 서울고등법원(제6부 재판장 이동원)은 법무부의 항소를 기각하고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새로운 논거도 없는데 상고한 법무부

고등법원 홈페이지 사건 검색 중에서
 고등법원 홈페이지 사건 검색 중에서
ⓒ 비온뒤무지개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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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이 진행되던 시기에 몇몇 단체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사단법인 설립 불허 처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을 비롯해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 등이었습니다.

이들은 비온뒤무지개재단이 사단법인으로 허가하면 "국가인정기관이라는 공신력을 등에 업고 동성애자들을 위한 사업에 정부와 거대 기업이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설립 허가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던 내내 탄원서가 다수 제출되었지만 2017년 3월 15일, 비온뒤무지개재단은 2심 재판에서도 승소했습니다. 그러자 성소수자 혐오 세력은 항의 전화를 하는 등 조직적으로 법무부를 압박했습니다. 법무부는 이에 화답하듯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결국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사단법인 설립 허가는 2년여의 시간을 거쳐 대법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성소수자도 당연히 누릴 수 있는 헌법적 권리

고등법원 홈페이지 사건검색 중에서
 고등법원 홈페이지 사건검색 중에서
ⓒ 비온뒤무지개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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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법원 홈페이지 사건검색 중에서
 고등법원 홈페이지 사건검색 중에서
ⓒ 비온뒤무지개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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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서울행정법원의 1심과 서울고등법원의 2심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별다른 논거를 새로이 제출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법무부에게 유리한 새로운 쟁점이 나타날 가능성도 적습니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상고를 통해 재판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법무부가 비온뒤무지개재단에 설립허가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는 기록을 남기려는 것 아닐까요. 이는 누구를 위한 일일까요.

성적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비온뒤무지개재단도 다른 활동 영역을 가진 단체들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절차를 거쳐 설립 허가를 받는 데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미 국내의 인권단체들뿐만 아니라, UN의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인 마이나 키아이와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 Watch) 등에서도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설립을 불허하는 것은 성적소수자 단체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임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관련 기사 : "기만적인 한국 법무부" 국제인권기구의 쓴소리).

그리고 이들의 지적에 앞서, 이미 우리에게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1조가 있습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하는 헌법의 권리를 성적소수자들도 당연하게 누리는 그날을 기다립니다.

헌법 제21조 1항
 헌법 제21조 1항
ⓒ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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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뒤무지개재단은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위한 법정 다툼의 마지막이 될 대법원의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3심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대법원의 심판은 최종심이 됩니다. 대법원은 우리나라 사법부의 최고기관으로 판례를 통하여 향후 진행되는 하급심의 비슷한 내용의 재판들에 영향을 미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설립허가를 둘러싼 판결은 다른 단체의 설립허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이것은 재단이 이번 재판에 소홀할 수 없는 여러 이유 중 하나입니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한국 최초의 성적소수자를 위한 재단으로서 성적소수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한 새로운 활동을 지원해왔니다. 이번 재판에서 승소하여 앞으로 만들어질 성적소수자 단체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길 기대합니다.


태그:#비온뒤무지개재단, #사단법인설립, #대법원, #법무부, #성적소수자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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