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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선유도(오전 4시 29분) 전월리 선착장 ⓒ 김민수
새벽 5시, 알람이 울리면 고민하지 않고 일어나서 세면장으로 향한다. 세수하고 집을 나서기까지 15분,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다. 1년 365일, 특별한 날이 아니면 하루는 늘 이렇게 시작을 한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면, 조금은 느긋하게 이불자락을 붙잡고 늦잠을 자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뿐이고,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여행지를 느껴보고 싶은 생각에 알람이 무색할 정도로 더 일찍 일어나게 된다.

그날도 그랬다. 서울에서 늦은 오후에 출발했기에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에 도착한 것은 늦은 밤이었다. 새만금방조제를 가로질러 들어간 후에도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 전월리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었다. 숙소에서 차려준 저녁을 먹고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잠이 깼다.
선유도 오전 4:43분, 선유도 전월리 선착장에서 ⓒ 김민수
오늘만큼은 늦잠을 자도 되니까 '조금만 더....'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럴수록 잠은 달아났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낯선 섬을 걷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온 섬이므로 '낯선 섬'일 뿐 아니라 처음 걷는 길이다.

숙소 근처에는 전월리 선착장이 자리하고 있어 가로등 불빛이 밝았다. 덕분에 그 빛에 의지해서 사진도 담을 수 있었고, 희미하나마 어둠 속에서 선유도와 눈 맞춤을 할 수도 있었다. 선유도 첫 사진은 오전 4시 7분에 담았다. 그리고 천천히 선유도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선유도 오잔 5:33분 전월리 선착장 ⓒ 김민수
하늘은 내내 어두웠다. 어둠의 빛이 조금씩 사라져가자 시야도 점점 넓어졌지만 잔뜩 구름이 끼어 '고군산군도'의 작은 섬들이 펼쳐진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선착장 방파제를 어슬렁거리는 커다란 견공 때문에 머리가 쭈뼜 섰다. 만일, 저놈이 공격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순간 고민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서로가 서로에게 두려움을 느꼈는지 적당하게 안심할 수 있는 거리 정도를 유지했다. 무관심한 척 경계하며 방파제를 걸었다.
선유도 오전 5:36분, 바다너머로 고군산군도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 김민수
막 시작된 빛, 아직 그림자를 만들 만큼은 아니지만, 가장 아름다운 빛이라 일컬어지는 소위 '매직아워'의 시간이 시작된다. 물론, 이 시간이라고 그 빛이 의무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매직아워'에 관한 의견은 저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제주도에서 오랫동안 바다를 지켜본 결과 하루에 두 차례 대략 30초 이내의 시간에 만날 수 있었고, 그것도 매일은 아니고 운 좋을 때 가능했다. 해가 뜰 무렵과 해가 진 후, 잠시의 시간인데 넋을 놓고 그 빛을 바라보다 '사진으로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이면 이미 그 시간은 끝나버린다.
선유도 오전 5:39분, 선착장으로 일하러 나오는 어부들이 하나 둘 보인다. ⓒ 김민수
몇 초의 간격으로 아무런 카메라 조작 없이도 색깔이 변한다. 그리고 이내 신비한 빛의 향연을 끝난다. 선유도에서 만난 '매직아워', 그 시간은 느닷없이 왔다가 미련 없이 떠났다. 그 빛이 다하자 바람이 일어나고,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일기 예보가 참 잘 맞기도 하지...' 투털거리며 빗방울이 더 굵어지기 전에 다시 바다를 담아본다.
선유도 오전 5:43분, 황홀하던 빛은 이내 사라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김민수
신비한 빛이 사라진 데다가 비까지 내리니 밋밋하다. 그리고 머무는 내내 봄비는 여름 장맛비처럼 내렸으므로 창가라는 프레임에 담긴 선유도만 바라보다 육지로 나왔다.

물론, 지금은 새만금사업 이후 비포장도로이기는 하나 선유도까지 차량으로 들어올 수 있다. 배를 타고 들어와야만 했던 선유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단지,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랄 뿐이다.

선유도 전월리 선착장, 이른 새벽의 산책이 아니었더라면 사진 한 장 제대로 추억으로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느닷없이 일찍 깬 잠, 그 덕분에 마술의 시간에 선유도의 빛을 담을 수 있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4월 17일 새벽에 선유도에서 담은 사진들입니다.

태그:#선유도, #매직아워, #장노출, #전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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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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