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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와 목도리를 한 태아령이 '우리는 한꽃'이라 새겨진 한꽃문과 어우러져 있다. 보성 대원사는 태아령의 영혼을 천도하는 절집이다.
 빨간 모자와 목도리를 한 태아령이 '우리는 한꽃'이라 새겨진 한꽃문과 어우러져 있다. 보성 대원사는 태아령의 영혼을 천도하는 절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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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을 큰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가 3주기를 맞았다. 하지만 진상 규명은커녕, 아직도 수습하지 못한 희생자가 9명이나 있다. 희생자를 향한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마음이 무거운 주말이다.

독특하면서도 별난 분위기의 절집을 찾아간다. 아직 피어보지 못한 어린 희생자들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올봄 마지막 벚꽃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까지 씻어줄 수 있는 절집이다. 전라남도 보성의 천봉산 자락에 있는 대원사다.

보성 대원사는 세월호 참사와 닮은 점이 있다. 대원사는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진 태아령을 천도하는 절집이다. 태아령이 세월호에 몸을 맡겼던 어린 학생들과 닮았다. 부모와 인연을 맺고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꽃들이다.

대원사의 태안지장보살상. 태아의 영혼을 고통과 원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비의 어머니 상이다.
 대원사의 태안지장보살상. 태아의 영혼을 고통과 원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비의 어머니 상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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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돌담 아래에 줄지어 앉은 동자상. 태아령을 상징하고 있다. 대원사는 태아령의 천도를 이끄는 절집이다.
 대원사 돌담 아래에 줄지어 앉은 동자상. 태아령을 상징하고 있다. 대원사는 태아령의 천도를 이끄는 절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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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령은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일컫는 말이다. 대원사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동자상들이 그들이다. 태아의 영혼을 고통과 원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비의 어머니 태안지장보살도 있다. 대원사에서는 태아의 영혼 천도를 위한 100일 기도를 일 년에 두 차례 봉행하고 있다.

태아령은 여기서 지장보살을 어머니 삼아 그동안 맺힌 한을 풀고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동자상을 감싸고 있는 돌탑은 부모들이 참회의 뜻으로 쌓은 돌무덤이다. 마음 짠한, 가슴 아린 절집이다.

대원사 부모공덕불. 부모에 대한 불효나 원망을 뉘우치고 그 은혜에 눈뜨게 해주는 불상이다.
 대원사 부모공덕불. 부모에 대한 불효나 원망을 뉘우치고 그 은혜에 눈뜨게 해주는 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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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공덕불의 아버지불(왼쪽)과 어머니불(오른쪽). 아버지불은 눈물을 흘리고 있고, 어머니불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부모공덕불의 아버지불(왼쪽)과 어머니불(오른쪽). 아버지불은 눈물을 흘리고 있고, 어머니불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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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에 부모공덕불도 있다. 부모의 공과 덕을 기리는 불상이다. 부모에 대한 불효나 원망을 뉘우치고 그 은혜에 눈뜨게 해주는 불상이다. 앞의 불상이 아버지불, 반대편의 불상이 어머니불이다. 아버지불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머니불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부모공덕불 앞에 적혀있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의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잉태해서 보호해 준 은혜, 낳으실 때 고통 받는 은혜, 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먹이신 은혜, 마른자리 아기 눕히고 젖은 자리 누우신 은혜,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 끝없이 사랑하신 은혜 등등. 부모님의 은혜 10가지가 적혀 있다.

대원사 여기저기에 앉아 있는 태아령. 그 모습이 가슴 아리게 한다. 대원사는 태아령의 영혼을 천도하는 절집이다.
 대원사 여기저기에 앉아 있는 태아령. 그 모습이 가슴 아리게 한다. 대원사는 태아령의 영혼을 천도하는 절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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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의 왕목탁. 남이 나에게 했던 나쁜 말이나 행위를 모두 용서하는 마음을 담아 머리로 치는 목탁이다.
 대원사의 왕목탁. 남이 나에게 했던 나쁜 말이나 행위를 모두 용서하는 마음을 담아 머리로 치는 목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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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꽃'이라 새겨진 한꽃문도 있다. 태아령을 상징하는 동자상과 어우러져 있다. 꽃잎 하나하나가 서로 엮여서 꽃송이를 이루는 것처럼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는 문이다. 홀로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수많은 인연으로 이뤄져 있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왕목탁도 눈길을 끈다. 대원사에서만 볼 수 있는 목탁이다. 손이 아닌 머리로 치는 목탁이다. 남이 나에게 했던 나쁜 말이나 행위를 모두 용서하는 마음으로 쳐야 한단다. 나쁜 기억들 사라지고, 나의 지혜 밝아지고, 나의 원수 잘 되라고...

대원사 마당의 동자상. 물 속에 비친 연등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대원사 마당의 동자상. 물 속에 비친 연등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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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로 가는 길목에 핀 벚꽃. 풍수지리로 볼 때 어머니의 탯줄에 해당하는 길이다.
 대원사로 가는 길목에 핀 벚꽃. 풍수지리로 볼 때 어머니의 탯줄에 해당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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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는 풍수지리상 어머니의 자궁에 해당한다. 주암호반에서 절집으로 가는 벚나무길이 어머니의 탯줄에 해당된다. 대원사 벚꽃길을 '탯줄길'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대원사가 태아령을 위한 기도도량이 된 것도 이런 연유다.

대원사는 백제 무령왕(503년) 때, 신라 고승 아도화상이 지었다. 고려시대 자진국사 원오에 의해 중건되면서 대가람의 모습을 갖췄다. 한국전쟁과 여순사건을 거치면서 대부분 불에 타버렸다. 지금의 절집은 1990년대 들어 복원했다. 태아령을 위한 절집이 된 것도 이때부터다.

대원사 티벳박물관. 티벳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어 '한국의 작은 티벳'으로도 불린다. 지금은 '어린왕자 특별전'을 열고 있다.
 대원사 티벳박물관. 티벳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어 '한국의 작은 티벳'으로도 불린다. 지금은 '어린왕자 특별전'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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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티벳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어린왕자 특별전'. 생텍쥐페리의 도전정신을 기리면서 전 세계 시각장애 어린이들을 후원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대원사 티벳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어린왕자 특별전'. 생텍쥐페리의 도전정신을 기리면서 전 세계 시각장애 어린이들을 후원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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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에 있는 티벳박물관도 독특하다. 불교 탱화인 탕카와 만다라, 법구, 민속품 등 티벳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관 속에 몸을 눕혀 볼 수 있는 죽음 체험실도 있다. 우리의 삶과 죽음을 되돌아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지난 4월 8일 시작된 어린왕자 특별전도 볼거리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어린왕자'의 저자이자 비행사였던 생텍쥐페리의 도전정신을 기리고, 전 세계 시각장애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전시다. 생텍쥐페리의 그림과 어린왕자 속 명언, 조형물 등 6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연말까지 계속된다.

태아령의 영혼을 천도하는 절집 대원사의 극락전 풍경. 석가탄신을 앞두고 연등이 설치되고 있다.
 태아령의 영혼을 천도하는 절집 대원사의 극락전 풍경. 석가탄신을 앞두고 연등이 설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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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대원사는 전라남도 화순군 남면과 보성군 문덕면, 순천시 송광면이 만나는 경계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행정구역은 보성군 문덕면에 속한다.



태그:#태아령, #대원사, #부모공덕불, #티벳박물관,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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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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